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잡았어요 같이 마실래요" 방역 비웃는 2030 방술헌팅
5인 금지 '사각지대' 될까 우려
지난 26일 밤 10시. 서울 강남 거리는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다.
코로나 방역으로 음식점과 술집이 문을 닫는 시간이지만 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물색하기 위해 거리를 뛰쳐나온 20~30대들이다.
지속적인 방역당국 지침에 극도의 피로감을 느낀 20~30대 젊은이들 사이에선 최근 '방술'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호텔, 모텔 등의 숙소를 잡고 술자리를 이어가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모(29·남)씨는 "금요일이나 주말 같은 경우 더 놀고 싶어도 장소가 없어 친구들끼리 숙소를 잡아 술을 마신 경우가 있다"며 "어떻게 보면 술집에서 먹는 거나 가격도 비슷해 자주 이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물론 숙소를 잡고 술을 마시는 행위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밤 10시까지 식당 영업 시간을 제한했을 뿐 '통금'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인원이 4명을 넘어 갈 때는 문제가 생긴다. 사적 모임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4인까지만 모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에서 숙소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술 사들고 오는 손님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는데, 입구에서 인원체크를 해도 시간 간격으로 몰래 들어오는 손님들도 있어 난감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6명이 와서 방을 3개 잡아 놓고 놀 때는 한방에서 모여 노는 경우도 있다. 매번 확인할 수 없는데 혹시나 단속이 나올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5인 집합금지를 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것도 문제지만 가장 큰 문제는 '소음'이다. 실제 숙박업계에선 시끄럽게 떠드는 '방술족'들로 다른 손님들의 항의 전화가 끊이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모텔 직원은 "새벽까지 술먹고 떠드는 사람들 때문에 주변 손님들로부터 민원을 받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하루에 10통 이상 컴플레인을 받았다"며 "먹는 건 좋은데 조금 조용히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술' 문화가 확산되자 여기서 파생된 이른바 '방술 헌팅'도 성행하고 있다. 숙소를 확보한 후에 함께 술 마실 이성을 구하는 것이다. 헌팅포차, 클럽, 나이트 등이 집합 금지되면서 등장한 또 다른 헌팅 방식이 됐다.
이날 강남역 인근 번화가 앞은 밤 10시가 훌쩍 지나도 인파들이 모여 방에서 술 마실 이성을 구하는 '방술 헌팅'을 하고 있었다. 밤 10시부터 1시간 가량 강남역 인근을 돌아다닌 결과 6~7차례의 헌팅 사례를 목격했다.
한 무리는 편의점에서 술과 안주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돌아다니며 합석할 이성을 구하고 있었다. 윤모(24·여)씨는 "주말이 아깝다며 방을 잡아놨으니 더 놀자고 헌팅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밤 11시경 만난 취업준비생 서모(30·남)씨는 "여기 거리에 서성이는 사람 대부분 모두 헌팅하려는 사람이다"며 "지금은 많은 것도 아니다. 지난 주말에는 더 많았다"고 말했다.
'방' 장소는 꼭 호텔과 모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한다. 최근에는 사무실, 개인 작업실 등 다양한 곳에서도 '방술'이 이뤄진다는 것이 거리에서 만난 20대들의 설명이다.
[김승한 매경닷컴 기자 winon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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