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이낙연의 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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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사 김정희는 오랜 세월 제주도에서 유배생활을 했다.
당파 싸움의 희생양이 된 그가 1840년 유배생활을 시작하자 지인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추사가 읽고 싶어 하는 책들을 중국 출장길에 어렵게 구해 전해주며 외로운 스승의 창작 욕구를 채워주었다.
책장을 넘기며 추사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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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촉나라 장수 조자룡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영웅호걸들 중에서 의리의 표상이다. 100만 조조군의 공격으로 유비가 패퇴하자 홀로 적진 속으로 들어가 유비의 부인과 아들 아두를 구한 일화가 유명하다. 전투 중에 창이 부러지면 적군의 창을 빼앗아 싸웠다. “조자룡 헌 칼 쓰듯 한다”는 속담이 나온 배경이다. 조자룡의 의리는 대의를 위해서는 유비에게 간언을 서슴지 않았기에 더욱 빛난다. 한번도 배신한 적이 없는 조자룡과 배신의 아이콘인 여포의 삶은 ‘삼국지’를 읽는 재미 포인트다. 기력이 다한 유비는 62세에 자신을 부축하는 조자룡에게 그간의 고마움을 전한 뒤 자식들을 잘 부탁한다고 말하며 숨을 거두었다. 신뢰관계가 없으면 하지 못할 유언이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문재인 대통령과 차별화해야 한다는 일부 지적에 대해 “대통령을 안 했으면 안 했지, 그 짓은 못한다. 죽는 한이 있더라도 문 대통령을 지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독자노선을 걷지 않겠다는 의미다. “문 대통령을 배신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에서 절반 이상 2인자를 했는데 다른 소리를 하는 것은 사기”라고도 했다. 친문세력의 지지를 염두에 둔 계산된 발언일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 말을 듣고 미소를 지었을지 모르지만,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한 상황에서 비슷한 길을 가겠다는 건 정치적 외연 확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전 대표의 대권 의지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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