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 개업 공연 같다" 시진핑 모교 中칭화대 댄스 공연 논란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4. 27.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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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 때 춤보다 좋아"
학생 옹호하는 목소리도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 칭화대 교정에서 열린 개교 110주년 기념 댄스 공연./중국 소셜미디어

중국 최고 대학이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인 칭화대는 얼마나 엄숙해야 하는가? 지난 25일 칭화대 개교 110주년을 맞아 열린 학생들의 춤 공연이 중국 온라인과 칭화대 동문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영상은 칭화대 대강당 잔디밭 앞에서 여학생들이 악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장면이다. 여학생 9명은 술이 달린 황금색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2분간 춤을 췄고, 현장 관객들은 카메라로 이 장면을 촬영하고 손뼉을 쳤다.

이 영상은 25일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퍼지며 논란이 됐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칭화대 동문인 차오무(喬木) 전 베이징외국대 교수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예술의 아름다움, 청춘의 관능, 스포츠의 힘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며 “(안무) 구성이 졸렬하고 표현이 조잡하고 음악이 어색해 약 장사 공연이나 목욕탕 개업 축하 공연인 줄 알았다”고 했다. 이 글은 10만건 넘게 댓글이 달렸고 일부 누리꾼은 “대학이 서구 문화에 물들었다” “춤과 의상이 저속하다” “일류 칭화대의 교풍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했다. 칭화대 사회학과 교수인 궈위화(郭於華)도 소셜미디어에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학생들에 대한 비판이 가혹하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학생들이 즐거워서 춤을 추는 게 무슨 문제냐” “저 중에 원사(중국의 최고 학자)가 몇 명 나올 것”이라는 것이다. “독립과 자유의 정신을 표현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 네티즌들은 “재즈 댄스를 추는 일부 학생들의 표정이 굳어 있다”며 “학교 측이 사전에 프로그램을 짠 것이라면 춤을 추는 학생들이 아니라 학교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도 했다. 칭화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칭화대 출신으로 1989년 천안문 학생 시위를 이끌다 미국으로 건너간 저우펑숴(周鋒鎖)는 소셜미디어에 “문화대혁명(1960~70년대 극좌사회운동) 스타일 춤만 추지 않는면 상관없는 것 아니냐”며 학생들에 대한 과도한 비판에 대해 우려했다. 중국 시민운동가인 왕아이충(王愛忠)도 소셜미디어에 “(축제 내용이) 칭화대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지만 젊음에게는 저속함이란 없다”며 “지금 정치 분위기에서 이번 파문 이후 학생들이 저만큼 저속할 공간조차 갖지 못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했다.

칭화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모교다. 시 주석은 지난 19일 칭화대를 방문해 “우리가 건설해야 하는 세계 일류 대학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일류 대학”이라며 청년들에게 중국 공산당사를 공부하고 중국 전통, 사회주의 가치관을 자각하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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