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닐. 앨범. 커버. 아트 - 오브리 파월 [최지선의 내 인생의 책 ③]
[경향신문]
한때 앨범 커버 또는 음반 슬리브를 다룬 서적에 꽂힌 적이 있다. 미술 전문 서점이나 아마존닷컴을 들락거리며 앨범 커버 아트를 모아놓은 화보집을 찾아보았고, 앨범 커버 아트의 역사를 다루거나 작가별로 엮은 책을 발견할 때는 나름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사실 앨범 표지에 집중하는 것은 순전히 음악 작품 자체로만 평가해야 한다는 비평적 관점과는 다소 어긋나는 일이다. 앨범 커버 아트가 상품 디자인(상업 예술)의 영역에 속하는 데다 무형의 사운드(청각)를 유형의 물질(시각과 촉각)로 접근하는 일은 이율배반적인 행위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런 점에서 1978년 영국의 펑크·뉴웨이브 밴드 엑스티시(XTC)의 <GO2> 음반 커버는 또 다른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것은 앨범 커버이다” 혹은 “이것은 알판 레벨이다” 등의 글씨로만 채워진 자기지시적 표지는 앨범 커버의 패러독스에 대한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단지 앨범 커버만 보고 음반을 사(거나 사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 그렇지만 이는 기만이다. 이에 동의하면 이 커버의 글 또는 앨범 내용물을 좋아하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 재기발랄한 커버 아트는 영국 디자인 그룹 힙노시스(Hipgnosis)의 작품이다. 그 외 수많은 명작을 다 언급하지 못해 아쉽다.
여기서 이전에 보았던 다른 커버 아트 컬렉션이나 서적을 선정할 수도 있지만, 앨범 아트워크의 거장 힙노시스의 작품을 온전히 망라한 책이 번역돼 반가운 마음에 적어본다. 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이 등장하기 이전, “가위와 접착제의 달인”으로서 ‘한땀한땀’ 오리고 붙이며 ‘몽타주’를 만들어내던 시절의 생생한 제작담도 흥미롭다. 음반이라는 물리적 실체 자체가 약화된 지금, 시각적으로 사운드를 상상하게 만드는 커버 아트는 바이닐(LP) 시대의 유물이 되어 가고 있다.
최지선 |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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