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놓친 車반도체 그 회사.."삼성도 '70조 인수 카드' 고민"

심재현 기자 2021. 4. 2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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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갈등이 아니었다면 퀄컴이 3년 전에 품었을 회사죠. 삼성전자도 시너지 효과를 충분히 따져볼 가치가 있습니다."

26일 미국 월가의 JP모간이 다시 불을 지핀 삼성전자의 차량용 반도체업체 NXP 인수설에 대한 반도체업계 관계자의 언급이다. 월가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JP모간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M&A(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NXP와 함께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스 등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운영하는 반도체업체를 후보로 거론했다.

퀄컴도 탐내…기술역량 뛰어난 선두업체

그중에서도 NXP는 최근 3~4년 동안 수차례 삼성전자의 M&A 후보로 올랐던 네덜란드 업체다. IB(투자은행)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2019년에 이미 NXP 사업장을 실사했다는 얘기까지 돌았다. NXP는 삼성전자의 미국 현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생산라인이 있는 텍사스주 오스틴시와 애리조나주에서 생산라인을 운영한다.

NXP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 가운데 AP(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와 인포테인먼트, MCU(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 등의 기술 역량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독일의 인피니언이 사이프러스를 인수하기 전인 2018년까지는 NXP가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 1위였다. 지난해 순위는 2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반도체업체 퀄컴이 반도체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로 기록될 뻔했던 440억달러(약 50조원)를 들여 NXP와 인수 계약을 체결했던 게 이런 배경 때문이었다. 당시 계약은 국제법에 따라 두 회사의 합병으로 영향을 받는 미국, 유럽, 한국, 일본, 중국 등 9개 국가의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었던 중국 정부의 불허로 무산됐다.

인수예상가격 70조원…삼성 여력 충분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할 경우 인수가는 7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NXP의 시가총액이 지난 23일 기준 5만4100억달러(약 60조5800억원)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여력은 충분하다. 지난해 현금 보유액이 100조원을 넘는다.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하면 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120조원에 달한다. 이런 현금 동원력은 삼성전자의 인수설이 끊이지 않는 또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도 M&A 자체에 대해서는 부정적이지 않은 입장이다. 최윤호 삼성전자 경영지원실장(CFO·사장)은 지난 1월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3년 안에 의미 있는 M&A를 실현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재무 상황이나 M&A 현안에 대해 보수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CFO가 3년이라는 시기를 밝힌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2% 수준에 그치는 삼성전자가 백악관 회의에 초청된 뒷배경이 NXP 등을 포함한 차량용 반도체업체 인수 시나리오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만과 시너지…단기간에 시장 안착 '퀀텀 점프' 가능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한다면 차량용 AP와 인포테인먼트 분야에서 하만과 시너지를 우선 고려할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분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380억달러(약 42조8000억원)에서 2026년 676억달러(약 76조2000억원)로 확대될 전망이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자동차 1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2018년 400달러 수준이었지만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2024년에는 1000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자동차용 반도체는 차량 부품이라는 특성상 납품할 때까지 장기간 검증이 필수적"이라며 "기술력으로만 시장에 진입하기 힘들기 때문에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 관련업체를 인수하면 시장을 선점하기 유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익 적다' 회의론도…주요국 견제·이재용 공백도 걸림돌
이런 분석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회의론도 나온다. 삼성전자가 NXP를 인수하면 BMW나 포드 등 NXP의 기존 고객사를 상대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사업을 안정적으로 확대할 수는 있지만 차량용 반도체 사업 특성상 큰 수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다.

NXP의 지난해 매출 가운데 차량용 반도체 비중이 44%로 나머지 매출은 사물인터넷(21%), 통신인프라(20%), 모바일(15%) 등 삼성전자의 사업분야와 겹친다.

퀄컴의 3년 전 인수전처럼 중국 등의 견제를 뚫고 인수 작업이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당시 인수전이 틀어지면서 퀄컴이 NXP에 물어준 위약금만 2조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국의 패권 경쟁에서 반도체가 핵심기술로 떠오르면서 최근 이런 견제 기조는 더 두드러지는 추세다. 영국은 최근 미국 엔비디아의 ARM 인수에 문제를 제기하며 제동을 걸었다. 중국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의 일본 고쿠사이일렉트릭 인수 심사를 보류하면서 인수전을 또다시 무산시켰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70조원 안팎의 M&A를 결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도 걸림돌로 지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0월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살펴보고 있다. 왼쪽부터 ASML 관계자 2명, 김기남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마틴 반 덴 브링크 ASML CTO(최고기술책임자). /사진제공=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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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기자 urm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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