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향한 질문 "스멜 라이크"는 부적절한가 아닌가

김예진 2021. 4. 27.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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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한 美매체, 해당 부분 삭제
2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한국 배우 최초로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할리우드 스타 배우 브래드 피트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미국 독립영화 ‘미나리’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윤여정에게 부적절한 질문 논란이 인 매체가 해당 부분을 삭제해 편집했다.

27일 미국 엑스트라TV의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윤여정 수상 직후 질의응답 영상에서 “브래드피트와 무대 아래로 내려오며 무슨 이야길 나눴고, 그는 어땠나”는 질문과 윤여정의 대답 부분만 삭제됐다.

전날 이 매체의 진행자는 “축하한다. 이것은 당신의 첫 미국 영화고, 오스카 트로피를 받았다. 당신이 언급하기도 한 브래드피트에게서 받았다. 같이 무대에서 내려가면서 대화를 나눈 것을 우리가 봤으니 질문을 해야겠는데, 무슨 얘길 했나, 그는 어땠나?(What did you guys talk about and what did he smell like?)”라고 했다.

질문을 듣던 윤여정의 표정은 마지막 문장에서 다소 불편해 보였다. 윤여정은 고개를 저으며 조금 시간을 끌다 “나는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I didn’t smell him. I’m not a dog)”라고 했다. 이어 “나는 그가 어릴 때부터 지켜봐왔다”며 브래드피트를 만난 소감을 설명해나갔다.

영상 속에서 분위기는 나쁘지 않아 보인다. 다른 미국 매체인 버라이어티(Variety)의 영상을 보면, 기자회견을 진행하는 사람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해당 질문과 윤여정의 답변에 크게 껄껄 웃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유지된다. 

하지만 하루새 논란이 확산했다. “what did he smell like?”는 고대하던 사람을 기다림 끝에 만났을 때 ‘만나보니 어때?’라는 의미의 관용적 질문이다. 하지만 다수 매체에서 1차적 직역 의미로 “그에게서 무슨 냄새가 났느냐”는 보도가 쏟아졌다. 미국 진행자가 극히 무례한 질문을 던졌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25일(현지시간) 진행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백스테이지 기자간담회 영상이 올라와 있는 엑스트라TV 유튜브, 댓글 캡처
‘미나리’를 보고 윤여정의 팬이 돼 그간 인터뷰를 챙겨봤다는 한 국내거주 외국인은 “가령 팬인 친구가 스타를 직접 봤을 때 다른 친구들이 몰려가 ‘직접 보니 어때?!’, ‘어땠어?!’라고 물어보는 상황처럼 ‘스멜 라이크’를 충분히 쓸 수 있다”며 “냄새가 어땠냐라고만 받아들이는 것은 오해”라고 했다.

그는 “윤여정이 영국에서 대놓고 ‘스노비시(snobbish·고상한 척하는)’라고 할 정도로 능숙하게 영어인터뷰를 하는 등 언어 센스가 좋은 모습을 그간 보여줬고, 인터뷰를 많이 하면서 외국 언론에 많이 노출됐기 때문에, 질문자는 친밀한 감정을 가지고 친근한 사람에게 물어보는 것처럼 보였다”고 했다.

윤여정의 답변에 대해서는 “좋았다고 답해도 문제가 없고, 윤여정 답변 역시 농담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었던 대답이었다”고 했다. “배우로서 제작자인 브래드피트를 향해 제작비도 적었고 그간 나타나지도 않았다는 불만 섞인 이야기도 솔직하게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냄새를 맡지 않았다. 개가 아니다’라는 답변은 질문자가 기대하는 듯한 칭찬일색 첫인상 답변을 피해가는 위트있는 모습으로 받아들여졌다”고 했다.

다만 반복됐던 브래드피트에 대한 질문은 ‘무례 논란’에서 여전히 남는다. 해당 기자간담회에서 엑스트라TV의 질문은 마지막 순서였는데, 이미 앞서 브래드피트에 대한 질문이 나온 상태였다. 실제 윤여정은 뒤이어 가진 한국 특파원들과의 기자간담회때 “미국 사람들도 똑같더라. 다 브래드피트 질문만 하더라”고 꼬집기도 했다.

서구에서 관용적으로 많이 쓰이는 표현이다 하더라도 마치 브래드피트를 보고 싶어한 소녀팬 정도로 대우한 것 같아 불쾌하다는 여론도 있다.

엑스트라TV 영상에는 질문에 사용된 어휘 문제보다, 브래드피트에 대한 질문이 아닌 윤여정의 커리어에 대해 질문하라는 비판 댓글이 줄을 잇는다. “이건 무례하지만, 그녀의 답변을 사랑한다(Nah this is so disrespectful but I love how she responded in the best way possible “I didn’t smell him I’m not a dog”)”,

“방송국과 진행자는 사과해야 한다. 이 분야에서 존경받는 베테랑 연기자에게 얼마나 무례한 질문인가. 오스카 수상자에게 다른 사람이 어땠는지를 왜 물어보고 있나(Extra and Rachel should apologize. What a disrespectful question to ask a respected veteran of the industry. Why would you ask what someone smells like during an interview about an Oscar win.)” 등이다.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배우 윤여정이 25일(현지시간) 오스카상 시상식이 끝난 뒤 주로스앤젤레스(LA) 총영사관에서 특파원단과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다른 시청자는 “윤여정이 소녀팬이냐. 73세의 한국인 여배우 윤여정을 존중하는 질문이 아니다. 윤여정이 브래드피트를 무대에서 언급한 이유는 그가 제작자여서라고 한다. 브래드피트는 미나리의 프로듀서 중 한명이다. 그가 수상소감 초반부에 브래드피트를 언급한 것은 영화를 찍을 동안 왜 그들을 한번도 방문하지 않았는지를 얘기한 것이다. 윤여정은 브래드피트의 소녀팬이 아니다(Fangirl? This does not respect 73-year-old Korean actress Youn Yuh Jung. According to information, Youn Yuh Jung is only referring to Minari's filmmaker Brad Pitt. Brad Pitt is one of the producers of Minari. And her comment at the beginning is in reference to why Brad didn’t visit them while they were filming. Youn Yuh Jung is not a fangirl of Bread Pitt.)”라고 비판했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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