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586과 유교정치

장혜진 2021. 4. 28.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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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에는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가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고 모두가 믿고 있었다. () 그래서 조선에서는 무력으로 투쟁하지 않고 이론으로 투쟁했다. 우리 도덕이야말로 올바르다는 논리로 싸운 것이다."

"그것은 바로 유교의 도덕이 권력 및 부와의 관계에서 성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 지향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자의 행동이 언제나 도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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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내세우며 권력 지향.. '내로남불' 극치

“조선시대에는 도덕을 쟁취하는 순간, 권력과 부가 저절로 굴러 들어온다고 모두가 믿고 있었다. (…) 그래서 조선에서는 무력으로 투쟁하지 않고 이론으로 투쟁했다. 우리 도덕이야말로 올바르다는 논리로 싸운 것이다.”

한국 철학을 연구한 오구라 기조 일본 교토대 교수는 저서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 한국을 ‘도덕 지향성 국가’이자 ‘도덕 쟁탈전’ 사회로 분석한다. 한국 사회에서 도덕은 투쟁의 수단이란 것이다. 그러나 도덕 지향적인 사회가 곧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장혜진 정치부 기자
“그것은 바로 유교의 도덕이 권력 및 부와의 관계에서 성립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또한 도덕 지향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자의 행동이 언제나 도덕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구라 교수의 조선시대 유교 정치에 대한 연구는 오늘날 한국 정치에도 그대로 대입시킬 수 있다. 공정과 정의라는 이름의 ‘선한 권력’을 내세운 문재인정부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역설을 실시간으로 목도하고 있다. “도덕은 권력과 부와 결합하는 순간, 그 결합 여하에 따라 쉽게 부도덕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도덕 쟁탈전이 전개되게 된다. 이것은 도덕을 내세워 권력을 잡은 세력이 얼마나 도덕적이지 않은가를 폭로하는 싸움이다.” 이른바 지금의 ‘내로남불전’이다.

유교 정치 역시 이 과정의 반복이었다. 선비(도덕)는 핵심 권력의 밖에 몸을 두고, 여당인 양반(도덕, 권력, 부)과 야당인 사대부(도덕, 권력)를 공격한다. 그러나 “그들은(선비) 정권을 잡을 생각은 없다. 그래서 그 도덕이 상처가 없고 흠집이 없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권력의 외곽에서 감시자 역할을 하는 ‘선비’에서 권력자가 된 인물로는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있다. 이들 모두 부동산이라는 ‘적폐’(비도덕)를 향해 선전포고를 했지만, 이는 결국 투쟁의 수단일 뿐이었다는 것을 몸소 입증했다.

언론인 출신인 김 전 대변인은 “문재인정부의 유전자(DNA)에는 민간인 사찰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현 정권의 도덕적 올바름을 강변하는 ‘명언’을 남겼지만, 정작 자신은 청와대 재임 시절의 재개발 예정지 투기와 특혜 대출 의혹으로 사직했다. 최근에는 “열린민주당 당원과 국민 여러분이 넘어진 저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다”는 ‘셀프 면죄부’를 시전하며 국회의원으로 부활, ‘부도덕한 언론과 포털’에 대한 개혁을 주창 중이다.

참여연대 출신 ‘재벌 저격수’ 김 전 실장 역시 지난해 7월 ‘임대차 3법’ 시행 이틀 전에 자신이 소유한 강남 아파트 전셋값을 14% 올린 것으로 나타나 논란 끝에 사퇴했다.

도덕과 부를 상징하는 ‘강남좌파’가 권력을 쥐게 됐을 때의 결말은 어떤가. 방송인 김어준씨가 10년 전 자신의 책 서문에서 “스펙, 얼굴, 기장, 음색, 사상. 이건 뭐, 토털 패키지”라며 극찬한 진보진영의 자산 조국 전 서울대 교수는 이제 ‘조로남불’이란 신조어의 창시자가 됐다.

남들보다 우월한 도덕적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586세력의 유교 정치는 그들의 지지자들에게까지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강성 지지자들의 ‘문자폭탄’이 대표적이다. 이른바 ‘도덕적 면허의 역설’(전북대 강준만 교수) 효과다. 도덕적 우월감이 높고, 옳은 일을 위하고 있다는 신념이 강할수록 역설적으로 비도덕적인 행동을 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도덕, 권력, 부의 ‘삼위일체’를 향한 586 유교 정치의 망령이 2021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장혜진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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