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는 '넘사벽'..'아트'로 몰리는 2030

김은성 기자 2021. 4. 27. 21:2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미술품 공동구매를 대행하는 한 디지털플랫폼에 3개월여 사이 36.4%의 수익률을 기록한 미술품을 매각한다는 공지가 떠 있다. 아트앤가이드 웹사이트 캡처

주식·코인…이젠 ‘아트테크’

1000원으로도 투자 가능한
미술품 소액펀딩업체 늘면서
공동구매자 60%가 2030세대
세금 적은 것도 몰리는 요인

주식과 코인에서 시작된 2030세대의 투자 열풍이 미술품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아트’와 ‘재테크’의 합성어인 ‘아트테크’가 청년층의 신규 투자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술품 구매를 알선하는 업체들에 대한 정부의 승인 제도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고,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덤볐다가는 원금 손실에 이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27일 미술업계에 따르면 여러 사람이 미술품을 공동구매해 가격이 오르면 수익을 나누거나, 갤러리나 백화점, 고급 레스토랑 등에 작품을 대여해서 생기는 수익금을 나눠 갖는 아트테크가 최근 활발하다.

아트테크는 과거에는 검증된 작가들의 작품에 큰돈을 베팅할 수 있는 고액 자산가들의 전유물이었지만, 최근에는 각자 주머니 사정에 따라 소액 펀딩도 가능해지면서 2030세대의 참여가 늘고 있다.

정보기술(IT)의 발달도 청년층의 미술품 투자를 촉진하는 배경이다. 은행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인터넷 기반의 공동구매 사이트에 접속해 간단한 가입 절차만 거치면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미술품 경매업체인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와 신한은행은 지난 1월26일부터 신한은행 ‘쏠’ 앱을 통해 천경자, 백남준, 구사마 야요이 등의 작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신한은행 등에 따르면 미술품 공동구매자의 60%는 2030세대다. 최소 펀딩 금액이 1000원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점도 청년층의 참여를 견인하고 있다. 서울옥션블루는 기대 이상의 반응이 나오자 다음달부터 다른 금융사와도 동종 서비스를 함께할 예정이다.

무턱대고 덤볐다간 ‘큰코’

관련 규제 없는 알선 업체들
작가·작품 사전 지식 없이
수익률만 좇다간 원금 잃어
“예술적 안목 길러 장기 투자”

미술품에 대한 청년층의 투자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세계 최대 규모의 아트페어 주관사인 스위스 아트바젤이 최근 발표한 ‘2021 미술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10개국 고액 자산가 컬렉터 2569명 중 52%가 2030세대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최근 국내 미술 경매 현장에서도 ‘2030 컬렉터’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합리적 가격의 현대미술과 유명작가 에디션(한정판) 작품에 많은 응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업계도 고무적인 분위기다. 그간 저평가된 미술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인테리어 붐이나 풍부한 유동성 등으로 더 많은 청년층이 미술품 투자 시장에 들어올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미술평론가 김윤섭씨는 “소장 기간만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리셀(되파는) 시장’이 체계적으로 형성된 곳이 미술시장”이라면서 “IT 발달로 미술품에 대한 허들(장애물)이 낮아지면서 청년층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술품은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 세금 측면에서 혜택이 많다. 일단 생존 작가들의 작품을 거래하면 양도세 등 어떠한 세금도 내지 않는다. 작고한 작가들 작품인 경우에는 매매가 6000만원 이상일 때만 작품 제작에 들어가는 필요경비 90%를 제외한 금액에 대해 기타소득세 20%가 부과된다. 다만 미술품 공동구매를 돕는 업체들은 금융당국에 등록된 투자업체가 아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금전적 손해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보호받기 어려워 신중할 필요가 있다. 주식이나 코인에 비해 환금성도 떨어진다.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할 때 금융업에 대한 이해와 공부가 필요하듯 미술품 거래에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사전 학습이 필요하다.

신진 작가들의 작품은 가치를 인정받기까지 수년이 걸리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미술품은 주식이나 코인과는 성격이 다르다”며 “수익률만 좇기보다 예술적 안목을 기르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접근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은성 기자 kes@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