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하느니 시신 쌓겠다"..존슨 영국 총리 '코로나 막말' 파문

윤기은 기자 2021. 4. 27.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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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들, "봉쇄령 내리느니 시신 쌓아두겠다" 작년 발언 보도
불법 정치자금·로비 의혹 등..밀려난 측근 잇단 폭로로 궁지

[경향신문]

취임한 지 2년이 채 안 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자금 불법 수수, 기업체 로비 의혹 등에 이어 이번에는 코로나19 대응 관련 막말이 구설에 올랐다.

영국 ITV, BBC 방송 등은 26일(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3차 봉쇄령을 결정하는 총리실 회의가 끝난 직후 장관들과의 대화 중 “봉쇄령을 내리느니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수천구를 높이 쌓아두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봉쇄를 하지 않으면 병원에 군인들을 투입해야 한다’고 경고한 뒤에야 존슨 총리가 봉쇄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을 한 것이 사실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존슨 총리는 “헛소리”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가디언 등 다른 언론들도 당시 자리에 있었던 관계자들로부터 봉쇄령 관련 막말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아내를 잃은 토니 피츠제럴드는 가디언과 인터뷰하면서 “그러한 발언을 한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총리직을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존슨 총리는 여당인 보수당으로부터 정치 기부금을 받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고 총리 관저 인테리어 비용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지난달부터 받고 있다. 현행법상 정치 기부금을 7500파운드(약 1160만원) 이상 받으면 선관위에 신고해야 한다. 현지 언론들은 인테리어 공사를 위해 6만~20만파운드(약 9200만~3억800만원)의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추산했다. 야당은 정치자금 불법 수수 의혹에 대한 존슨 총리의 해명과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으며, 선관위는 관련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제약사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최근 코로나19 백신의 세계적 보급 확대를 위해 지식재산권을 일시 중단해야 한다는 요구가 학계와 국제 기구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존슨 총리가 제약사의 로비를 받고 이를 반대했다는 내용이다.

가전제품 제조 기업 다이슨의 대표 제임스 다이슨이 존슨 총리에게 로비를 벌인 사실도 지난 21일 BBC에서 보도됐다. 두 사람이 나눈 문자메시지 내용에 따르면 존슨 총리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3월 다이슨 대표에게 인공호흡기 생산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다이슨 대표는 세금 문제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고, 존슨 총리는 “내가 고치겠다”고 답했다.

존슨 총리와 관련된 의혹에는 전직 보좌관이자 총리실 실세였던 도미닉 커밍스가 연관돼 있다. 커밍스는 존슨 총리의 약혼자 캐리 시먼즈와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지난해 11월 사임했다. 커밍스는 23일 자신의 블로그에 “존슨 총리가 보수당 기부자들로부터 몰래 인테리어 비용을 받으려 했다”고 폭로했다. 관저 인테리어 공사 관리는 커밍스의 앙숙인 시먼즈가 맡고 있다. 존슨 총리와 다이슨 대표의 문자메시지 유출, 코로나19 발언 논란 등에도 커밍스가 관여돼 있다고 영국 언론 더타임스는 보도했다.

야당은 연일 존슨 총리를 공격하고 있다. 키어 스타머 노동당 총재는 “매일 불법행위의 증거가 늘어난다”면서 “전면적인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등으로 존슨 총리가 정치적 위기에 처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은 분석했다. 그에 대한 의혹은 당장 다음달 6일 열리는 지방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영국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움이 지난 21~23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존슨 총리가 ‘부패했다’ 혹은 ‘거의 부패했다’고 답한 사람은 52%에 달했다.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등으로 상승세였던 보수당 지지율은 이번 의혹들이 알려진 뒤 떨어지기 시작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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