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백의자유롭게세상보기] 20대의 속마음 이해하기

남상훈 2021. 4. 26.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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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보선 패인 '이남자' 이탈 커
20대 구조적 부도덕에 큰 실망
與野, 모병제·안티 페미니즘 선동
현실 인식 않는 정치권 자성해야

지난 4·7 재·보궐선거 결과는 더불어민주당의 참담한 패배였다. 정권 말 선거가 대개 심판적 성격을 띠기에 아무리 잘했던 정부도 좋은 평가를 받기는 어렵다. 사람이란 간사하게도 기쁘고 행복했던 일은 쉽게 잊어버리지만 불쾌하고 언짢은 일은 오랫동안 마음에 두는 고약한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민주당 출신 시장들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촉발된 보선이기에 기울어진 선거판이라는 점은 분명했다. 하지만 표 차가 너무 크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0년 전 셀프사퇴 이후 패배를 거듭한 정치 주변인이었다. 지난 4년간 집권세력이 얼마나 인심을 잃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특히 집권세력의 마음에 쓴 상처로 남은 결과는 20대의 이탈이다.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서 오 시장은 박영선 민주당 후보에 21.2%포인트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후보의 최종 격차인 18.3%포인트에 비해서도 약 3%포인트 큰 수치이다. 지난 18대 지방선거의 출구조사에서 박원순 후보가 20대에서 60%를 얻고 안철수, 김문수 후보를 더해도 28% 수준에 그쳤던 결과에 비하면 그야말로 상전벽해의 결과이다. 아무리 현 정권의 지지도가 하락하고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20대의 변심은 우리의 눈길을 끌 만하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20대의 투표 결과에서 한 가지 더 주목하는 점은 극명하게 드러난 성별 차이다. 20대 남성은 오세훈 시장에 72.5%를 몰아준 반면에 여성은 40.9%의 지지를 보여 그 차이는 31.6%포인트에 달했다. 그런데 이전 세대인 30대에서 나타난 차이가 13.2%포인트임을 생각하면 20대 남성의 보수화라 섣부른 결론을 내려도 어색하지 않을 만한 차이다. 자기편이라 생각하여 선거연령을 낮추기 위해 민주당이 노력했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다. 그렇다면 20대는 왜 국민의힘을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남성은 유난히 현 정권에 가혹했는가?

첫째, 20대는 현실적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모두 추구하는 삶을 지향하는데 지난 4년간 그 기대는 처참히 무너졌다. 세계화와 경제위기를 경험하며 우리 사회는 한강의 기적을 뒤로한 채 저성장 사회의 국면으로 접어들며 20대는 부모보다 가난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가지게 되었다. 따라서 노동과 주거에 대한 열망이 과거 세대보다 훨씬 높다. 하지만 최저임금의 무리한 상승, 인국공 사태로 상징되는 원칙 없는 고용정책으로 인해 청년 체감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이르렀다. 시장원리를 무시한 24전 24패의 부동산 정책은 이생집망(이번 생에 집사기는 망했다)이라는 자조적 표현으로 귀결되었다. 1번을 찍을 수 없었다.

20대는 성인으로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에 시민의 평화로운 참여를 통한 촛불혁명을 목도하였다. 기성세대와는 달리 공정과 정의를 삶의 준칙으로 받아들이는 특별한 생애 경험을 한 것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공정한 나라 실현에 가장 큰 기대를 건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상황은 기대와는 반대로 진행되었다. 정권 출범 이후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내로남불 현상과 LH 투기 사태라는 구조적 부도덕에 더욱 크게 실망하게 된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을 찍은 자신의 손가락이 부끄러워졌다. 1번을 찍을 수 없었다.

둘째, 20대 남성은 가부장제 사회구조의 존속과 해체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존재감과 정체성에 위협을 느끼고 있다. 사회적 도움과 관심이 필요하지만 집권세력은 이에 답을 주지 못했다. 여성주의가 대두하며 20대 남성과 여성의 갈등이 불거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부장적 사회구조는 중장년 세대가 근대국가 형성 시기에 만들어낸 시대적 잔재이며 20대 남성도 그 가치관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그래도 여전히 존재하는 남성 중심의 결혼 과정에서 높아진 취업 문턱과 상승한 부동산 가격은 가장 역할을 맡게 되는 20대 남성에게 매우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노동과 주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현 정부가 싫다. 1번을 찍을 수 없었다.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저출산, 남아선호사상의 소멸, 여성의 학업성취도 향상과 사회진출 확대를 통해 과거 남성에 유리했던 사회지형은 변하고 있다. 사실 20대 남성이 남성이기 때문에 사회적 이득을 보는 상황은 많지 않다. 하지만 여성할당제, 출산율 감소로 인한 병역 특례 감소와 같은 정책이 진행되었다. 정책 시행의 당위성은 인정하더라도 결과적으로 20대 남성은 자신의 잘못이 아닌데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커진다고 판단하게 된다. 1번을 찍을 수 없었다.

정치세력이 선거를 기점으로 특정 집단의 사고와 행위에 관심을 가지는 현상은 선거결과를 무시하는 뻔뻔함보다야 바람직하다. 하지만 20대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모병제, 안티 페미니즘과 같은 선동적 이슈를 내세우며 편가르기에 몰두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대선을 위한 표 계산보다는 20대의 속마음부터 이해하려는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하는 바이다.

김중백 경희대 교수·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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