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아 칼럼]이재명과 윤석열의 '청년' '공정'은?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2021. 4. 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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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하 호칭 생략)이 지난 11일 정승국 중앙승가대 교수를 만났다. 4·7 재·보궐 선거 이후 첫 ‘정책 과외’였다. 정 교수는 소수의 대기업 정규직과 다수의 중소기업 비정규직으로 나뉜 ‘분절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에 천착해온 전문가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청년실업과 불평등·양극화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해왔다. 경향신문과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4시간가량의 면담에서 정 교수는 연공급제 완화와 직무급제 도입 등을 통한 ‘완만하고 점진적인 해결’(smoothed dualization)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윤석열은 “동일노동이면 동일임금을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청년들이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취업과 연애, 결혼, 출산을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했다고 한다.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이재명 경기지사(이하 호칭 생략)는 지난 20일 ‘청소·경비 등 취약노동자 휴게시설 개선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 4·7 재·보선 이후 첫 ‘여의도 외출’이었다. 이재명은 “거대한 개혁 담론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삶이 티끌만큼이라도 나아질 수 있도록 작은 개혁 성과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등 적폐청산을 강조하는 친문재인계 주류와는 결이 달랐다.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실용적 민생개혁을 강조하며, 자신이 펼친 정책들을 언급했다.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플랫폼노동자 산재보험료 지원 등이다. ‘법의날’인 지난 25일엔 형벌의 실질적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재산 비례 벌금제’를 제안했다.

차기 대선이 10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양강(兩强) 구도를 구축한 이재명·윤석열의 재·보선 이후 행보가 흥미롭다. 이재명은 초등학교만 나온 뒤 공장에서 일하다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간 ‘흙수저’다. 윤석열은 서울대 법대 출신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 아버지를 둔 ‘금수저’다. 하지만 그들이 쓰기 시작한 ‘이야기’는 묘하게 닮았다. 커져만 가는 격차, 만연한 불평등, 이로 인해 확산되는 불안을 겨냥한다. 이미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대출 등 ‘기본 시리즈’를 장착한 이재명은 중원에서 좀 더 왼쪽을 타깃으로 삼는다. 윤석열의 타깃은 중원에서 좀 더 오른쪽으로 보인다. 기존 거대 양당이 사실상 방치해온 공간들이다.

최근 20대 청년 몇 명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 사람의 이야기가 가슴에 남았다. 정부와 국회에 뭘 바라는지 묻자 답했다. “제도를 만들고 법안을 발의한다든지 그런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거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 회피하지 않고 입장을 내주면 좋겠다. 우리의 대표자로서 그 위치에 있는 거니까. 당장 솔루션은 없더라도, 그것만으로도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정치가의 제1 의무는 시민이 주목하는 의제에 ‘우리도 주목하고 있음’을 표명하는 일이다. 시민은 ‘나의 대표자·대리인도 관심이 있구나’ 안도하게 된다. 당장 뾰족한 해법이 없더라도 당분간 현실을 견뎌낼 힘은 얻을 수 있다. 민주당의 재·보선 참패는 단순히 부동산 가격 급등 탓이 아니다. 주권자의 시선과 대리인의 시선이 엇갈린 결과다. 주권자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장사가 어렵다고, 노후가 불안하다고, 백신을 맞고 싶다고 하는데 대리인은 딴소리만 했다. 검찰을 개혁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만드는 일이 더 급하다고 했다. 그들은 도대체 누구를 대표하고 대리했나?

이재명과 윤석열의 출발은 일단 영리했다. 다음은 어디로 향할까. 아마도 ‘청년’과 ‘공정’에서 마주칠 것 같다.

두 사람을 비롯해 모든 잠재적 대선주자들이 경남 지역 청년노동자 천현우씨의 페이스북 글을 읽어봤으면 한다. 그는 편의점·물류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고발했다. 하지만 특정 업종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노동자라는 이름표는 공허합니다. 자신을 노예나 소모품으로 자칭하길 서슴지 않습니다. 중간 숙련 일자리의 말살, 노동소득을 뛰어넘는 불로소득, 불안한 고용구조 등등은 선진국이 모두 겪는 문제점입니다. 이를 간단히 바꿀 순 없겠지요. 하지만 눈에 띄는 현장의 문제를 개선하는 일은 그나마 좀 쉬운 일일 겁니다. 법이 깡그리 무시되기 일쑤인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보수를 정상화하고, 갑의 입지를 통해 쏟아내는 모욕 등에 대해 정확한 책임을 물게 해야 합니다. 물류 역시 최소한 사람이 사람답게 일할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사람답게 살려고 발버둥 치는 사람을 사람처럼 대접 안 하겠다는 게 어디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김민아 토요판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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