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색인종 여성 첫 감독상..'차별 지우기' 한 걸음 나선 오스카
[경향신문]
중국 출신 자오 “선함 지키려는 이들에게 이 상 바쳐”
감독상 후보 중 2명 ‘여성’ 연기상 4명 중 2명 ‘비백인’
미 대륙을 방랑하는 사람들을 그린 영화 <노매드랜드>가 아카데미 주요 부문에서 수상했다.
2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유니언 스테이션에서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노매드랜드>는 작품상·감독상·여우주연상 등 3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노매드랜드>는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다. 중국 출신 클로이 자오 감독은 2010년 <허트 로커>로 수상한 캐스린 비글로에 이어 여성으로서는 두번째, 유색인종 여성으로서는 첫 감독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자오 감독은 수상소감에서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놀면서 배운 중국의 시 구절을 인용했다. “태어날 때 사람들은 완전히 선하다”는 것이다. 자오 감독은 “이 상을 자신 안의 그리고 타인의 선함을 지키려는 믿음과 용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노매드랜드>의 주연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1997년 <파고>와 2018년 <쓰리 빌보드>에 이어 세번째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맥도먼드는 이 영화의 제작자로 자오 감독에게 연출을 맡겼다. 맥도먼드는 작품상 수상소감에서 코로나19 시대 영화관의 위기에 대해 언급했다. “우리 영화를 가장 큰 스크린에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조만간 아는 사람 모두를 극장으로 데려가주세요.”
영화 <더 파더>의 앤서니 홉킨스는 1992년 <양들의 침묵> 이후 근 30년 만에 두번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갔다. 올해 84세의 홉킨스는 이 영화에서 알츠하이머병을 앓는 노인 역을 탁월하게 연기했다. 홉킨스는 역대 최고령 남우주연상 수상자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에서 블랙팬서당의 혁명가 프레드 햄프턴을 연기한 대니얼 컬루야는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은 상대적으로 젠더, 인종 다양성을 추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감독상 후보 5명 중 자오, 에머럴드 피넬(<프라미싱 영 우먼>) 등 2명이 여성이었다. 아카데미 감독상 후보에 복수의 여성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피넬은 성폭행을 당한 친구를 위한 복수극 <프라미싱 영 우먼>으로 각본상을 받았다. 2007년 <주노>의 디아블로 코디 이후 첫 여성 수상자다.
4명의 연기상 수상자 중 2명, 20명의 연기상 후보 중 9명이 유색인종이었다.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의 미아 닐, 자미카 닐슨은 흑인 여성 최초의 분장상 수상자로 기록됐다. 미아 닐은 “언젠가 이 같은 수상이 이례적이라거나 획기적이지 않고, 그저 평범한 일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가족의 미국 이민사를 그린 <미나리>는 작품상·감독상 등 6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대사 대부분이 한국어인 영화가 주요 부문에서 시선을 끈 것이다.
백승찬 기자 myungw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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