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 세모녀 살해' 김태현 '반사회적·양극단적인 대인 관계 패턴' 보여

이동준 2021. 4. 27.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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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재판 / 스토킹처벌법 10월 시행, 이전 발생한 범죄라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기소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 뉴시스
 
서울 노원구 한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임종필)는 27일 김태현을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로 구속 기소했다.

김태현은 온라인게임에서 만난 피해자 A씨가 연락을 거부한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스토킹하다 A씨 집에 찾아가 A씨와 여동생 및 모친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일가족을 죽이고 자해를 시도한 김태현은 지난 3월25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발견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4월4일 구속된 이후 9일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김태현을 대상으로 보완조사 및 통합심리분석, 전문수사자문위원 자문, 추가적인 디지털포렌식 등 과학수사기법을 다각도로 활용했다.

통합심리분석 및 자문 결과 김태현은 심신장애는 없는 것으로 보이나 △낮은 자존감과 거절에 대한 높은 취약성 △과도한 집착 △피해의식적 사고 △보복심리를 가진 거로 평가됐다.

특히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면서 극단적 방법으로 자신의 분노를 해소하려는 반사회적 성향을 가지고 있고 △상대방이 자신을 거절할 경우 일순간에 강렬한 분노감이 쉽게 발현되는 ‘양극단적인 대인관계 패턴’(집착-통제-폭발행동의 반복)을 보인 점도 확인됐다.

검찰은 또 김태현과 피해자들이 소유한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 16대에 대해 디지털포렌식을 재차 진행한 결과 A씨 휴대전화 및 태블릿PC에서 2월7일 김태현으로부터 수신한 “후회할 짓은 하지 말랬는데 안타깝다. 잘 살아봐”라는 내용과 욕설이 포함된 위협적인 메시지가 발견됐다.

다만 검찰은 김태현의 스토킹 행위를 인정하면서도 스토킹처벌법이 오는 10월 시행됨에 따라 그 이전에 발생한 범죄라는 점에서 경범죄처벌법위반으로 기소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사건의 발단은 지난해 11월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김태현과 피해자인 큰딸 A씨는 한 온라인 게임에서 알게 된 뒤 게임 내 채팅과 카카오톡 등으로 서로에게 연락했다,

올해 1월 초 강북구의 한 PC방에서 처음 만나게 된 김태현과 A씨는 함께 게임을 하고 헤어졌고 두 사람은 두 번 더 만남을 가졌다.

경찰은 이때까지만 해도 살해 동기가 될 만한 정황은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두 사람이 다툼한 후 시작된다.

두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날은 1월23일이다. 당시 김태현과 A씨는 지인과 식사자리를 가졌는데 이때 두 사람 사이에 말다툼이 발생했다.

A씨는 다음 날인 1월24일 김태현에게 ‘찾아오거나 연락하지 말라’, ‘할 얘기 없다’는 의사를 전달하고 그를 차단했다.

하지만 김태현은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24일 저녁까지 주변을 배회하면서 A씨가 돌아오길 기다렸다고 공중전화를 이용해서 연락을 시도했다.

또 자신의 지인을 통해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연락을 시도했다.

그런데도 A씨가 자신을 피하자 김태현은 “화가 나고 배신감을 느껴 살해를 결심하게 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후 김태현은 A씨와 함께 있던 게임 내 단체 대화방에서 A씨가 자신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자 해명하기 싫어서 대화방을 나왔다.

반면 게임상에서 닉네임을 바꿔 신분을 속이고 A씨와 게임을 하면서 A씨가 3월23일에 근무를 한다는 일정을 확인했다.

이런 김태현의 진술과 검색 기록 등의 정황으로 살해 결심을 굳힌 건 범행 일주일 전인 것으로 파악됐다.

범행 계획을 세운 김태현은 범행 당일인 3월23일 A씨 집으로 향하기 전 인근 마트에 들어가서 흉기를 절취했다.

그러면서 오후 5시30분쯤 A씨 집을 찾아가 퀵서비스 기사라고 속인 뒤 집 안에 침입해 잔인한 범행을 저질렀다.

김태현은 A씨가 여동생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A씨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A씨의 가족도 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게임을 하면서 마음이 잘 맞아 A씨와 연인관계로 발전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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