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동력비행-산소추출 성공.. '화성인' 가능성 열다 [토요기획]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1. 5.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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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제2 정착지 건설".. 화성 유인탐사시대 준비하는 퍼시비어런스
49번 도전한 화성탐사, 성공은 19회
혹독한 환경 견디는 실험 잇단 성과
[1]지난달 19일(현지 시간) 무인 화성 헬기 인저뉴이티가 화성에서 인류 첫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사진은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카메라가 실제 비행하고 있는 인저뉴이티(점선안)를 촬영한 장면. [2]지난해 7월 28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실린 우주발사체 아틀라스V가 발사를 이틀 앞두고 발사장에 위용을 드러낸 모습. [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퍼시비어런스’가 실제로 착륙하는 장면. 퍼시비어런스가 실린 캡슐과 스카이크레인에 있는 카메라가 착륙 과정을 촬영한 사진이다. NASA 제공
지난해 7월 지구를 출발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의 화성 탐사 로버(이동형 로봇) ‘퍼시비어런스’가 올해 2월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했다. 길이 2.9m, 폭 2.7m, 높이 2.2m에 바퀴 6개가 달린 소형차 크기의 퍼시비어런스가 지구로부터 2억7000만 km 떨어진 화성의 목적지에 오차 없이 착륙한 것은 미국 뉴욕에서 친 골프공이 로스앤젤레스의 골프장에 정확히 홀인원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이후 퍼시비어런스는 화성 대기에서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하는 등 화성 탐사 역사에서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실험들을 성공적으로 해내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극한 환경 뚫고 ‘제2의 정착지’ 건설 도전

인류가 ‘붉은 행성’으로 불리는 화성 탐사에 도전한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냉전시대부터 지금까지 궤도선, 정찰위성, 착륙선 등 모두 45차례 화성 탐사에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성공한 탐사는 19차례로 성공률이 절반도 안 된다. 가장 최근 착륙에 성공한 탐사 로버인 큐리오시티(2011년)나 퍼시비어런스에는 각각 약 20억 달러(약 2조2200억 원)가 넘는 비용이 들었다.

성공 확률이 절반도 안 되는 탐사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으며 계속 도전하는 이유는 뭘까. 훗날 지구에 이어 인류의 제2 거주지로 화성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른 행성에서도 생명이 살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출발한 도전은 지구 자원의 고갈과 온난화 등 인류의 생존 문제와 겹치며 타 행성으로의 이주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으로 확대되고 있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지구에서의 관측을 통해 화성이 생명체가 살거나 살았을 법한 환경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과거 화성은 지구와 비슷한 모습이었을 것이라는 가설이다. 가설을 충족하려면 물과 에너지, 생명체라는 유기체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이다.

과거 화성에서 물이 흘렀던 흔적과 지표면 속 얼음의 존재는 확인됐다. 나사가 2001년 발사한 화성 탐사선 ‘마스 오디세이’는 화성 주위를 공전하며 지질을 조사해 화성 지표면 아래에서 수소 감마선을 포착했다. 이는 화성 내부에 거대한 얼음 저수지가 존재한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과거 화성에 거대한 바다가 존재했다는 증거 등이 속속 나오면서 물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높였다.

인류가 보낸 화성 탐사선이 보내온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현재 화성의 환경은 척박하다. 화성의 대기는 96%가 이산화탄소로 채워져 있으며 산소는 0.1%에 불과하다. 적도 부근을 제외하면 밤에는 영하 85도까지 기온이 떨어진다. 우주로부터 오는 방사선을 막기도 어려워 지표면에서도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다. 인간이 맨몸으로는 채 몇 분도 견디기 어려운 조건이다.

화성의 환경과 생존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려면 원격에서 조종하는 궤도선이나 로버가 아닌 인간이 직접 화성에 가서 눈으로 보고 느끼는 유인 화성 탐사가 필수적이다. 이전 로버들이 화성에서 물 흔적이나 대기, 지질 환경이라는 기초적인 과학탐사에 집중했다면 퍼시비어런스는 유인 화성 탐사의 실현을 위한 실질적 토대를 쌓고 있다. 혹독한 환경을 견디는 실험에서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유인 화성탐사 시대 준비하는 퍼시비어런스

퍼시비어런스가 거둔 눈에 띄는 첫 성과는 화성 대기에서 최초로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퍼시비어런스 몸체 아래에 실린 무인 헬기 ‘인저뉴이티’는 지난달 19일 약 39초간 3m 고도로 떠오른 뒤 제자리 비행했다. 22일 2차 비행에서는 약 5m 고도로 2.1m가량 비행한 데 이어 25일에는 약 5m 고도로 50m를 비행한 뒤 이륙 지점으로 돌아와 무사히 착륙했다. 궤도선과 지표면에서 움직이는 로버 외에 공중에서 화성을 넓게 관측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셈이다.

화성 하늘을 날아오르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었다. 내부 충전식 배터리로 전자장비 등을 따뜻하게 보호하며 화성의 혹독한 추위를 고장 없이 견뎌내야 했다. 지구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희박한 대기 밀도 역시 장벽이었다. 공기가 희박하면 비행체가 뜨는 힘인 ‘양력’을 생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지표면에서 탐사하는 로버에 비해 광범위한 지역을 빠르게 탐사할 수 있기 때문에 행성 탐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성 대기의 96%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에서 산소를 추출하는 데도 처음으로 성공했다. 퍼시비어런스에 실린 산소 생산 실험 장치 ‘목시(MOXIE)’는 지난달 20일 진행된 첫 실험에서 약 1시간 동안 5.37g의 산소를 만들었다. 이는 우주인 1명이 10분간 호흡할 수 있는 양이다. 화성에서 직접 산소를 만들어내면 화성에 도착한 우주인들의 호흡이나 지구로 귀환하는 데 필요한 로켓의 추진제로 활용할 수 있다. 화성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퍼시비어런스는 화성의 1년에 해당되는 687일 동안 화성의 토양도 수집한다. 나사와 유럽우주국(ESA) 등은 퍼시비어런스가 수집한 토양 샘플을 수거하기 위한 로버와 착륙선, 지구 귀환 궤도선을 2026년 2대의 탐사선으로 나눠 화성에 보낸다. 화성 토양 샘플을 얻게 되면 2030년 이후 진행될 유인 화성 탐사에 도움을 줄 데이터를 얻게 된다.

유인 화성 탐사에 나서는 우주인들이 심리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 나사와 미국 하와이대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하이시스(HI-SEAS)’다. 주변이 황량한 하와이 마우나로아 화산 중턱 해발 고도 약 2500m에 지어진 돔 형태의 거주지에서 4개월에서 12개월가량 머물며 대원들의 심리 변화를 기록하고 연구하는 프로젝트다.

고립된 생활공간 속에서 사회성이나 이기심, 이타심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생체리듬이나 기억력 등은 어떻게 바뀌는지 분석해 화성 탐사에 나서는 우주인들의 심리 상태가 임무 수행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고 해결책을 찾는 게 목표다.

김민수 동아사이언스 기자 rebor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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