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복권 수익 줄면 예산도 쪼그라져.. 장기대책 '그림의 떡' [심층기획 - 아동학대 '땜질 처방' 안 된다]
예산 90%, 벌금·복권 수입서 충당
복지부 아동학대 예산은 42억에 그쳐
법무부 287억 기재부 86억 지원 불구
해마다 별도로 책정해 규모 '들쭉날쭉'
담당부처 달라 행정 효율성도 떨어져
지원 재원 논의 7년째 제자리
관련 법안 발의됐지만 여전히 계류 중
시민단체, 문제 해결 캠페인 나서기도
전문가들 "예산이 안정돼야 정책 효과
구조적인 개선 없으면 비극 반복될 것"
‘0.0005%.’
올해 보건복지부 전체 세출예산 중 아동학대 관련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올해 초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과 대응 관련 다양한 방안을 내놓은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주무부처인 복지부를 포함한 아동학대 관련 예산의 90%가량은 벌금·복권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벌금·복권 수익이 줄어들면 관련 예산도 확 쪼그라드는 구조다. 매해 예산 규모가 바뀌다 보니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중장기 정책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천 아동학대 사건(일명 정인이 사건)’ 이후 예산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쥐꼬리’ 아동학대 예산의 90%는 벌금·복권 수입
26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실이 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아동학대와 직접 관련이 있는 전체 예산은 416억원이다. 복지부와 법무부, 기획재정부 3개 부처에서 책정한 아동학대 대응 및 예방 등에 관한 예산이다.
아동학대 관련 예산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범죄자들이 낸 벌금에서 8%씩 떼서 적립한다. 문제는 벌금 수납액이 들쭉날쭉한 데다 줄어드는 추세라는 점이다. 2015년 1조3490억원이었던 벌금수납액은 2019년 1조835억원으로 줄었다. 벌금을 사회봉사명령으로 대신할 수 있어 벌금수납액 자체가 크게 늘지 않을뿐더러 안정적이지도 않다.
복권기금도 지속가능한 안정 재원이 아니다. ‘복권 및 복권기금법’에 따르면 복권기금은 저소득층, 장애인,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피해여성, 불우청소년 등 소외계층에 대한 복지사업과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에 사용할 수 있다.
기금을 담당하는 부처가 다르다 보니 행정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두 기금 모두 복지부 소관이 아니어서 예산 심의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받지 않는다.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복권기금은 기획재정위원회가 소관 상임위다. 아동학대를 줄이기 위한 ‘중장기정책’을 내놓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지원재원 바꿔야 한다는 지적에도 논의는 7년째 제자리
김진석 서울여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정부가 아동학대를 막겠다며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그를 뒷받침하고 실현할 예산에서는 이러한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심지어 아동보호를 위한 예산은 전체 규모에서 비율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아동학대를 포함한 아동보호 관련 예산이 복지부 전체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감소해 2015년 0.66%에서 올해 0.43%로 줄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매번 제시된 아동학대 대응의 주된 내용은 가해자의 처벌 강화, 신고의무자 확대, 미신고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 아동학대 업무 담당자의 권한 강화, 가해자의 조사 불응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였다”며 “더 이상 미안한 어른, 미안한 대한민국이 되지 않도록 아동학대 대응체계의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보람 기자 bora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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