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선언' 3주년..남북관계는 '깜깜'

김유진 기자 2021. 4. 2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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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13개항' 대부분 미이행
북·중 밀착, 한반도 정세 불안
정부, 한·미 정상회담에 기대
북의 '결과 수용' 여부도 관건

[경향신문]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문에 서명한 뒤 교환하고 있다. 연합뉴스

4·27 판문점선언이 27일로 3주년을 맞지만 정부 안팎의 표정은 착잡하다. 오랜 대결의 역사를 마감하고 평화의 시대를 열겠다던 약속이 무색하게 남북관계는 3년 만에 정상 합의 이전으로 뒷걸음질 쳤다. 조만간 공개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결과에 이목이 쏠리지만, 1년 남짓 남은 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반전의 계기가 마련될지는 불투명하다.

2018년 4월27일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그해 6월12일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며 순항했지만, 이듬해인 2019년 2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는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남북 대화가 단절되며 동력을 상실했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27일 민간단체 주최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제외하면 정부 차원의 공식 기념행사가 따로 열리지 않는 것도 판문점선언의 의미가 상당 부분 퇴색한 현실을 반영한다.

2019년 판문점선언 1주년 때엔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에도 대화의 불씨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다. 북한이 코로나19로 국경을 전면 봉쇄한 지난해에도 정부는 보건 협력부터 시작하겠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판문점선언 이후 3년, 남북관계가 장기 교착 국면을 벗어날 돌파구는 좀처럼 보이지 않고 있다.

‘3조 13개항’으로 된 판문점선언 대부분은 이행되지 못했다. 판문점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해 6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폭파했다. 남북정상회담 정례화, 남북 간 공동 행사·국제경기 공동 참가 등은 북한의 무관심과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됐다. 종전선언-평화체제 로드맵은 비핵화 협상이 멈춰 선 이후 급속도로 현실성이 떨어졌다.

최근 북한이 도쿄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면서 정부가 남북, 북·미 대화 재개 기회로 주목한 ‘도쿄 구상’에도 차질이 생겼다. 미·중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북·중 밀착이 본격화하면서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북한 문제가 미·중 대립구도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 종료에 즈음해 이뤄질 5월 하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화 재개의 동력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북·미가 조기에 협상장에 마주 앉아 긴장 국면이 완화되면 문 대통령 임기 말까지 남북관계 ‘복원’이라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 때문이다.

남은 변수는 미국의 새 대북정책 내용인데, 원칙에 입각한 외교·압박을 강조하는 바이든 정부의 접근에 북한이 적극 호응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미 간 대북정책 논의에 정통한 외교 소식통은 “바이든 정부가 대북정책 수립 과정에서 전례 없이 한·미·일 공조를 중시했는데, 역으로 북한이 수용할 여지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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