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마윈 퇴출 본격화..앤트그룹 '뒷배' 색출 돌입

박수현 기자 2021. 4. 28.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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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윈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중앙정부가 앤트그룹의 실질적 지배자인 마윈(馬雲) 알리바바그룹 창업주 퇴출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0월 마윈이 당국의 금융 정책을 공개 비판한 직후 11월 예정된 알리바바그룹 산하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상하이와 홍콩 증시 상장을 중단시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 시각) 중국 정부가 올해 초부터 앤트그룹이 신속하게 기업공개(IPO) 승인을 받은 과정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통상 기업이 중국에서 IPO 승인을 받기 위해선 수개월 이상이 걸리는데, 앤트그룹은 이례적으로 빠르게 절차를 끝마친 것을 두고 중간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관료가 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특히 상하이 증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리창(李强)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가 조사 대상이 될지 여부에 주목했다. 리 서기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커촹반(科創板·중국판 나스닥) 설립을 논의하며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샛별로 꼽혀온 인물이나, 마윈의 고향이자 알리바바그룹 본사가 있는 저장성에서 근무했을 당시 마윈과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무지를 상하이로 옮긴 이후인 지난 2018년에도 그는 마윈이 상하이에서 전개하는 모든 사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었다. 이와 관련, WSJ는 “앤트그룹 내부에서 커촹반 상장은 ‘프로젝트 스타’로 불렸다”며 “앤트그룹을 커촹반에 올리겠다는 마윈의 계획은 규제당국 관계자들 손에서 순항했다”고 전했다. 프로젝트 스타는 커촹반의 영문명인 ‘스타마켓’에서 따온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저장성 당국은 지난해 여름 앤트그룹의 IPO 계획 검토를 단 일주일만에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상하이와 홍콩 규제당국은 앤트그룹이 지난해 8월 25일 동일한 내용의 계획안을 제출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아 승인을 허가했다.

앤트그룹의 지분을 인수하려고 했던 중국투자공사, 차이나 생명보험 등 중국의 각종 펀드 및 보험 관계자들은 이미 조사 대상에 오른 상태다. 즉, 마윈에게 우호적이었던 정·재계 인사들이 모두 중국 정부의 표적이 된 셈이다. 이밖에 중국증권관리감독관리위원회(CSRC)와 상하이 규제당국 등도 현재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리창 중국 상하이시 공산당 서기. /AP 연합뉴스



WSJ는 중국 재정관리 문제에 특히 민감한 시 주석이 앤트그룹의 IPO 과정에서 당국의 허점을 발견하고 강도 높은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이 2015년 중국 주식시장 폭락에 이어 중국 금융업계 사상 최대의 부패 스캔들인 화륭자산관리공사 사건까지 연달아 겪으며 일종의 노이로제에 걸렸다는 설명이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 주석이 지난 1월 공산당 내 부정부패 방지 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연설에서 경제 부문에 초점을 맞출 것을 당부한 직후 이번 조사에 착수했다. 시 주석은 당시 연설에서 “재정관리 부서, 규제기관, 지역 당위원회 및 정부의 주요 책임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마틴 코르젬파 연구원은 앤트그룹의 상장이 중단됐다는 것부터가 “규제당국 입장에서는 굉장히 부끄러운 일”이라며 “관계자들은 앤트그룹의 IPO를 승인하기 이전에 보다 정밀한 검증을 거쳤어야 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음으로써 이들은 모두가 패자가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악의 경우, 이들이 앤트그룹이 상장한 직후 기업에 대한 스탠스를 바꿔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야기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들은 WSJ에 중국 정부가 이번 조사 이후 마윈과 관련 인물들에 어떤 처분을 내릴지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조사가 끝나기 전까지 마윈의 출국을 금지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마윈의 경우, 최소 앤트그룹 내 퇴출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로이터는 앞서 앤트그룹에 마윈의 지분을 매각하라고 종용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앤그그룹은 이에 마윈의 지분을 알리바바그룹 기존 투자자들에 매각하는 안을 제시했으나, ‘마윈이 자신의 지분을 가까운 기업이나 개인이 못 팔도록 하라’는 당국의 엄포를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당국의 압박에 따라 금융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는 앤트그룹의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WSJ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앤트그룹이 다시 상장에 도전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WSJ는 그러면서 최근 상하이 푸둥 국제공항에 붙은 중국 공산당 선전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선전에는 시 주석이 지시한 인터넷 기업 반(反)독점 규제 강화를 이행하겠다는 문구와 함께 체스판의 흰색 킹(king)이 잘린 말의 머리를 쥔 채 검은색 나이트(knight)를 내려다보는 모습이 담겼다. 마윈의 성(姓)은 말을 뜻하는 마(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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