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셈 솔레이마니가 JCPOA 방해"..이란 외무장관 녹음파일 파문
[경향신문]
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이 “이란혁명수비대의 군사작전을 위해 외교를 희생해야 했다”고 말한 육성녹음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이란 대선에 출마한 강경파 후보들을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녹음파일은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복원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란국제TV는 지난 3월 자리프 장관이 가셈 솔레이마니 전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최고사령관을 작심 비판한 3시간 분량의 녹음파일을 입수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혁명수비대의 수장이던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2019년 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정부에 암살당한 뒤 이란에서 순교자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가 암살된 후 이란에는 대미 강경파들의 정치적 목소리가 커졌다.
자리프 장관은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이 JCPOA에 부정적이었다고 주장했다. 2015년 이란이 버락 오마바 전 미국 정부와 JCPOA를 체결한 직후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JCPOA를 파괴할 목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솔레이마니의 순방은 이란 외무부가 통제할 수 없는 모스크바의 주도에 따라 이뤄졌고, 그 목적은 JCPOA를 파괴하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과 미국의 관계 정상화에 반대한 러시아가 JCPOA를 파괴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JCPOA는 이란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는 대가로 미국 등 국제사회가 대이란 제재를 풀기로 한 합의다.
자리프 장관은 이란이 항상 전쟁작전을 외교보다 우선시했다고 주장했다. 솔레이마니 전 사령관은 외무부의 반대에도 시리아에 지상군을 파견했으며, 외무부의 동의 없이 이란항공을 이용해 시리아에 군수물자를 날랐을 수 있다고 암시했다. 이란의 외교 정책을 결정하는 데 외무부 장관인 자신의 역할은 “없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란의 한 언론인이 진행한 이번 인터뷰는 하산 로하니 정권이 퇴임한 후인 오는 8월 발표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란 외무부는 26일 “외부에 풀린 것은 인터뷰가 아니라 기밀대화였다”면서 “누가 그것을 출판했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자리프 장관은 최근까지도 대선 잠룡으로 오르내리는 인물이다. 중동전문매체 알모니터는 “자리프 캠프 내의 인물이 녹음파일을 공개했을 수 있다”면서 “이번 파일을 공개하면서 이익을 얻을 사람은 자리프 장관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녹음파일이 대선에 출마한 이란 강경파 후보들을 겨냥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란혁명수비대가 지원하는 대미 강경파들은 ‘미국을 믿을 수 없다’면서 대미 온건파인 로하니 정부가 진행하는 JCPOA 회담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AP통신은 이번 녹음파일은 미국과 유럽이 참여하는 JCPOA 복원 협상에도 영향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내에는 대미 강경파가 집권할 것이 유력한 오는 6월18일 이란 대선 전에 JCPOA 복원을 서두르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것이다. JCPOA 복원 협상은 27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재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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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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