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족쇄'에도 8년 공백기 깨고 자본시장에 복귀한 파르나스호텔

2021. 4. 2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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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업 우려 무색하게 대형 IB 끼고 투심 확보에 성공
탄탄한 임대업 덕분에 실적 변동성 완화..재무 개선 속도가 관건

[마켓 인사이트]

삼성동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파르나스(왼쪽 건물)와 파르나스 타워(가운데 건물).

  
파르나스호텔이 8년 만에 자본 시장에 모습을 보였다. 주춤해지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또다시 대유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는 와중에서다.

호텔업은 코로나19의 여파를 가장 크게 받는 업종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 대표 호텔들의 실적은 줄줄이 반 토막이 났다. 이 때문에 내로라하는 대형 호텔들도 섣불리 자본 시장에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 괜히 공개 모집으로 자금 조달에 나섰다가 원하는 만큼 투자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돈도 잃고 평판도 잃는’ 악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 시장에 얼굴을 자주 보이지 않는 기업일수록 기관투자가들의 투심을 사로잡기가 쉽지 않다. 투자 기록이 적어 투자에 따른 위험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운 탓이다. 업종 전망까지 불확실한 기업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파르나스호텔은 과감하게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했고 시장 안팎의 우려가 무색하게 흥행에 성공했다.

시장 안팎 우려 딛고 화려한 복귀

파르나스호텔은 1985년 설립된 GS그룹 계열의 호텔 사업자다. 1988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파르나스를 개관했다. 1999년엔 인터컨티넨탈 호텔 서울 코엑스의 문도 열었다. 특급 호텔 두 곳을 운영하면서 서울 지역 호텔의 역사를 이끌어 왔다. 자체 브랜드의 비즈니스호텔 네 곳도 운영하고 있다.

특급 호텔 두 곳이 모두 쇼핑 편의성과 교통이 좋은 서울 삼성동에 있다. 세계적인 호텔로 잘 알려진 인터컨티넨털 브랜드로 운영해 고객군도 넓은 편이다. 비즈니스호텔 역시 관광객 선호도가 높은 서울 명동과 인사동에 들어서 있다.

파르나스호텔은 2013년 1000억원어치의 회사채 발행을 마지막으로 자본 시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빠르게 외형을 불리는 과정에서 신용도나 투자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하지 못한 영향이다.

자본 시장 복귀 시기를 점치던 파르나스호텔은 채무 상환 수요가 발생하면서 올 3월 시장 태핑(사전 수요 조사)을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하루가 달리 시장이 요동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몸을 사리던 시기였다. 파르나스호텔은 조용히 때를 기다렸다.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상황이 바뀌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억눌렸던 ‘보상 소비’가 터져 나왔다. 명품 구입과 호텔 숙박 등에 소비자들이 몰려들었다.

시장 안팎의 우려는 여전했지만 파르나스호텔은 회사채 발행을 강행하기로 했다. 한국 투자은행(IB) 중 회사채 시장의 강자로 불리는 KB증권과 NH투자증권을 앞세워 1000억원 규모의 발행을 진행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연기금과 보험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를 원하는 희망 수요는 2100억원에 달했다. 발행 금리도 과거 은행권에서 빌린 시설 자금 대출 금리보다 낮게 형성됐다.

파르나스호텔은 결국 싼 비용에 1200억원의 자금을 무사히 조달했다. 지난해 영업 적자로 전환된 파르나스호텔에 이처럼 뭉칫돈이 몰린 것은 예상 밖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파르나스호텔 내부 /파르나스호텔제공



든든한 그룹 배경에 쏠쏠한 임대 수입까지

코로나19 취약 업종이지만 파르나스호텔에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이 쏟아진 데는 수익 구조의 영향이 컸다. 파르나스호텔은 호텔 사업자이지만 임대업에서 나오는 수익이 상당하다. 파르나스호텔은 최근 몇년간 파르나스몰 리뉴얼과 파르나스타워 신축을 통해 임대 사업 비율을 크게 확대했다.

그랜드 호텔 지하에 있는 파르나스몰은 코엑스몰·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과 연계해 대규모 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인근에 있는 파르나스타워도 강남 테헤란로의 오피스 수요를 기반으로 해 공실률이 높지 않다. 지난해 말 파르나스호텔의 주요 임대 시설의 공실률은 평균 4%에 불과하다. 호텔업이 경기 변동이나 질병, 정치적 이슈 등 대외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구조라면 마진율이 높은 임대업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이익을 내는 사업이라는 의미다.

임대 사업의 영업이익률은 50~60%에 달한다. 임대업으로 호텔업의 실적 변동성을 줄이면서 안정적으로 영업 현금을 창출하는 게 파르나스호텔의 강점이다. 지난해 파르나스호텔의 총 임대 수입은 777억원이다. 2015년만 해도 202억원이었는데 2016년 252억원으로 늘더니 2017년 504억원, 2018년 764억원, 2019년 77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파르나스호텔의 전체 매출에서 총 임대 수입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46.8%에 이른다. 파르나스호텔 매출의 절반 가까이가 임대 사업에서 나오고 있다.




이렇다 보니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텔롯데나 호텔신라 등 경쟁 업체들과 비교해 완만한 실적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다. 파르나스호텔과 달리 호텔롯데나 호텔신라는 호텔 사업 비율이 절대적이다. 또 면세 사업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왔지만 내·외국인 출입국객 수 감소로 대규모 적자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적 저하 폭도 상대적으로 더 컸다.

대주주의 영향력도 한몫했다. 파르나스호텔의 대주주는 GS리테일이다. 지분 67.6%를 갖고 있다. 2대 주주는 한국무역협회다. 31.9%를 갖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주주 구성을 면밀하게 보는 편이다. 기업이 사업적으로 혹은 재무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든든한 대주주가 있으면 유·무형의 지원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발행하는 회사채를 직접 보증하지는 않지만 암묵적인 일종의 ‘투자 보증서’로 작용하는 셈이다.

지광훈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올 들어 백신 접종이 개시됐지만 다양한 변이가 발견돼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집단 면역 효과가 나타나고 소비 심리가 회복돼 호텔업의 영업 환경이 개선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파르나스호텔은 임대 사업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가운데 리모델링 효과와 신규 호텔 개점 계획 등을 감안하면 영업 실적이 지난해를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회복될 전망”이라고 예상했다.

재무 개선 과제는 여전히 ‘첩첩’

자본 시장 복귀전엔 성공했지만 파르나스호텔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전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앞으로 잡힌 투자 계획을 봤을 때 파르나스호텔이 자본 시장에서 조달 규모를 점차 확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꾸준히 투자 수요를 확보하려면 쪼그라든 외형을 빠르게 회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파르나스호텔은 호텔 체인을 다각화하고 임대 사업을 본격화하면서 2019년까지는 성장세를 유지했다. 2016년까지는 매출이 정체됐지만 파르나스타워 준공과 비즈니스호텔 개관이 맞물리면서 성장세에 속도가 붙었다.




이 같은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것은 지난해부터다. 코로나19와 그랜드 호텔 리모델링에 따른 영업 중단으로 실적이 크게 꺾였다. 파르나스호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5.7% 감소한 1660억원이다. 내·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했고 방역 당국의 이동 제한 조치로 비즈니스 수요와 호텔 연회 매출이 줄줄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파르나스타워의 높은 이익 기여도에도 지난해 17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외형 축소에 따른 고정비 부담은 파르나스호텔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IB 관계자들은 “임대 수입이라는 버팀목이 있지만 주력 사업에서 회복 동력을 찾고 재무 지표를 개선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파르나스호텔의 차입금은 증가세다. 파르나스호텔의 순차입금은 건설 투자가 마무리되고 보증금 유입과 임대료 수입이 발생한 2017년부터 감소세였다. 2019년에도 회계 기준 변경에 따른 리스 부채 인식액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순차입금은 전년 대비 354억원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은 전년 말 대비 1151억원 증가한 5427억원을 나타냈다.

파르나스호텔은 일단 내국인 대상 수요 확대에 주력할 방침이다. 파르나스호텔 관계자는 “각종 패키지로 내국인 대상 상품을 세분화하고 홈쇼핑이나 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커머스 등 새로운 판매 채널 구축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한국경제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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