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모빌리티]② 중국 진출한 제네시스…“벌써 길에서 무슨 브랜드냐 묻는다”
최근 중국 공식 진출해 고급차·전기차 시장 공략
상하이 모터쇼서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공개
현대자동차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Genesis)가 이달 2일 중국에서 브랜드 출범식을 열고 중국 시장에 공식 진출했다. 제네시스는 상하이 밤하늘에 띄운 드론 3200여 대로 ‘니하오 중궈(你好 中國) 헬로 차이나(Hello China)’란 글자를 만들어 중국에 인사를 건넸다. 제네시스는 ‘제니싸이쓰(捷尼賽思)’란 중국명으로 중국 고급차 시장을 공략한다.
마커스 헨네(Henne) 제네시스 중국 법인장은 상하이 모터쇼(제19회 상하이 국제자동차공업전람회) 개막일인 19일 조선비즈와 인터뷰하며 “중국에 진출한 새로운 럭셔리 브랜드로서 초반엔 중국 소비자에게 제네시스 브랜드를 알리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제네시스는 비교적 신생 브랜드이기 때문에 초기엔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고객과 관계를 구축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땐 이 과정이 판매량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날 제네시스는 브랜드 첫 전기차인 ‘G80 세단 전동화 모델’을 처음 공개했다. 제네시스 브랜드 최초 전기차를 중국에서 처음 선보이며 중국 고급차·전기차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제네시스는 지난달 공개한 전기차 콘셉트카 ‘제네시스 엑스(X)’도 무대에 등장시켜 제네시스의 디자인 철학과 방향성을 보여줬다.
제네시스는 2015년 현대차에서 별도 브랜드로 독립한 후 미국, 러시아 등에 진출했다. 2019년엔 상하이에 중국판매법인(제네시스 모터 차이나)을 세우고 그해 12월 헨네 법인장을 영입했다. 헨네 법인장은 이전까진 ‘메르세데스 맨’이었다. ‘메르세데스-AGM 그레이터 차이나’ 대표와 ‘메르세데스-벤츠 대만’ 세일즈·마케팅 부사장을 지내는 등 중국 고급차 시장 경력과 경험이 많다.
◇ 새 브랜드에 개방적인 중국…”단일 가격으로 럭셔리 정체성 유지”
제네시스가 중국 시장에서 가장 먼저 판매할 모델은 G80 세단과 GV80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다. 이미 먼저 진출한 미국 등에서 고성능과 디자인, 안전성을 인정받은 프리미엄 모델이다. 특히 GV80은 올해 2월 골프 스타 타이거 우즈가 이 차량을 타고 전복 사고를 냈으나, 크게 다치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전 세계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헨네 법인장은 “새 럭셔리 브랜드가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중국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중국 고급차 시장은 거대하고 빠르게 성장하는 데다, 중국 소비자는 새 브랜드를 접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데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제네시스 브랜드 정체성은 대담함과 진보”라며 “우리 스스로도 새 시장을 개척할 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할 수 있단 말이기도 하다”고 했다.
헨네 법인장이 말한 중국 맞춤형 접근법은 ‘제네시스 파트너’ 제도와 ‘단일 가격 약속’ 정책이다. ‘제네시스 파트너’ 제도는 전용 체험·구매 공간인 ‘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서 소비자가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한 명의 직원이 전담하는 방식이다. 헨네 법인장은 “다른 브랜드의 매장을 방문하면 제품 설명 직원 따로, 보험 설명 직원 따로 등 소비자를 이쪽저쪽으로 넘기는데, 제네시스 스튜디오에선 한 명의 친구 같은 파트너가 소비자 한 명과 단 하나의 관계를 맺고 브랜드 만족도를 높인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럭셔리 브랜드 매장이 늘어선 상하이 화이하이중루에 첫 제네시스 스튜디오를 열었다. 1층엔 차량을 전시했고 2층엔 한식당을 운영할 예정이다. 단순 전시장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공간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했다. 다음달엔 서부 쓰촨성 청두에 두 번째 스튜디오를 연다. 헨네 법인장은 오프라인 공간에 공을 들이는 이유로 “자동차는 이따금씩 만져보고 느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럭셔리 산업에선 디지털과 온라인이 전부가 아니고 트렌드에 맞춰 온라인을 위한 온라인을 하려는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온라인을 통해 얼마나 더 큰 편리함을 안겨주느냐가 관건”이라고 했다.
중국에서 제네시스는 오프라인 매장이든 온라인이든 구매 경로와 상관없이 같은 가격으로 살 수 있다. 가격을 투명하게 하나로 통일하는 ‘원 프라이스 프라미스(One Price Promise·단일 가격 약속)’ 정책이다. 럭셔리 브랜드라면 멋대로 할인을 하지 않고 고정 가격으로 브랜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중국에서 GV80 가격은 럭셔리 버전이 57만6800위안(약 9900만 원), 플래그십 버전이 66만8800위안(약 1억1400만 원)부터 시작한다. G80 기본 가격은 럭셔리 버전 36만3800위안(약 6200만 원), 플래그십 버전 43만6800위안(약 7500만 원)이다. 두 모델 모두 가격이 한국보다 높게 책정됐다.
헨네 법인장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사양 수준을 높여서 가격을 올렸다”며 “중국에서 제네시스를 사고 소유하는 누구나 높은 수준의 사양을 누리길 원한다”고 했다. 그는 “일부 브랜드는 엔트리(브랜드 입문) 모델이라고 해서 기능이 텅 빈 경우가 많은데, 새 럭셔리 브랜드를 만들려면 일정 수준의 럭셔리를 갖춰야 하고 이 수준 자체가 매우 높아야 한다”고 했다. 또 “제네시스는 소비자가 럭셔리 버전과 울트라 럭셔리(플래그십) 버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했다”며 “가격 할인은 결코 없다”고 했다.
중국에서 판매되는 G80·GV80은 전량 한국 울산 공장에서 생산된 후 중국으로 수입된다. 중국이 수입차에 매기는 높은 관세 때문에 중국 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일각에선 제네시스가 한국 노조 반대로 중국에 현지 생산 공장을 짓지 못하고 한국에서 수입하는 방식을 택했다는 해석도 내놓는다. 헨네 법인장은 수입차 전략에 대해 “아직 중국에서 아무도 제네시스를 모르기 때문에 초기에는 미국·한국 등에서 세계 최고 품질을 인정받은 차를 중국에 들여오면서, 현지에선 초반에 브랜드를 알리고 소비자와 관계를 쌓는 데 집중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 현대차·기아와 분리된 독립 브랜드…中 전기차 시장 집중 공략
중국 고급차 시장은 이미 유럽·미국 등 외국 럭셔리 브랜드의 공세로 경쟁이 치열하다. 헨네 법인장도 독일 고급차 회사인 다임러 출신이다. 제네시스가 다른 나라에서 고급차 이미지를 쌓았다고 해도 중국 시장은 전혀 다른 얘기일 수 있다. 헨네 법인장은 “제네시스는 럭셔리 중에서도 상위 럭셔리 브랜드이고 중국 소비자에게 다른 경험을 줄 수 있다”며 “이미 오랫동안 중국에서 많은 차를 팔고 있는 럭셔리 브랜드라고 해도, 우리가 제공하려는 경험을 주지 못하고 소비자와 의미 있는 교감을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중국에서 현대차·기아와 완전 분리돼 독립 브랜드로 사업을 한다. 현대차그룹이 중국 시장 내 위상 회복을 위해 가장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제네시스다. 헨네 법인장은 “상하이 모터쇼 개막 며칠 전부터 상하이 시내에서 G80을 탔는데, 거리에서 ‘멋지다’고 하는 사람이 많았고 주차장에서 말을 거는 사람도 많았다”며 “일부는 이 차가 무슨 브랜드인지 궁금해했고 일부는 한국 브랜드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네시스를 본 사람들이 현대차 얘기는 꺼낸 적이 없고 메르세데스나 BMW와 비교한 적은 있다”고 했다.
제네시스는 중국 전기차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에서 주요 브랜드가 출품한 신차 중 절반 이상이 전기차일 정도로, 전기차가 대세가 됐다. 헨네 법인장은 “‘제네시스 엑스’를 비롯한 모든 콘셉트카가 전기 엔진 기반이며, 앞으로 재밌는 차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G80 전기차 버전은 상반기 한국에서 먼저 출시된다. 제네시스는 조만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으로 만든 전기차도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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