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인종·나이 편견까지 일거에 깬 윤여정

기자 2021. 4. 2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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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 주요상 4관왕을 석권했다.

102년 되는 올해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에서의 진솔한 연기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첫째로, 아카데미 배우상 수상은 한국 최초라는 점이다.

연기가 뛰어난 한국 남자 배우가 많지만, 아카데미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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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영미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숙명여대 교수

한국영화사 100년 만에 ‘기생충’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이듬해 아카데미 주요상 4관왕을 석권했다. 102년 되는 올해 윤여정 배우가 ‘미나리’에서의 진솔한 연기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번 수상이 지니는 의미가 여러 가지로 깊다.

첫째로, 아카데미 배우상 수상은 한국 최초라는 점이다. 그동안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수상한 배우는, 여우주연상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씨받이’의 강수연, 칸 영화제에서 ‘밀양’의 전도연, 베를린 영화제에서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김민희와 베니스 영화제에서 신인상을 수상한 ‘오아시스’의 문소리를 꼽을 수 있다. 이번 수상으로 윤여정 배우는 영국 아카데미 배우상에 이어, 미국 배우조합상 등 30여 개 상을 받으며, 미국 아카데미상까지 거머쥐게 됐다. 할리우드 영화계의 세계 파급력은 유명 국제영화제보다 크기 때문에 더욱 주목할 만하다. 연기가 뛰어난 한국 남자 배우가 많지만, 아카데미나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이 없었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여배우 기근이라고 말하는 현 한국 영화계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93회 동안 아카데미에서 영어가 아닌 대사(臺詞)로 수상한 경우는 남녀 통틀어 여섯 번째, 아시아 여배우로는 두 번째 수상이라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외국어 대사 평가에 인색하다고 여겨졌던 아카데미에서 수상했다는 것은 윤여정 배우가, ‘기생충’에 이어 아카데미의 인종과 언어의 문을 활짝 열게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해 앞으로 한국 배우가 할리우드에 진출할 수 있는 터전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해외 경쟁력이 있는 배우를 키우는 산업적인 시스템도 필요하다.

또한, 역대 여우조연상 수상자 중 세 번째로 나이 많은 수상자라는 점도 유의미하다. 50년 동안 자신의 연기에 몰입한 결과인 만큼, 우리 사회에 노인의 능력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또한, 영화에서 주인공만 중요한 게 아니라, 영화의 색깔을 보태주는 조연(助演)의 중요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73세에 받은 여우조연상은 그동안 인종·노인·조연·여성이라는 편견을 일거에 불식시킨 드라마틱한 쾌거임에 틀림없다. 앞으로 한국 영화계도 톱스타 주연에만 연연하지 말고, 다양한 조연의 역할에 좀 더 주목해야 할 것이다.

배우상 수상은 영화의 작품성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므로 우선 작품성이 뛰어난 영화가 다양하게 제작돼야 할 것이다. ‘미나리’가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가 될 만큼 북미에서 어필하는 것은, 이민자의 아픔에 대한 공감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 민족의 아픔과 매력을 보여주는 디아스포라 관련 주제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미나리’에서 순자라는 캐릭터가 보여준 한국 할머니의 모습은 한국인의 끈기와 의지, 솔직함과 자유로운 이미지를 전 세계에 전파했다.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가 기여하는 국가 경쟁력은 예상보다 크다. ‘기생충’의 해외 수익이 300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미나리’의 경우는 해외 제작이어서 ‘기생충’과는 다른 경우다. 하지만 이번 수상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한국 영화산업에 대한 국가적 관심과 투자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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