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양 찾아내 GPS 달아라” 환경부, 오색케이블카 몽니

양양/김정엽 기자 2021. 4. 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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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군 “황당… 법적대응”
지난해 강원 양양군 남대천 둔치에서 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부동의 환경부 규탄 범도민 궐기대회에 참석한 양양군민들이 양양 읍내 시가행진 중 환경부장관을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조선DB

설악산 국립공원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과 관련, 지방환경청이 “산양에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동선(動線)을 분석하라”는 등 사실상 이행하기 어려운 환경 영향 평가를 지자체에 요구하면서 지역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오색케이블카는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와 끝청(해발 1480m) 사이에 길이 3.5㎞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양양군이 2012년부터 추진했지만, 2019년 환경부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며 제동이 걸렸다. 지난 연말 국민권익위원회 중앙행정심판위원회 결정으로 사업의 물꼬를 텄지만, 이후에도 지방환경청이 무리한 보완 요구를 하며 사실상 사업을 중단시켜려 한다는 것이다.

26일 강원도와 양양군 등에 따르면, 원주환경청은 최근 양양군에 보낸 ‘환경 영향 평가서 2차 보완 요구서’에서 “사업 예정지 환경 현황에 대한 조사와 영향 예측이 미흡하고, 멸종 위기종 보호 대책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항목 10개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요구 사항 중에는 ‘조사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산양 개체 수를 대상으로 위치추적기를 부착해 위성항법시스템(GPS) 분석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양군은 멸종 위기종인 산양은 발견하기 어렵고, 주로 절벽에 서식해 포획 과정에서 산양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조사 대상 산양의 구체적 숫자에 대해 원주환경청은 “양양군이 알아서 조사할 일”이라고 했다.

원주환경청은 박쥐의 초음파 추적 결과를 바탕으로 서식지에 대한 현장 조사도 요구했다. 양양군은 앞서 박쥐가 쏘는 초음파를 분석해 설악산 박쥐 개체 수와 종을 분석해 제출했는데, 여기에 서식지 현장 조사까지 추가 조사하라는 것이다. 원주환경청은 지반 안정성을 분석해야 한다며 설악산에 구멍을 뚫는 시추 조사도 지시했다. 양양군은 “케이블카 건설의 반대 명분으로 내세웠던 환경 피해 최소화 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라는 입장이다.

원주환경청은 양양군이 2차 보완 사항에 대해 답변하면 ‘동의’나 ‘조건부 동의’ ‘재검토’ 의견 중 하나를 낼 예정이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현실적으로 실행 불가능한 조건을 제시한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뜻”이라며 원주환경청의 보완 요구에 대해 행정심판·소송을 내고, 원주환경청을 직권남용으로 형사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사업 지연에 따른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민사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양양군 관계자는 “원주환경청이 케이블카 사업을 막으려 위법적인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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