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배우 윤여정 아카데미 연기상 수상의 의미
[경향신문]
배우 윤여정씨가 영화 <미나리>로 25일(현지시간) 제93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인이 아카데미 연기상을 받은 것은 한국 영화 102년 역사상 처음이다.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작품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한 데 이어 또다시 한국 영화계의 높은 수준을 전 세계에 알렸다. 윤씨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그의 수상이 코로나19로 지친 시민들에게 더없는 위로와 선물이 되기를 희망한다.
<미나리>는 7세 때 미국으로 이민 간 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로, 아칸소 시골마을에 살게 된 한인 이민 가정의 정착 과정을 다뤘다. 질긴 생명력과 적응력을 가진 미나리처럼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고, 희망을 일구어가는 한인 가정을 잔잔한 시선으로 그려내 공감을 얻었다. 특히 딸을 돕기 위해 미국에 간 할머니 순자 역을 맡은 윤씨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호평을 받았다. 그의 수상을 두고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들이 “아카데미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상찬할 만했다. 앞서 윤씨는 아카데미상의 예고편이라고 불리는 미국배우조합상과 영국 아카데미상 등 전 세계에서 30여개의 연기상을 휩쓸었다. 그의 수상이 백인·남성 중심적이며 비영어권 영화에 배타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아카데미상의 변화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
이번 수상은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 영화계의 저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미나리>는 배우 브래드 피트의 회사인 플랜B가 제작한 미국 영화지만, 윤씨를 포함한 한국 배우와 한국계 제작진이 대거 참여하는 등 한국 영화계의 역량이 깊이 배어 있다. 올해로 영화 데뷔 50년을 맞은 윤씨가 보여준 농익은 연기는 국내의 역량있는 감독들과 제작 시스템에서 일하면서 차곡차곡 쌓은 경험의 산물이다. <미나리>와 <기생충> 등 세계 영화의 본산에서 인정받은 한국 영화와 배우, 세계 대중음악계 정상에 오른 BTS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더 이상 문화의 변방이 아니다. 한국 문화를 세계 무대에서 더욱 호소력 있는 콘텐츠로 만들기 위한 고민과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윤씨는 이날 수상 후 언론 인터뷰에서 “남성과 여성,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면서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다. 서로를 끌어안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나리>에 대한 관심과 윤씨의 수상이 미국 내 아시아인 등 소수인종에 대한 편견을 걷어내는 데 일조하기를 소망한다. 윤씨의 수상을 거듭 축하하고 한국 영화의 더 큰 발전을 기대한다.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국세청장 후보자 처가일가, 매출 8000억원대 가족기업 운영···“이해충돌 소지”
- 성폭행·고문·장기 적출 위험에 노출된 사하라 사막 난민들
- [국대 감독선임 막전막후] 돌고 돌아 홍명보,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 ‘난 태국인이야’ 블랙핑크 리사의 진화···K팝 스타에서 팝스타로
- 검찰, 김건희·최재영 면담 일정 조율한 대통령실 ‘여사팀’ 행정관 소환조사
- 연판장 사태로 번진 ‘김건희 문자’···“김 여사 전대 개입” 역풍 전망도
- [단독] 지역 농·축협 공동대출 연체율 6배 급증…부동산 한파에 건전성 ‘비상’
- ‘수상한 현금 뭉치’ 울산 아파트 화단서 수천만원 돈다발 잇따라 발견
- 한동훈 “사적 통로 아닌 공적으로 사과 요구했다고 연판장? 그냥 하라”
- 대낮에 길거리에서 둔기로 60대 어머니 폭행한 30대 아들 체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