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빠지니 예뻐졌네"..칭찬 아닌 압박 된다

안서현 기자 2021. 4. 2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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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사람한테 살 빠지니까 얼굴이 좋아 보인다, 더 예뻐졌다, 이런 말 한 번쯤 해본 적 있으실 것입니다.

듣는 사람에게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을 주고, 더 심할 경우에는 섭식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살 빠지니 예뻐졌네"라는 칭찬,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칭찬, 섭식장애를 앓았는지, 슬픈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는 아닌지, 그런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면,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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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오랜만에 만난 사람한테 살 빠지니까 얼굴이 좋아 보인다, 더 예뻐졌다, 이런 말 한 번쯤 해본 적 있으실 것입니다. 그런데 칭찬처럼 건넸던 이런 말들이 때로는 뜻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듣는 사람에게 날씬해야 한다는 강박을 주고, 더 심할 경우에는 섭식장애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외모에 대한 칭찬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 안서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남과 다르다고 느꼈던 것은 9살 때였습니다.

[27세 여성 : '쟤는 살 좀 빼야 되겠는데' 이런 얘기를 친척분들께서 하시거나, '시집은 어떻게 가냐' 이런 얘길 하거나 그때부터 '내가 다른 사람들이랑 다르게 살이 많이 쪘구나'…….]

학교를 졸업한 뒤에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7세 여성 : 경리직으로 면접을 보러 갔는데 '저희 회사 이미지랑은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하면서 채용이 거절된 적도 있었고…….]

'뚱뚱하단' 이유로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극단적인 다이어트를 시작해 석 달 만에 40kg을 뺐습니다.

[27세 여성 : 40kg을 감량하면서 너무 지친 거예요. 그런데 다시 돌아가고 싶진 않은 거예요, 128kg로 다시. 그때 강박 같은 게 생겼던 거 같아요, 다이어트 강박. '내가 다시 찌면 안 된다'라는 그런 압박감.]

그때부터 살 빼니 예뻐졌다는 말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말이 더 힘들었습니다.

[27세 여성 : '알고 말하나, 이렇게 힘든걸?', '해보고 말하는 건가?' 약간 이런 기분도 들고, 자기가 뭔데 나한테 '더 빼라', '더 쪄라' 이런 말을 하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먹고 토하는 소위 '먹토' 증상이 시작됐습니다.

다이어트를 멈춰야 했습니다.

먹는 양을 극도로 제한하거나, 폭식을 한 뒤 일부러 구토를 하는 등의 이상 증상을 앓는 섭식장애 환자 수는 최근 5년간 30% 가까이 늘었습니다.

10명 중 8명은 여성, 연령별로는 20대 여성이 가장 많습니다.

[25세 여성 : '적당히 먹는 게 뭐지?' 몰랐었고, 토하기 직전까지 먹었던 것 같아요. 많이 먹었으니까 살이 당연히 찌잖아요, 그걸 못 이겨내서 토하고, 억지로 토하고…….]

폭식증과 거식증을 함께 앓았습니다.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섭식장애는 '치사율 높은 정신 질환'이라 전문적인 치료가 꼭 필요합니다.

[25세 여성 : 나는 진짜 살고 싶은 사람인데 '이러다가 죽고 싶어지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 때문에 '아, 이건 내가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게 아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처럼 무심코 던지는 외모 언급,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을 수 있습니다.

[송윤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섭식장애가 발병을 해서 치료를 받는 많은 분들은 치료 과정에서 '아, 이런 게 문제였구나!'라는 걸 깨닫고 건강한 체중을 찾아가고자 노력을 하게 됩니다. 그때 찬물을 딱 끼얹죠. 만나는 사람마다 '얼굴 좋아졌다', '살 좀 올랐네?' (라고 말하죠.)]

섭식장애 연구가 활발한, 미국의 사례를 보겠습니다.

10명 중 1명이 평생 섭식장애를 앓고, 52분마다 1명씩 섭식장애로 사망합니다.

섭식장애로 매년 우리 돈 약 72조 원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쓰입니다.

미국은 '국가 섭식 장애 인식 주간'까지 정하고, 그 위험을 알리고 있습니다.

[미아 권/시애틀 퍼시픽 대학교 교수·섭식 장애 전문가 : (섭식장애 발병은) 청소년기와 20대 그 시기에 가장 많이 일어나고, 특히 한 번 발병이 되면 굉장히 위험한 이유가 평균 치료 기간이 약 7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그만큼 예방이 중요하다고 볼 수 있거든요.]

"살 빠지니 예뻐졌네"라는 칭찬, 한 번쯤 해보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칭찬, 섭식장애를 앓았는지, 슬픈 일을 겪은 것은 아닌지, 극단적인 다이어트의 결과는 아닌지, 그런 것을 모르는 상황에서 이뤄졌다면, 의도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초아, 작가 : 김유미·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안서현 기자as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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