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다사다난' 배구 시즌을 마치며

서필웅 2021. 4. 26.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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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렸던 인천 계양체육관.

시즌이 대한항공의 우승으로 끝난 뒤 경기장 통로에서 감회에 젖은 배구계 인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올 시즌 배구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기 때문.

마음만 먹으면 한 명이 모든 플레이를 해낼 수 있는 타 종목과 달리 배구는 팀이 '관계'를 맺지 않으면 경기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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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한항공과 우리카드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이 열렸던 인천 계양체육관. 시즌이 대한항공의 우승으로 끝난 뒤 경기장 통로에서 감회에 젖은 배구계 인사들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마침내 끝났구나’ 하는 안도감이 마스크 위 눈빛을 통해 전해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올 시즌 배구계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기 때문. 이 식상한 단어가 이번만큼 잘 들어맞기도 힘들다.

최근 배구계는 여러 좋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갈등이 문제였다. 한 여자팀 스타선수 간의 팀 내 갈등이 불거졌고, 공교롭게도 학교폭력 이슈로 발전했다. 현재의 갈등이 과거의 갈등을 수면 위로 올린 모양새였다. 그런데 그 과거의 갈등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끔찍한 것이었다. 결국 배구계뿐 아니라 체육계 전체의 숨겨졌던 이야기들이 낱낱이 드러났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
결과적으로 보면 순기능이었던 사건이다. 지나간 시간의 폭력도 언젠가는 단죄된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체육계 폭력을 억제하는 효과가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아픈 과거들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배구인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외곽에서 종목을 취재하는 기자의 입장에서도 내내 마음이 무거웠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특히 배구가 갈등이 빈번한 종목으로 비치는 것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사실 배구 종목에서 유난히 팀 내 갈등이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마음만 먹으면 한 명이 모든 플레이를 해낼 수 있는 타 종목과 달리 배구는 팀이 ‘관계’를 맺지 않으면 경기 진행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갈등이 경기력으로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종목이기도 하다. 올 시즌뿐 아니라 과거에도 배구계 팀 내 갈등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들려왔었다. 배구가 갈등이 많은 종목이 아니라 팬들의 시선에 쉽게 드러날 뿐이다.

다만, 이 갈등이 항상 악영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갈등이 폭발하고, 이를 수습해 가는 과정에서 팀워크가 더 단단해지기도 한다. 올 시즌 남자부 준우승팀 우리카드의 신영철 감독과 외국인 선수 알렉스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리그 경기에서 작전 지시 관련 이견으로 충돌했고, 이 과정이 TV카메라를 통해 여과 없이 방송되기도 했다. 당시 이는 팀에 엄청난 악재로 비쳐졌지만 결과는 다르다. 감독과 선수가 정말 원하는 플레이가 무엇인지 소통하는 계기가 됐고, 이를 통해 알렉스가 남은 시즌 최고 공격수로 올라섰다. 이는 우리카드가 팀 창단 최초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진출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다사다난했던 배구시즌을 마치며 이런 갈등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는 세대 간, 계층 간 등 수많은 갈등이 극심하다. 우리는 언제나 갈등이 문제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갈등을 어떻게 풀어내느냐인 듯하다. 갈등을 폭력이나 ‘왕따’ 등 극단적 방식으로 해결할 경우 이는 언젠가 독이 돼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소통의 계기로 삼는다면 오히려 전체가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갈등의 시대, 갈등으로 떠들썩했던 시즌을 끝낸 한 배구기자의 소감이다.

서필웅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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