화이자가 바닥났다..물량 부족으로 1차 접종 중단

박주영 기자 2021. 5. 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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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이달 중하순에는 재개할 수 있을 것"
30일 경남 김해시 문화체육관에 마련된 백신접종센터가 텅 빈 가운데 한 접종 대상자가 화이자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정부는 “5월 중·하순 전에는 화이자 2차 접종에 집중한다”며 사실상 1차 접종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백신 물량이 부족한 데다 4월에 1차 접종을 몰아서 한 탓에 당장 신규 접종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물량을 이미 대거 소진한 전국 지자체들은 정부의 갑작스러운 지시에 1차 접종을 중단했다. /연합뉴스

75세 이상 어르신이 맞는 화이자 백신이 물량 부족으로 지역에 따라 길게는 한 달 가까이 1차 접종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각 지자체에선 주민들에게 발송한 백신 접종 동의서를 회수하거나 정부에 “언제 백신을 보내 줄 거냐”고 묻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코로나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5월부터는 1차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2차 접종에 대거 들어가야 한다”면서 “5월 중 개소할 예방접종센터 10곳을 제외한 나머지 예방접종센터 257곳에선 추가 1차 접종의 예약을 당분간 자제해달라고 각 시·도에 요청했다”고 30일 밝혔다. 상반기 확보한 화이자 백신 물량이 넉넉하지 않아 빚어진 일이다. 추진단은 “5월 중하순에는 다시 1차 접종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때까지는 1차 신규 접종 예약을 대부분 중단한다는 얘기다.

추진단에 따르면, 상반기 화이자 접종 대상자는 75세 이상 고령층(364만명)과 노인 시설 입소·종사자(15만8000명) 등 모두 380만명 정도인데, 현재 1차 접종을 끝낸 이들은 141만5434명(30일 0시 기준)에 그치고 있다. 하루 600명가량 접종 가능한 화이자 예방접종센터가 현재 전국 257곳 운영되는 상황에서 1차 접종이 당분간 중단되는 일까지 빚어진 것은 결국 정부가 제때 충분한 물량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30일 현재 정부가 보유한 잔여 화이자 백신은 69만4000도스(dose)다. 의료계 등에 따르면 화이자 측은 작년부터 “장기적으로 쓸 물량을 미리 충분히 구매하라”고 우리 정부에 여러 차례 제안했지만 정부는 단기 공급 가능한 물량을 선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한 번에 충분한 물량도 확보하지 않은 채 백신을 매주 찔끔찔끔 들여오면서도, 75세 이상 대규모 접종군 전체를 대상으로 접종을 시작해 문제가 불거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올 4월부터 접종하기 시작한 화이자 물량 300만명분을 올 2월이 돼서야 확보했다. 이 백신은 지금까지 매주 12만5000명분씩 3월과 4월 각각 50만명분씩 국내 들어왔다. 올해 들어올 화이자 백신 가운데 89%는 하반기 이후 도입된다. 상반기 중에는 물량 부족으로 접종 스피드를 내려야 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화이자 백신 공급 부족 사태로 정부가 5월부터 만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한 1차 접종을 사실상 중단하고, 2차 접종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일선 지자체와 주민의 혼란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방역 담당 공무원들은 “얼마 전까지 1차 접종을 독려하더니, 갑자기 안 된다고 하면 우린 어떡하느냐”고 답답해했다. 접종 예약 중단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언제까지 정부의 딴소리에 휘둘려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갑자기 접종 예약 받지 말라고 해서야...”

30일 부산에선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사실상 중단됐다. 부산시는 ‘다음 달부터 2차 위주로 접종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방역 당국에서 받았다고 밝혔다. 시 관계자는 “2~3일 전부터 ‘화이자 백신을 더 공급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했지만, ‘물량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 16개 구와 군에 1개씩 설치된 예방접종센터는 이날 4개만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선 통장들이 주민들을 방문해 백신 접종 동의서를 회수했다. 구청과 주민센터 직원들은 예약 중단 사실을 주민들에게 일일이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정부가 ‘화이자 백신 2000만명분을 추가로 계약했다. 방역 당국과 지자체가 일사불란하게 대응해달라’고 할 땐 언제고, 갑자기 물량이 부족하다고 하니 참 난감하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연장… 놀이공원 기구 소독 - 30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에서 대공원 관계자가 놀이 기구를 소독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 확산 차단을 위해 현행 사회적 거리 두기를 5월 23일까지 3주 연장하기로 했다. /연합뉴스

경남 일부 지역에서 지난 29일부터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이 중단됐다. 도 관계자는 “현재 도내 18개 시·군 중 사천·거제·함안·창녕 등 11곳이 이런 상황”이라며 “1차 접종 대상자들은 5월 중순 추가 백신 물량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남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대상자인 75세 이상 노인은 21만명인데, 이 중 9만4000여 명만 1차 접종을 마쳤다. 도 관계자는 “매주 화요일 들어오는 화이자 백신은 2차 접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며 “1차 접종은 6월쯤 백신 물량이 두 배로 늘어나야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의 5개 구 접종센터는 이달 4~7일부터 화이자 백신 1차 접종을 못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 관계자는 “질병청이 보통 한 주 전에 백신 공급 물량을 알려주는데, 아직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인천광역시 관계자는 “접종을 일찍 시작한 연수구와 서구는 1일부터 1차 접종에 차질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남도 관계자는 “정부의 백신 공급 계획을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이달 8일까지 화이자 백신 1차 접종 예약을 받아놓은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질병청에서 5월 7일과 14일 두 차례 백신을 공급받을 예정”이라며 “2차 접종에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종류 따라 ‘노쇼’ 확 달라

이날 오후 서울 성동구청 대강당 예방접종센터에선 화이자 백신 접종을 앞둔 75세 이상 노인 10여 명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2차 접종을 마친 채모(86)씨는 “화이자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AZ)보다 안전하다고 하니 안심이 된다”며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드나드는 걸 보니 인기가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지난달 사전 조사에서 접종 대상자 83.7%가 접종에 동의했다”며 “예약하고 찾아오지 않는 ‘노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모(76)씨는 “접종 대기 상태가 5월을 넘겨 더 길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간 AZ 백신을 접종하는 서울 서대문구 신촌의 한 내과의 상황은 달랐다. 간호사 4명이 전화기를 붙잡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간호사 김모씨는 “매일 AZ백신 부작용에 대한 문의 전화가 수십통 쏟아지고, 노쇼 예약자들에게 일일이 사유를 확인해야 한다”며 “종일 전화기를 내려놓을 수 없어 다른 일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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