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유니콘 이탈 막자".. 기술평가 간소화

김병탁 2021. 4. 29.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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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시장은 29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한국거래소 제공)

제2의 쿠팡 사태 방지를 위해 한국거래소는 상장 심사기간을 대폭 단축하고,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제도를 활용해 창업자의 경영권 유지를 적극 도울 계획이다.

한국거래소는 29일 오전 'K-유니콘 상장 활성화를 위한 증권사 CEO 간담회'를 개최했다. 금융투자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상장 제도를 대폭 개선할 방침이다.

이날 손병두 거래소 이사장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시장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지고 있으며, 최근 쿠팡의 미국증시 상장이 이러한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국내 유니콘 기업을 두고 글로벌 거래소와 직접 경쟁하는 현 상황은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제2와 제3의 쿠팡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그간 우리 자본시장이 국내 유니콘에게 불리한 점은 없었는지 원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유니콘 기업이 뉴욕시장으로 가려는 데는 먼저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장하는 '차등의결권' 제도를 들 수 있다"며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시장에서 제 몸값을 받겠다는 계산에 따라 비싼 상장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해외 진출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국내 유니콘 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제 몸값을 받을 수 있도록, 상장 심사기간과 심사프로세스 등을 대폭 개선할 계획이다.

우선 유니콘기업 창업자의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도록, 2~3대 주주 등과 함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 공동행사 약정제도'를 적극 활용할 수 있게 안내할 계획이다. 쿠팡과 같이 최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유니콘 기업의 경우 상장 후 경영권 상실을 우려해 해외 상장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상장 직후 경영권 변동이 발생할 경우 기업의 경영성과 악화와 가격 급등락 등 투자자 보호 취지를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러 차례 제기됐다. 현재 국회에서 유니콘기업에 한해 차등의결권을 한시적으로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거래소 역시 창업자의 경영권 유지를 적극 도울 방침이다.

또한 미래성장기업에 대한 상장 질적심사기준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향후 5년간 자본잠식 재발 가능성 없음을 입증하면, 자본잠식률 50% 미만 적용 요건을 배제할 방침이다. 영업실적이 없거나 미미해도 시가총액이 1조원 이상이거나, 시총 5000억원 이상 중 자기자본 15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영업의 안정성에 대한 심사를 면제한다.

미래성장기업의 제대로 된 기업가치 평가를 위해 상장심사 과정에서 전문가회의를 도입한다. 상장공시위원회 심의위원단에 연구원과 대학 교수로 구성된 4~5명의 산업·기술 전문 위원도 위촉할 방침이다.

기술평가 절차도 대폭 간소화할 예정이다. 시가총액이 5000억원을 넘는 기업의 경우 1개의 기관에서만 평가를 받아도 된다. 시가총액이 1조원을 넘을 경우에는 사전 평가 절차를 생략하고 상장예비심사 청구 후 외부 전문가의 기술 심사 회의로 대체한다. 신규상장 신청인이 스팩 합병상장 상장으로 전환할 경우, 별도 예비심사신청서 제출을 하지 않아도 된다. 대신 합병 시 합병가액과 산출근거, 합병비율의 적정성 등 필요한 추가서류만 제출하면 된다.

거래소는 대표주관계약 체결 전이더라도 예비 상장기업이 요청하면, 사전 방문 컨설팅을 지원하고 기업별 전담직원도 배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대형 유니콘 기업의 심사 청구 기간을 기존 45일에서 30일로 단축할 계획이다. 공모 청약 종료 이후에도 신규 상장까지 통상 6~7일 걸리던 행정 절차를 간소화해 3~5일로 줄일 방침이다.

이 밖에도 ESG 질적심사기준을 개편해 유니콘 기업의 경영부담을 덜고, 예비 유니콘기업을 대상으로 CEO 간담회와 상장설명회를 개최해 국내 상장을 유도할 예정이다.

손병두 이사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변화의 '방향'보다 '속도'가 중요하다"며 "지금 우리 시장이 맞닥뜨린 도전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이를 극복하고 더 크게 도약하기 위해 힘과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김병탁기자 kbt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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