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건비 월 300만원→5만원으로 줄였어요"..최저임금 부담에 뜨는 무인매장
출입인증시스템·스마트 자동판매기 도입으로 인건비 부담 줄여
지난 26일 오후 2시 인천 부평구 동수역 ‘커피에반하다’ 무인 매장. 가장 붐비는 점심시간 이후지만 매장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오후 3시가 되자 학생들이 한 두명씩 오기 시작했다. 한 명씩 테이블을 잡더니, 매장은 흡사 ‘스터디 카페' 처럼 바뀌었다. 테이블 위에는 매장 내 스마트 자동판매기에서 판매하는 1000원짜리 커피 한잔이 놓여 있었다.
한 시간 동안 팔린 음료는 대략 5잔 남짓. 평일 오후이긴 하지만 이 정도의 방문객과 객단가로 점포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 매장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서도 2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출은 적지만 비용을 최소화해 적자를 보지 않은 덕분이다.
◇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인건비 부담에 무인매장 창업 늘어
‘최저임금 1만원 시대’에 인건비 부담을 피해 무인 매장 창업을 고민하는 예비창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올해 최저임금은 8720원이지만 주휴 수당 등을 합하면 최저임금은 사실상 1만원이 넘었다는 게 자영업자들의 설명이다.
가장 빠르게 무인 점포가 늘고 있는 곳은 편의점이다. 전국 편의점 무인 매장은 800개에 달한다. 1년 새 300개가 늘어났다.
GS리테일(007070)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의 무인 점포는 290여개(4월 25일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110개 늘었다. 매장 방문객이 적은 야간 시간에만 무인 형태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가 크게 늘었다.
BGF리테일(282330)이 운영하는 CU도 무인 점포수가 270개(3월말 기준)로 전년 동기 대비 90개 늘었다. 세븐일레븐은 작년말 46개였던 무인 점포 수가 3개월만에 100개로, 이마트24도 1년새 무인매장 수가 33% 증가했다.
아파트 단지 등 주거밀집지역에선 무인 아이스크림 할인매장 창업 바람이 일고 있다. 고객이 직접 결제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저렴하다. 일부 매장에선 절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CC(폐쇄회로)TV로 최소한의 방지책은 두고 있다.
로봇암을 이용한 ‘로봇 카페'나 스마트 자판기를 활용한 무인카페 창업도 급증하고 있다. 유인과 무인매장 방식을 모두 운영하고 있는 커피에반하다는 최근 서울 삼성동에 무인카페 쇼룸을 열고, 예비창업자 상담에 나섰다. 키오스크와 스마트 자판기를 결합해 셀프 결제 편의성을 높였다. 스마트 자판기는 커피부터 아이스티, 에이드까지 다양한 음료를 제조해 제공한다.
인천 부평동 무인 카페를 열기 전 카페 창업 경험이 2번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이주현 점장은 “예전 매장은 전체 매출의 60~70%를 인건비로 지출해야 했다”면서 “무인카페로 업종을 전환하고 전체 매출은 줄었지만, 비용이 그 이상으로 줄어 수익성은 오히려 더 나아졌다”고 말했다.
예전에 카페를 운영했을 때는 인건비만 한 달에 300만원이었어요. 무인매장으로 바꾸고 5만원으로 줄었어요. 아침에 매장을 열고, 쓰레기통 비워주시는 여사님께 수고비를 드리는 게 전부에요.
이주현 커피에반하다 동수역점장
코로나 사태 전 24시간 운영했던 해당 매장은 수도권 방역 지침에 따라 밤 10시까지만 영업을 한다. 매장 오픈시간은 아침 6시. 만약 6시부터 밤 10시까지 매장 내 직원 한 명을 고용하면 인건비가 400만원이 넘는다. 이 점장은 “직접 매장을 보는 시간을 제외하면 300만원은 인건비로 나간다. 한 달 매출의 60~70% 규모”라며 “유동인구가 적은 상권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비용”이라고 했다.
현재 이 매장의 운영비는 전기세와 커피·스낵 원자재 가격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매장 임대료도 전세 방식으로 계약해 비용을 최소화했다. 인건비는 아침에 매장을 열고, 쓰레기통을 비워주는 아주머니에게 주는 수고비가 전부다. 다만 고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 점장은 “카페는 부업으로 하는 것이고, 본업은 따로 있다”며 “주업으로 이 카페를 운영한다면 매장 하나만 운영해서는 월 소득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무인매장 시스템 고도화...비대면 쇼핑 선호 늘어
업계에선 무인 매장이 최근 빠르게 증가하는 이유로 기술 발전과 시민 의식 성숙, 비대면 서비스 선호 트렌드를 꼽는다. 예전엔 무인 매장을 열려면 매장 출입 시스템부터 방문객 동선 추적 CCTV, 선반 내 AI 카메라 도입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했는데, 무인 매장이 많아지면서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화 모델 노하우가 생긴 것이다.
김태언 GS리테일 부장은 “2018년 오픈한 GS25 스마트 매장에 도입한 무인스캐너 모듈도 계속 연구를 하면서 생산성을 늘리고 비용은 줄이는 형태로 개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의식이 성숙해 절도 범죄에 대한 리스크가 줄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도 무인 매장 성장 요인으로 꼽힌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한국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카페 테이블에 두고 화장실을 다녀올 정도로 도난 사고가 적어 무인점포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라면서 “점원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무인매장을 선호하는 젊은 소비자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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