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그레이존
[경향신문]
세계적인 색채연구소 팬톤(Pantone)은 올해의 색깔로 얼티밋 그레이(ultimate gray)와 일루미네이팅(illuminating) 옐로의 조합을 선정했다. 얼티밋 그레이는 오랜 시간을 견뎌온 바닷가 조약돌의 회색으로 안정감·강인함·견고·신뢰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일루미네이팅은 생동감을 주는 노란색 계열의 색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우울했던 시간을 지나 올해엔 불안·불확실성을 이겨내자는 의미로, 강인함과 희망을 각각 상징하는 두 색깔을 선택한 것이다. 두 색의 조합이 주는 메시지는 복원력·희망이다. 얼티밋 그레이는 백발을 뜻하는 그레이헤어와 닿아 있다. 경륜·원숙함의 상징인 그레이헤어처럼 얼티밋 그레이는 오랜 세월의 안정감을 갖게 된다는 의미다.
원래 회색은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는 색깔로 알려져 있다. 또한 검정도 흰색도 아니라는 이유로, 사상적으로 경향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 또는 회의주의에 비유된다. 코로나 상황을 비유할 때 회색은 딱 맞는 색깔처럼 느껴진다. 팬데믹으로 우울감이 드리워져 있고,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회색지대의 의미가 내포돼 있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26일 비대위에서 백신 접종 후 사지마비 현상이 온 간호조무사의 사례를 그레이존(회색지대)으로 지칭했다. 신 의원은 “코로나19 백신은 긴급승인을 받은 신약이기에 초유의 감염병 재난 상황에서 의학적 그레이존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레이존은 정치적으로는 어떤 강대국의 세력권에 들어가 있는지 분명하지 않은 지역을 말하고, 경제학적으로는 기존의 법에 규정되지 않아 규제 적용 여부가 불투명한 사각지대라는 의미를 지닌다. 의학적 그레이존은 백신과 부작용의 인과관계를 정확히 밝힐 수 없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경우에도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신 의원의 제안이다. 방역당국은 26일 이 간호조무사 사례와 백신의 연관성 여부에 대한 결론을 유보, 또다시 그레이존에 남겨두었다.
전 세계가 아직 코로나 그레이존에 갇혀 있다. 하지만 집단면역이 형성되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도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가 팬톤의 올해의 색을 두고 ‘터널 끝의 빛’이라고 한 데 공감이 간다.
윤호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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