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매드랜드' 오스카 3관왕에도 중국이 조용한 이유

과거 인터뷰서 "중국은 거짓말 도처에 널려 있는 곳"
찬사 일색 기사 '삭제'..영화도 예정대로 개봉 안 해

25일(현지시간) 제93회 미국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에서 최고 영예인 작품상에 감독상, 여우주연상을 휩쓴 영화 ‘노매드랜드’의 클로이 자오 감독은 중국인이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는 떠들썩하지만 자오 감독의 고국인 중국은 정작 조용하다.

그가 과거 반중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중국에선 관련 소식을 접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지난 23일 중국에서 개봉할 예정이었으나 개봉하지 않았다.

AP통신은 “자오 감독의 역사적인 성공이 그가 태어난 중국에선 기념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 관영 매체인 CCTV와 신화통신은 침묵을 지키고 있고, 대신 검열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본토와 홍콩에선 오스카 시상식이 중계되지 않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자오 감독의 중국어 이름이나 영화의 중국어 제목을 검색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중국 포털 사이트 바이두 역시 마찬가지다. 영화 평점 사이트 더우반에선 ‘관련 법규와 정책에 따라 검색 결과를 보여 줄 수 없다’고 나온다. 사실상 금지어인 셈이다. 팔로워 1400만여명을 거느린 영화 잡지 워치 무비스의 웨이보에 이날 오전 자오 감독의 오스카 감독상 수상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다가 몇 시간 만에 삭제됐다.

지난달만 해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자오 감독을 “중국의 자랑”이라며 치켜세웠다. 분위기가 반전되고 중국 당국이 검열과 통제에 나선 건 자오 감독의 과거 반중 발언 때문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자오 감독이 중국을 ‘거짓말이 도처에 널려 있는 나라’라고 말한 2013년 영화 잡지 인터뷰를 누리꾼들이 발견한 뒤 찬사 일색이던 기사들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오 감독의 수상과 온라인 검열에 대한 질문을 받곤 “외교 문제가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들은 자오 감독의 중국 이름 자오팅의 영어 약자를 딴 ‘zt’를 써 가며 글을 올려 당국의 검열망을 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