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의 축구동화' 꿈꾸는 김길식 감독 "우리 무기는 절실함"

안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입력 2021. 4. 30.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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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안산 김길식 감독이 지난 28일 안산 그리너스 숙소에서 축구동화 완성을 다짐하고 있다. 안산 그리너스 제공


안산시는 요즘 축구로 신바람이 절로 난다. 만년 꼴찌 취급을 받던 안산 그리너스가 봄바람과 함께 승격을 향한 꿈을 꾸고 있어서다.

안산의 ‘축구 동화’를 연출하고 있는 김길식 감독(43)은 지난 28일 선수단 숙소에서 기자와 만나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꼴찌로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그 예상을 뒤집은 게 너무 기쁘다”고 웃었다.

안산은 국내 선수들의 평균 연봉(4362만원)이 2부리그에서 가장 낮다. 그 흔한 연봉 1억원짜리 선수가 한 명도 없지만 성적에선 남부럽지 않다. 개막 8경기 성적표는 4승2무2패. 안산은 짠물 수비(6실점)를 무기로 승격 마지노선인 2위까지 치고 올라가더니, 선두 대전 하나시티즌에 승점 1점이 부족한 4위에 머물고 있다.

2017년 창단한 안산이 처음 맞이한 봄날은 선수들이 갖고 있는 절실함에서 나온다. ‘운동부 축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상대보다 많이 뛰다보니 승점이 쌓였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내일이 없는 것처럼 뛴다. 아마추어 시절에 잘 나가던 선수들이 안산에서 최저연봉을 받아들인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선수들을 일일이 챙기는 김 감독의 디테일한 소통 능력이 맞물리면서 안산의 힘은 더욱 강해졌다. 선수가 큰 실수를 저질러도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따로 다독이고, 다친 선수에겐 선수가 올해 다짐한 목표를 언급하며 위로한다. 안산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캡틴’ 연제민(28)과 김민호(24)가 이 과정을 거쳐 인생 역전의 기회를 잡은 대표적인 선수들이다. 인도네시아 출신 아스나위(22)도 김 감독의 지원 아래 ‘동남아시아 선수는 실패한다’는 편견과 싸워가고 있다. 그는 최근 첫 공격 포인트를 기록해 안산과 인도네시아 팬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안산 관계자는 “신태용 인도네시아 대표팀 감독님도 아스나위를 이렇게 잘 쓸 줄은 몰랐다고 감탄하더라”고 귀띔했다 .

김 감독이 안산 선수들의 절실함을 살려주는 과정이 올해 그가 모교인 단국대에서 준비하고 있는 논문(프로축구 선수들의 마인드셋과 그릿, 탈진 및 인지된 경기력의 관계)에도 잘 담겼다. 김 감독은 “지도자는 항상 축구의 트렌드를 따라가야 한다. 그래서 공부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안산의 축구 동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려면 마지막 열쇠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조 축구 동화 격인 레스터시티의 제이미 바디 같은 걸출한 골잡이다. 안산은 올해 경기당 평균 득점이 1골에 그치고 있다. 역습과 세트피스에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골 냄새를 맡는 선수는 꼭 필요하다. 골잡이 심재민(24)이 부상을 딛고 돌아온 것이 다행이다. 김 감독은 “(심)재민이가 조금 더 힘을 내줘야 한다”며 “안산 선수들이 마지막에 다 같이 웃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산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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