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대한 졸업식 '로망'인데 온라인이 웬말"

강지남 2021. 4. 30.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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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서 하자”, “백신 증명 지참”, “인원 분산” 

‘오프라인 졸업식’ 사수에 나선 미국 대학들


5월 24일 미 워싱턴DC 내셔널스 파크에서는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의 응원가 대신 조지타운대 졸업 축가가 울려 퍼진다.


최근 조지타운대는 워싱턴 내서널스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에서 2021학년도 졸업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백신 보급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진정돼가자, 어떻게든 오프라인 졸업식을 열기 위해 캠퍼스 대신 대규모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야구장을 택한 것이다. 존 드조이어 조지타운대 총장은 “야구장에서의 졸업식 개최는 2021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기회”라며 “워싱턴 내셔널스에 깊은 감사를 보낸다”고 밝혔다.


코로나 19 대유행의 여파로 대부분의 미 대학들은 2020학년도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지난해 3월 뉴욕을 시작으로 코로나 19 사태가 전국으로 확산되자, 보통 5월에 열리는 졸업식을 예년처럼 열 수 없었기 때문이다. 먼 곳에 사는 가족이 비행기를 타고 와 참석하고, 버락 오바마, 고(故) 스티브 잡스 같은 거물급 인사가 연사로 나서는 등 미 대학의 졸업식 문화는 성대하기로 유명하다. 평생 한두 번에 불과한 대학 졸업식을 온라인으로 치르는 것에 대한 학생과 그 가족, 대학 구성원의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에 미 대학들은 올해는 오프라인 졸업식을 개최하고자 묘안을 짜내느라 여념 없다. 조지타운대는 ‘야구장 졸업식’에도 코로나 19 방역 차원에서 몇몇 제한을 두기로 했다. 졸업생은 최대 2명까지만 손님을 초대할 수 있고, 졸업식은 학부생 대상 오전, 대학원생 대상 오후로 나뉘어 두 차례 개최된다.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졸업생 및 가족을 위해 온라인 생중계도 실시한다.


캘리포니아주 스탠포드대는 통상 5월이던 졸업식을 예년보다 늦은 6월에 이틀에 걸쳐 개최한다. 대학원생과 학부생 졸업식을 각각 12일과 13일로 나눠 열어 인원을 분산하려는 것이다. 장소는 예년과 같은 캠퍼스 내 경기장인 스탠포드 스타디움. 졸업생 1인당 최대 2명의 손님을 초대할 수 있고, 캘리포니아 밖에서 오는 참석자는 사전에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캘리포니아 거주자는 백신 접종 완료 증명서 또는 코로나 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미주리주 미주리대는 농구 경기장인 미주리 아레나와 다목적 체육 경기장 헌스센터 두 군데로 나눠 졸업식을 열고, 졸업식을 ‘누리지’ 못한 2020학년도 졸업생도 초대하기로 했다. 졸업식 입장권은 1인당 6매까지 제공된다.


일리노이주 카톨릭 학교인 노먼 커뮤니티와 노먼 웨스트는 25명의 졸업생을 한 그룹으로 묶은 뒤 한 그룹씩 참석하는 졸업식을 수차례 열기로 했다. 이 방식에 대해서는 “알파벳 순으로 그룹을 나눈다면 친한 친구들과 함께 졸업식을 참석하지 못할 수 있다”는 졸업생들의 항의가 제기된 상태다.


◆ 뉴욕 맨해튼의 뉴욕대 주변. (출처 : nyu.edu)


반면 캠퍼스가 따로 없어 매년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졸업식을 개최해온 뉴욕대는 올해 졸업식도 온라인으로만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최근 뉴욕시가 야외 공간에서 졸업식을 열 경우 200명 이하는 수용 가능 인원의 50%, 201~500명은 33%, 500명 이상은 20%까지 허용하기로 한 ‘졸업식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지만, 올초 일찌감치 온라인 졸업식만 열기로 결정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뉴욕대 졸업생들은 “4만 6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양키스타디움의 20%만 채우더라도 9000명이 넘는 인원이 졸업식에 참석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졸업식 개최 청원 운동을 벌이고 있다. 4월 말 현재 1000여 명이 이 청원에 서명한 상태다.


뉴욕의 또 다른 명문대 컬럼비아대 역시 뉴욕시의 졸업식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 계획을 확정했다는 이유로 올해 졸업식을 온라인으로만 연다. 이 대학 관계자는 컬럼비아대 홈페이지 뉴스란을 통해 “계획을 바꾸기엔 너무 늦었다”며 “다만 대학 캠퍼스 주변에서 졸업생끼리의 소규모 모임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뉴욕 = 강지남 글로벌 리포터 jeenam.kang@gmail.com


■ 필자 소개

전 월간 ‘신동아’ 및 시사주간지 ‘주간동아’ 기자

현 동아비즈니스리뷰(DBR)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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