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사생활 침해' 또 논란..김세희 작품 놓고 "아우팅 당해" "허구의 인물" 대립

선명수 기자 2021. 4. 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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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여학생 간의 사랑 그린 ‘항구…’ 등
“내가 실제 인물”이라는 작가 친구
“성정체성·가족 비밀 노출” 주장
“경험 모티브로 상상 덧붙인 창작물”
김 작가 측, 명예훼손 대응 예고

2015년 데뷔한 소설가 김세희(34)가 동의 없이 타인의 삶을 소설화해 사생활을 침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피해를 주장하는 쪽은 소설로 인해 원치 않게 성정체성이 타인에게 공개되는 아우팅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지만, 김 작가 측은 “모두 창작한 인물”이라고 맞서고 있다.

김세희 작가의 친구라고 밝힌 A씨는 지난 23일 트위터를 통해 자신이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민음사)(사진)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H’, 단편소설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하며 본인과 가족의 사생활이 침해되는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2019년 출간된 <항구의 사랑>은 2000년대 초 목포를 배경으로 10대 여학생 간의 사랑을 그린 소설이다. A씨는 “(김세희가) 실제 인물의 외형적 특징과 에피소드를 동의 없이 그대로 사용했다”며 “18년간 친구였던 저는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계간 문학동네 여름호에 실린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에서도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사적 대화 및 에피소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실려 있다”고 말했다.

A씨는 소설로 인해 자신과 가족의 사적 비밀이 노출돼 고통받아왔으며, 김세희 작가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말 출판사 민음사와 문학동네에 이런 내용을 알리고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민음사는 25일 “A씨가 받았을 심적 고통에 대해 더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며 “A씨와 작가 사이에 입장 차이가 확연함을 확인했다. 진실을 찾아가는 모든 과정과 필요한 조치에 성실히 임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김세희 작가는 문제가 된 소설 속 인물들이 모두 창작한 허구의 인물이라고 맞섰다. 김 작가는 26일 변호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소설 속 인물과 에피소드는 작가가 삶에서 겪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모티프로 삼고 여러 문헌과 창작물을 참고하면서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낸 허구의 서사”라며 “특별한 개성이 아닌 보편적인 정형성을 드러내는 요소를 골라 특정인의 사생활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는데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분신과 같은 작품에 대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적이고 비윤리적인 결과물이란 공격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만큼 명예를 걸고 진실을 밝히며 대처하고자 한다”면서 “필요하다면 법적 판단을 받는 일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작가 측은 명예훼손에 대한 법적 조치도 예고했다.

지난해에도 소설의 사생활 침해 등 작가의 창작 윤리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퀴어 소설을 써온 김봉곤 작가의 단편 ‘그런 생활’ 등이 지인과의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인용했다는 피해자 주장이 나오면서 소설이 판매 중지·환불 조치 됐다. 김 작가는 이 소설로 받은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반납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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