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측정기관, 기업 평가 '들쭉날쭉'
[경향신문]
국내외 주요 기관 ‘고무줄 잣대’
조사 기준·항목별 가중치 달라
한 곳선 ‘A등급’ 딴 곳선 ‘C등급’
한국 기업들 상대적 저평가 의심
소통 없이 공개된 자료로만 평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지목
전 세계 기업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트렌드로 자리를 잡아 가는 가운데 국내외 주요 기관의 ESG 관련 기업 평가 결과가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기관별로 주요 기준과 항목별 가중치가 서로 달라 ‘A등급’을 받은 기업이 또 다른 기관에서는 ‘C등급’을 받는 등 편차가 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26일 발표한 ‘국내외 ESG 평가 동향과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국내 매출액 상위 100대 기업 가운데 EGS 3대 평가기관으로 꼽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레피니티브·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이 모두 등급을 발표한 55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했다.
전경련의 분석 결과 55개 기업의 평가기관별 ESG 등급 평균 격차는 1.4단계로 집계됐으며, 3단계 이상 차이가 나는 기업도 22개(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등급은 MSCI와 KCGS가 7단계로 나뉘며, 레피니티브는 점수(100점 만점)를 부여하는 체계다. 전경련은 레피니티브의 평가점수는 상대 비교를 위해 14점 간격의 7단계로 등급을 구분했다.
같은 기업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리는 사례도 확인됐다. 현대제철의 경우 MSCI는 7단계 등급의 최하단인 ‘CCC’를 부여한 반면 레피니티브에서는 77점을 받아 MSCI 기준 2번째 등급인 ‘AA’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CGS에서는 4번째 등급인 ‘BBB’에 해당하는 평가를 받았다. 기아, 현대자동차, 삼성중공업도 상대적으로 후한 평가를 받은 레피니티브에 비해 MSCI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두 기관 사이의 격차가 4단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한 ESG 평가도 기관별로 꽤 차이가 나타났다. 전경련이 세계 1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ESG ETF(상장지수펀드)를 구성하는 글로벌 기업 217곳의 평가를 분석한 결과, MSCI와 레피니티브의 등급 격차는 평균 ‘1.0 단계’로 나타났다. 2단계 격차가 나는 기업은 28개, 3단계 이상 차이는 17개에 이르렀다.
이 같은 차이는 개별 기업의 ESG를 평가하는 기관의 평가기준과 항목이 상이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예를 들어 ‘환경(E)’ 평가의 경우 MSCI는 기후변화, 천연자원, 오염·폐기물, 환경적 기회를 기준으로 삼은 데 비해, 레피니티브는 자원사용, 배출, 제품혁신을 중점적으로 평가했다. KCGS는 환경전략, 환경조직, 환경경영, 환경성과, 이해관계자 대응을 기준으로 삼았다. 큰 틀에서의 기준뿐 아니라 세부적인 점수 산정과 가중치 부여 과정에서도 기관별 차이가 발생했다.
특히 해외 평가기관들이 한국 기업을 상대적으로 저평가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의심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전경련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한국 기업과의 피드백이나 커뮤니케이션 없이 공개 데이터에만 의존해 등급이 산정돼 발생하는 문제”라고 진단했다.
송재형 전경련 ESG태스크포스 팀장은 “ESG 평가기관별로 차이가 있는 만큼 각 기업이 구체적인 방향을 정해 벤치마크 지표를 정해야 한다”면서 “막연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과 달리 ESG는 지속가능성장 달성을 위한 경영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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