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어질 듯 이어지는..손흥민 '슬픈 눈물의 역사'
[경향신문]
왼쪽 공격 맡아 풀타임 뛰었지만
날카로운 모습 못 보이고 무득점
프로 첫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아
상대팀 선수들까지 다가와 위로
프로 첫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은 손흥민(29·토트넘)은 또다시 ‘울보’가 됐다. 그라운드에 앉아 펑펑 눈물을 흘리는 그를 동료들은 물론이고 상대 선수들까지 다독이며 위로했다. 경기적인 문제로 혹평이 따르기도 했지만, 손흥민의 눈물은 그간 우승에 얼마나 목말라 있었는지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토트넘은 26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맨체스터 시티(맨시티)와의 2020~2021 잉글랜드풋볼리그(EFL) 카라바오컵(리그컵) 결승전에서 0-1로 패해 준우승에 그쳤다. 2007~2008시즌 이후 13년 만의 리그컵 우승에 도전했던 토트넘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또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 이번 시즌 역시 ‘무관’에 그치게 됐다.
손흥민은 이날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풀타임을 소화했다. 하지만 맨시티의 일방적인 공세에 공격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했다. 이날 토트넘은 슈팅 개수에서 맨시티에 2-21로 압도당했다.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팀 동료 개러스 베일은 물론 맨시티 선수들까지 손흥민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넸지만 손흥민의 눈물은 좀체 멈추지 않았다.
손흥민을 향한 평가는 냉정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과 세르히오 레길론에게 가장 낮은 4점을 매기며 “효과적이지 않았고 상대에게 쉽게 밀렸다. 슈팅도 시도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풋볼런던’도 선발로 출전한 선수 중 손흥민에게 가장 낮은 4점을 주며 “루카스 모라 대신 교체당하지 않은 게 다행이다. 그는 공을 갖고 움직여야 했지만 지친 모습이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그의 눈물의 진정성만큼은 공감을 얻고 있다. 라이언 메이슨 토트넘 감독대행은 이날 경기가 끝난 뒤 손흥민을 언급하며 “나도 이 구단에서 뛰었고 결승에서 패한 적이 있다. 어떤 느낌인지 안다”며 “선수들이 마음 아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다독였다. 영국 매체 ‘미러’도 “우승을 애타게 원했던 손흥민은 경기 후 눈물을 흘렸다. 누구도 손흥민의 슬픔을 덜지 못했다”며 집중 조명했다.
손흥민은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데뷔해 레버쿠젠을 거쳐 2015년부터 토트넘에서 뛰고 있지만, 한 번도 프로 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린 적이 없다. 국가대표로 나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 유일한 우승 경험이다.
숱한 실패 속에서 눈물도 참 많이 흘렸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하고 눈시울을 붉힌 그는 2016년 리우 올림픽 온두라스와의 8강전(0-1패),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2-0 승)이 끝나고도 울음을 참지 못했다. 2018~2019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리버풀에 고개를 숙인 뒤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손흥민은 이번 리그컵 결승을 앞두고 “결승전에서 뛰는 것만으로 만족할 생각은 전혀 없다. 승자가 되는 것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그러나 우승은 끝내 비켜갔고, 손흥민은 또 한번 슬픈 울보가 되고 말았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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