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청약 마지막 대어 잡자".. 계좌 만들려 밤샘 텐트까지 쳤다

홍준기 기자 2021. 4. 26.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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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9일 SK IET 청약 앞두고 증권사 지점마다 장사진

26일 오전 7시 경기 안산시에 있는 SK증권 지점을 찾은 은퇴 생활자 A씨는 화들짝 놀랐다. “SK IET(아이이테크놀로지)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면 용돈을 벌 수 있다”는 사위 조언을 듣고 주식 계좌를 만들러 갔는데, 이미 긴 줄이 늘어서 있었기 때문이다. 7시 30분에 직원이 나타나 번호표를 나눠주면서 “하루에 딱 25명만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나머지 분들은 돌아가시라”고 했다. SK증권 관계자는 “지점 직원이 2명밖에 되지 않는데 고객에 대한 설명 의무를 강화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하루 25명 이상 계좌 개설은 불가능하다”면서 “청약일 전날까지 통장 개설이 가능한데, 전날 저녁 8시부터 침낭과 텐트, 의자 등을 들고 와서 밤을 새우며 기다리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오는 28~29일 개인 투자자 상대로 청약을 실시하는 SK IET 공모주 청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K IET의 주당 공모가는 이 회사가 희망한 공모가 범위(7만8000~10만5000원)의 최상단인 10만5000원으로 결정됐다. 청약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다음 달 3일 몇 주를 배정받을 수 있는지 확인할 수 있고, 배정받지 못한 주식에 대한 증거금도 이날 환불된다.

/일러스트=김성규

◇따상 성공하면 주당 16만8000원 수익

IT(정보 통신) 기기용 분리막과 전기차 배터리용 내열 분리막을 개발·생산하는 SK IET는 올 상반기 공모주 시장의 대어급으로 평가받아왔다. 이미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 경쟁률은 1882.88대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요 예측은 기관투자자들이 얼마 정도의 가격에 얼마 정도의 주식을 받고 싶은지 제시하는 절차로, 이를 바탕으로 공모가가 결정된다.

SK IET가 상장 첫날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수준에서 형상되고 당일 상한가 기록)에 성공하면 주당 16만8000원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다. 160% 수익률을 낼 수 있는 것이다.

중복 청약 방지 시스템이 가동되는 6월 이전까지는 중복 청약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액 투자자의 경우 청약이 가능한 모든 증권사에 계좌를 만들어 청약하는 것이 한 주라도 더 받는 데 유리하다. SK IET의 경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SK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5개 증권사를 통해 청약이 가능하다.

증권사별로 개인 투자자가 받을 수 있는 물량은 대표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248만2768~297만9322주)이 가장 많다. 증권사별 물량 중 절반이 청약을 한 계좌에 똑같이 주식을 나눠주는 균등 배정 물량이고, 나머지 절반은 청약한 주식 수와 증거금 규모에 따라 주식을 나눠주는 비례 배정 물량이다. 투자자 한 명이 균등 배정으로 몇 주를 받을 수 있는지는 증권사별 공모주 물량과 해당 증권사를 통해 청약한 사람의 주에 따라 결정된다. 지난달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 청약의 경우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에 배정된 공모주가 가장 많아 균등 배정으로 투자자 한 명당 1~2주를 받을 수 있었고, 상대적으로 청약한 투자자가 적었던 SK증권의 경우 추첨 결과에 따라 한 명당 2~3주의 공모주가 배정됐다.

◇‘빚투’도 역대 최고 수준

공모주 청약 열풍과 함께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빚투(빚내서 투자)’ 역시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3일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3조3769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8조6583억원)의 2.7배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지난 13일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지난 21일 23조원을 넘어섰고, 이후로도 계속 증가세를 이어간 것이다.

4월 들어 코스피가 계속 상승하면서 지난 20일에는 역대 최고치(3220.7)를 기록하자, 주가 상승기에 이익을 낼 수 있는 신용거래융자에도 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상장 초기 단기 차익을 노리고 공모주 청약을 하는 투자자가 많다”며 “단기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의 열망이 공모주 청약 열풍과 신용거래융자 증가의 배경”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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