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오색케이블카 들어설 곳에 산양 분변터..1차 보완서 미흡"

김한솔 기자 2021. 4. 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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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청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2차 보완 요구서 보니

[경향신문]

사진은 설악 오색케이블카 조감도. 양양군 제공
동식물상 등 현황·영향예측 미흡
양양군 조치 ‘총체적 부실’ 판단
“소수지점 연결해 산양 행동권 분석”
다른 멸종위기종 서식 조사도 부족
“이대로라면 환경에 해로운 영향”
케이블카 안전성 확보안도 요구

“이 수준으로 사업 시행 시 (설악산의) 자연환경과 생태경관,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강원 양양군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멸종위기 야생동물들과 희귀식물종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나 보호대책 없이 추진돼 우려된다고 원주지방환경청(원주청)이 또 판단했다. 원주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경영향평가서 2차 보완 요구 내용’ 자료를 지난 23일 양양군에 보냈다. 경향신문은 27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이 자료를 확보했다.

설악산 해발 366m부터 끝청 하단인 해발 1480m까지의 3.5㎞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이 사업은 양양군의 숙원 사업이지만 사업 계획 발표 때부터 환경 파괴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양양군은 2016년 환경영향평가서 본안에 대해 1차 보완을 통보받고 2년7개월 뒤인 2019년 5월 보완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같은 해 9월 원주청은 멸종위기 동식물 서식지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사업 부동의’ 결정을 했다. 그러자 양양군은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심판을 청구했고, 올해 초 행심위는 ‘2차 보완 기회를 주지 않고 곧바로 부동의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원주청의 2차 보완 요구는 이 결정에 따른 것이다.

■ ‘거의 모든 부분에 보완 필요’ 판단

원주청은 양양군의 환경영향평가 보완조치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판단했다. 원주청은 “사업 예정지의 동식물상, 지형 등 환경 현황에 대한 조사 및 그에 따른 영향 예측이 미흡하고,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저감·보호 방안이 적정하게 제시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상부 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탐방로 회피대책 등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보완서 수준으로 사업 시행 시 사업 예정지의 자연환경, 생태경관 및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했다.

■ 산양 등 멸종위기종 다시 조사해야

사업 예정지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의 서식지라는 점은 이 사업의 가장 큰 논란거리였다. 산양 외에도 하늘다람쥐 등 다른 멸종위기종의 서식 현황 조사와 보호대책이 부족하다는 게 앞서 원주청이 사업 부동의 결정을 한 결정적 이유였다.

원주청은 2차 보완 요구에서도 “양양군이 제시한 무인센서 카메라를 이용한 방법만으로는 산양 외 멸종위기종에 대한 서식 현황을 확인하기 곤란하고, 보완서에 제시되지 않은 산양 분변터, 잠자리터가 사업 예정 노선을 따라 확인되는 등 멸종위기종에 대한 조사가 미흡하다”며 “카메라에 출현된 소수 지점만을 연결한 행동권 분석의 한계, 적정하지 않은 국내외 사례 분석과 제시” 등을 문제로 짚었다.

그러면서 “무인센서 카메라 및 현장조사를 병행 실시해 직간접 영향권 내 서식 현황, 판단 기준과 근거를 함께 제시하라”며 “일정 수준 이상의 개체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행동권을 분석하라”고 요구했다. 원주청 관계자는 “양양군이 낸 보완서의 산양 행동권 분석 결과가 기존 연구 결과와는 차이가 있었기 때문에 정확한 검토가 필요해 GPS 분석을 요구한 것”이라고 밝혔다.

원주청은 “산양 외 멸종위기종에 대해서는 영향 예측과 분석이 미흡하므로 각 종별 특성을 고려한 추가 조사를 진행해 서식 현황을 상세히 제시하라”고 했다.

■ 식물도 처음부터 다시 조사

원주청은 양양군이 사업 예정지에 보호가치가 높은 식물들이 존재하는데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원주청은 “조사 시기별 조사 지점 불일치, 시설물 설치 예정지가 아닌 인접 지점 조사” 등을 조사의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조사에서 누락된 희귀식물 등 보호가치가 높은 식물종이 사업 예정지에 실제로 분포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추가 정밀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양양군이 ‘식생보전 2급’ 지역으로 평가한 것에 대해서는 “실제와 다르게 저평가됐다”며 “2급 이하로 평가된 지역은 재평가를 실시하라”고 했다. 환경 훼손 우려가 특히 큰 케이블카 상부 정류장 부지에 대해서는 “식생보전 1등급지, 법정보호종, 아고산성 식물, 설악산의 고유식물 서식지를 보존할 수 있는 사업계획을 수립하라”고 요구했다. 동식물 보호뿐 아니라 풍속에 따른 케이블카의 안전성 확보 방안이나 케이블카 설치에 따른 설악산의 경관 훼손에 대해서도 다시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양양군은 행심위가 ‘부동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했음에도 원주청이 재보완 요청을 한 것에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의 정인철 상황실장은 “행심위는 ‘절차적 하자’만 지적한 것이지 (부동의 자체의) ‘내용적 하자’를 말한 건 아니다”라며 “이번 보완 요구는 철저한 내용적 검토를 바탕으로 했다. 양양군이 2년 넘게 보완한 보완서가 부실하다는 것이 발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도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사업 예정지는 보호가치가 매우 높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환경 조사나 영향 예측이 미흡하다”며 “양양군이 보완서를 제출하면 최종 결과를 도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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