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유익한 일에 쓰겠다" 13년 만에 지킨 '이건희의 약속'

조미덥 기자 2021. 4. 2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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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조세포탈 등 혐의로 회장직 물러나며 사회환원 약속
생전 의료분야·아동복지에 관심..고인 유산 중 1조원 쾌척

[경향신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남긴 유산 중 1조원이 감염병과 어린이 치료를 위해 기부되면서 고인이 13년 전 한 사회환원 약속이 사후에 지켜지게 됐다.

이 회장 유족들은 28일 삼성전자를 통해 낸 보도자료에서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에 5000억원, 감염병 관련 연구에 2000억원, 소아암·희귀질환 어린이 환자 지원에 3000억원 등 의료 공헌을 위해 고인의 유산 중 1조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최초의 감염병전문병원이 될 ‘중앙감염병 전문병원’은 일반·중환자 병실, 고도 음압병상, 음압수술실, 생물안전 검사실 등 첨단 설비와 150개 병상 규모로 건립된다. 감염병전문병원이 지어지면 현재 음압병상이 대부분 가건물 등 임시시설에 있는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감염병 연구와 관련해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소 건설과 백신·치료제 개발 등을 지원한다.

소아암·희귀질환 환자 지원은 어린이 환자가 치료 방법이 있는데도 고가의 진단·치료비로 인해 제때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일을 줄이기 위해 결정됐다. 현재 매년 소아암으로 약 400명, 희귀질환으로 약 200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추산된다. 유족들은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13종 환자 약 1만2000명, 희귀질환 14종 환자 약 5000명이 진단과 치료를 받는 데 2100억원을,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에 9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특히 소아암은 치료만 마치면 생존율이 75~80%로 높아 조기 발견과 적시 치료 지원이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족들은 이 같은 기부가 생전에 의료 분야 사회공헌과 아동복지에 관심이 컸던 고인의 사회환원 취지에 가장 부합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 회장은 선진국 수준의 병원을 만들겠다며 1994년 삼성서울병원을 개원하고, “인류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기업의 사명”(2010년 5월 사장단 회의)이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유족들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도 감염병 위험이 높아진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사회환원 약속은 13년 전인 2008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장은 조준웅 특별검사팀에 의해 차명계좌를 통한 조세포탈 등 혐의로 기소되자 삼성 회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실명 전환한 차명재산 가운데 벌금과 세금을 납부하고 남은 것을 ‘유익한 일’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기부액은 특검 수사로 드러난 4조5000억원대 차명재산 중 약 1조원가량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회장은 이듬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 확정됐지만, 형 확정 후 4개월 만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등을 이유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특별사면을 받았다. 이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을 통해 현금이나 주식 기부, 재단 설립 등 여러 사회환원 방식을 검토했지만 2014년 이 회장이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논의가 중단됐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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