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드 동맹’ 인도 도우려… 美대통령·부통령·국방장관까지 나서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4. 2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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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하루확진 30만명 비상사태… 美, 백신 원료까지 수출하기로
중국이 인도 돕겠다고 밝히자 美 치료제 등 대대적 지원 추진
해리스 美부통령

연일 30만명 이상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인도에 미국이 백신 원료에 대한 수출 제한을 풀고 치료제와 산소호흡기, 개인보호장비 등을 지원하겠다고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대통령과 부통령, 백악관, 국방부가 모두 나서 대대적 지원 성명도 발표했다. 미국은 사흘 전까지만 해도 인도 지원에 소극적이었는데 ‘백신 부자’ 미국에 대한 인도 내 여론이 악화하고 중국이 이 틈을 파고들려는 조짐을 보이자 극적으로 태도를 바꿨다. 대중 견제를 위해 구축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국의 연합체 쿼드(Quad)가 흔들리기 전에 인도를 확고한 동맹의 틀 안에 묶어두려는 계산으로 해석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팬데믹 초기 우리 병원이 들어찼을 때 인도가 미국에 지원을 보낸 것처럼 우리도 인도가 필요로 할 때 반드시 도울 것”이라고 썼다. 모친이 인도 출신이었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트위터에 “원조를 보내는 것 이외에 용감한 의료계 종사자들을 포함한 인도인을 위해 기도한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아지트 도발 인도 국가안보보좌관과 통화하며 대대적 지원을 약속했다. 에밀리 혼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즉시 인도가 사용할 수 있도록 인도의 코비실드(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제조에 긴급히 필요한 원료 공급원을 확보했다”며 “비축된 치료제, 신속 진단 검사 키트, 산소호흡기, 개인보호장비(PPE)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코로나 관련 주요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를 완화해 인도에 물품을 보내겠다는 뜻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미국이 기존의 수출 제한을 뒤집었다”고 했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도 “인도의 최일선 의료 종사자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신속하게 공급하려는 미 정부 부처 합동 노력을 지원하라고 국방부에 명령했다”며 “수송과 군수 지원을 며칠 내로 제공할 것”이란 성명을 발표했다. 인도에 물자를 보내려고 미군까지 동원하는 것이다. NSC는 또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제개발처의 공중 보건 전문가팀도 현지에 파견하겠다고 밝혔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이날 ABC방송에 출연해 미국에 비축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인도에 보내는 것도 “적극적 고려 대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당초 바이든 행정부는 미 국내 여론이나 다른 동맹국과의 형평성 등을 의식해 인도 지원에 다소 소극적이었다. 지난 22일 국무부 정례 브리핑에서 “인도에 대한 백신 원료 수출 통제를 풀 것이냐”는 질문에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물어보라”며 “미국은 미국인들에 대한 접종 노력을 가장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태도에 인도 여론은 들끓었다. 인도 언론에는 ‘미국 우선주의' ‘미국이 인도의 코로나 백신 원료 수출 통제 해제를 거부했다' 같은 기사들이 실렸다. 미국은 최근까지도 백신 제조 원료를 보내달라는 인도의 요구를 묵살했다.

중국은 발 빠르게 이 틈을 파고들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정례브리핑에서 “인도에 지원할 준비가 돼 있고, 인도 측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은 “미국이 (코로나 물자 수출 통제로) 인도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여론전을 벌였다. 미국의 지원 발표 전 신화통신은 “미국·일본·인도·호주(쿼드 회원국)가 지난달 인도의 백신 생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 미국은 (백신) 원료 수출을 계속 규제하고 있다”며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자국 우선주의)가 여전하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쿼드’ 전선을 유지하려 인도에 대한 대대적 지원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쿼드 4국은 지난달 12일 첫 정상회의를 화상 개최하고, 내년 말까지 10억회분 이상의 코로나 백신을 동남아 지역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백신 외교에 대응하고자 미국, 일본, 호주가 기술과 자금, 수송력을 지원해 인도에서 생산한 백신을 역내 개발도상국에 나눠주겠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정작 인도가 코로나의 타격을 받으면서 그 대응이 시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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