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로 끊은 호주, 대만 언급하며 중국과 더 '험악'
중국 "언행 신중하라" 경고
모리슨 총리 '중국 때리기'
지지율 만회 전략 분석도
[경향신문]
호주 국방장관이 유사시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뜻을 피력하자 중국 정부가 “언행에 신중하라”고 경고했다. 최근 호주가 중국과의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협약을 파기한 데 이어 대만 문제까지 건드리면서 양국 간 긴장 관계가 고조되는 분위기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과 호주의 관계에 있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며 “호주 측은 대만 문제의 민감성을 인식해 언행에 신중하고 대만 독립 분리주의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호주 측은 양국관계에 도움이 되는 일이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피터 더턴 호주 국방부 장관이 대만 문제에 대해 언급한 것을 놓고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더턴 장관은 하루 전인 25일 호주 ABC 인터뷰에서 “중국의 대만 통일 야심이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호주는 이 지역에서 동맹국과 협력해 평화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등 동맹국과 함께 대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다며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더턴 장관의 발언은 호주 정부가 지방정부의 일대일로 협력 사업을 일방적으로 파기해 중국의 반발을 산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나왔다. 머리스 페인 호주 외무부 장관은 21일 빅토리아 주정부가 2018∼2019년 중국 정부와 맺은 2건의 일대일로 업무협약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는 당시 “호주 측이 양국관계를 계속 악화시키고 있다”며 “가뜩이나 어려운 양국관계를 설상가상으로 만들지 말라”고 반발했다.
양국 관계는 호주 정부가 2018년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5G 네트워크 사업에서 배제하고, 지난해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국제조사를 처음으로 제안하면서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호주는 경제적으로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반면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과 이해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호주의 대중국 수출은 전체 수출의 35.3%나 됐다. 하지만 미국 중심의 중국 포위 동맹인 쿼드와 영미권 정보 동맹인 파이브아이스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미국의 요구 외에도 국내 정치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위기에 빠진 스콧 모리슨 총리가 대중 강경 정책으로 지지율 회복을 노리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호주산 소고기, 와인 등에 최대 200%의 관세폭탄을 부과하는 등 경제 보복을 단행했다. 하지만 호주의 대중국 최대 수출품인 철광석에 대한 수입제한 조치는 하지 않고 있다. 호주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우선시하는 한 중국과의 관계는 당분간 풀리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호주가 대만 문제 등에 직접 개입할 능력이 없는 만큼 중국이 크게 반응하지는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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