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복' 공유.."쉽지 않은 얘기에 더 끌린다"

박찬은 입력 2021. 4. 27.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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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복’은 중국 진나라 시절 진시황제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떠난 신하의 이름이다. 이에 힌트를 얻어 ‘죽지 않는’ 복제인간과 ‘죽음을 앞둔’ 한 남자의 로드무비를 구상한 ‘건축학개론’ 이용주 감독의 ‘서복’에서 배우 공유는 복제인간을 옮기는 마지막 임무를 맡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았다. 언론간담회와 제작발표회에서 오간 문답을 정리했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전국에 첫사랑 신드롬을 일으킨 감독의 9년 만의 복귀작 ‘서복’이 지난 15일 극장과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티빙(TVING)으로 동시 개봉했다. 한국형 좀비 열풍의 시작을 알린 천만 영화 ‘부산행’, 아시아 전역에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도깨비’를 비롯해 영화 ‘82년생 김지영’, ‘밀정’, ‘도가니’ 등 매 작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해온 공유는 ‘서복’에서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은 전직 정보국 요원 ‘기헌’ 역을 맡았다. 이용주 감독이 9년간 시나리오를 쓴 ‘서복’은 마블 영화식 인조인간 장르도, 복제인간을 큰 주제로 다룬 SF영화도 아니다. 영화는 복제인간과 전직 정보국 요원의 여정을 통해 죽음에 대한 인간의 두려움과 영생에 대한 욕망의 양면, 죽음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여러 가지 시선들을 다루고 있다. 이용주 감독은 “보통 이런 영화에선 복제인간이 주인공으로, 스스로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서복’은 민기헌이 서복을 바라보는 시선이 주 소재였다. 헛된 희망을 갖고 있다가 마지막엔 어떤 방식으로든 구원받는 것. ‘동행’의 관점에서 서복을 바라보고, 그 관점 역시 관객들도 경험하기 바랬다”고 밝혔다. 여정의 초반에는 마치 인간의 감정을 못 느끼는 것처럼 무미건조했던 서복의 감정선은 처음 마주한 자연에 놀라고 자기 존재에 대한 의미를 고민하며 동행자와 보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점점 짙어진다.

▶공유 “과연 이 시나리오가 스크린에 어떻게 옮겨질까 궁금했다”

‘부산행’, ‘밀정’, ‘도깨비’, ‘82년생 김지영’ 등 전작이 작품성, 흥행 모두 성공했는데, 작품을 선택할 때 본인만의 기준이 있다면? 시나리오를 봤을 때 이 글을 쓴 사람이 얼마나 고뇌했는지가 느껴질 때 같이 도전해보고 싶어진다. 이 얘기를 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수많은 고민을 했을까가 느껴지면 흥행 유무와 상관없이 함께 하고 싶어진다는 얘기다. 소재나 기획이 평소 내 관심분야라면 더 좋고.

‘서복’을 선택한 이유도 같은 건가? 시나리오에서 날카로운 주제 의식이 돋보였다. 재미 있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구현해내기 쉽지 않은 이야기였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가 탄생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작품을 오래 품에 안고 고민하셨구나’라는 게 느껴졌고, 감독님이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본질에 크게 끌려서, 도전 의욕이 생겨났다. 시나리오가 화면에 잘 구현이 되서, 제가 시나리오를 봤을 때 느낌을 관객 분들도 느꼈으면 해서 선택했다.

‘서복’의 기헌은 전작들과는 다른 모습인데. 작품을 선택할 때마다 늘 다른 캐릭터, 뭔가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것에 집중하는 편은 아니다. 구현해내기가, 이야기하기 어려워서 다들 안 했던 이야기라든가, 시나리오가 좋다거나 구성이 좋은 작품에 손이 가는 성향인 것 같다.

박보검이 맡은 ‘서복’과는 어떤 관계인가? 보검 씨와도 뭔가를 구체적으로 정해두고 연기하진 않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느끼고, 상황에 충실했던 것 같다. 처음엔 낯설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엔 연민이 생기고 시간이 중첩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하게 됐다. 감독님도 많이 이야기해주신 부분인데, 기헌과 서복은 서로 동행하게 되면서 서로를 헤아리고 구원하게 되는 관계다.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관객이 기헌의 입장이 되어 서복을 바라보다가 마지막엔 ‘내가 기헌이라면?’이라고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그간 대중에게 많이 각인된 박보검의 선한 눈빛 대신 강하게 바뀐 이미지 변신도 반가웠다.

안 부장 역을 맡은 조우진과는 ‘도깨비’에 이어서 두 번째 만남인데 호흡은 어땠나. ‘도깨비’ 때도 두어 번 같이 촬영한 게 다였다. ‘서복’ 때도 촬영 전에 많이 만나지 않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적으로 너무 친해지면 극중 몰입이 잘 안될 것 같아서. 극중에서 기헌에게 안 부장은 두려운 존재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해야 현장에서 훨씬 두려운 감정이 커질 것 같았다. 배우 조우진이 가진 아우라, 에너지, 눈빛 때문에 시작도 전에 그 신의 무드가 잡혀서 너무 편안했다. 아무런 대사가 없어도 서있기만 해도 실제 안 부장 앞에 선 기헌처럼 두려웠다.

연기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특수효과가 필요한 장면들에서 실제 인물이 있다고 가정하고 감정 연기를 펼쳐야 했던 부분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막연하게 상상했던 공간이었는데 촬영 현장에 들어서는 순간 내가 진짜 ‘기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스태프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열정, 노력으로 탄생한 공간 덕분에 캐릭터에 더욱 몰입할 수 있었다.

전직 정보국 요원인데, 액션 연기는 전작들과 어떤 점이 달랐나? 이전에 찍었던 작품들에 비하면 액션 신이 많지 않았고, 무술감독님과 회의할 때도 구성이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민기헌의 액션 베이스는 ‘유도’다. 도복 깃을 잡고 넘기거나 발로 쳐내며 수 싸움을 하는 스타일이었는데, 그게 지금까지 안 해본 결이어서, 그 디테일을 살리는 것이 어려웠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임세은 박사(장영남 배우)가 나가다가 민기헌을 돌아보며 툭하고 던지면서 말하는 “사람들 참 겁 많죠? 욕심도 많고”라는 대사가 시나리오를 읽을 때부터 내겐 영화를 관통하는 테마였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영화를 찍으며 ‘인간의 삶이란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했을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고, 작품을 하기로 결정하고, 영화를 찍는 동안 내내 고민하고 생각했던 문제다. 얼마나 오래 사느냐보다는 어떻게 사느냐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는 게 ‘서복’으로 인해 얻은 것인 것 같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민기헌이 처음 등장하는 신이 많이 편집됐더라. 예민하고 날선 이미지를 표현하기 위해 체중을 감량하고, 얼굴 살도 많이 빼고, 초췌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면서 민기헌이 굉장히 고통스러워하는 인물이라는 걸 각인시키고 싶었다. 일부러 구역질을 많이 하다보니 끝나고 담이 와서 일주일이나 고생했는데, 많이 편집됐다(웃음). (이용주 감독)“숙취로 많이 오해해서 편집했다.”

앞으로 기헌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살아갈 것 같나? 어려운 질문이다. 이젠 마음이 좀 편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본인이 죽을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고. 인간이기 때문에 고민이 온전히 사라지진 않겠지만 남은 삶은 좀 덜 힘들지 않았을까?

군필자로서 군대에 있는 박보검 씨에게 조언을 해준다면? 박보검 씨는 조언이 별로 필요 없는 사람이다. 워낙 스스로 알아서 잘 하고, 현장에서도 가장 어리고 후배였지만 시야가 절대 좁지 않고, 같이 일하는 모든 이들을 배려하고 신경 쓰는 게 느껴지는 친구다. 저의 얄팍한 조언 없이도 같이 생활하시는 분들이 잘 알 정도로 잘 하고 있을 것이다. 더 깊어지고 더 성장해서 올 것이다. 너무 잘하려고, 너무 열심히만 안 했으면 좋겠다(웃음).

관객에게 마지막 인사 한마디? 연말부터 개봉이 많이 밀리면서, 내심 아닌 척 했지만 과연 극장에서 영화가 걸릴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다. 일단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게 되서 얼떨떨하고, 상영만으로도 너무 기쁘다. 시나리오를 받고 출연을 결정하고, 또 촬영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정이었고,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영화였다. 다소 철학적, 무겁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됐으면 좋겠다.

[글 박찬은 기자 사진 CJE&M]

[※본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76호 (21.04.27)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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