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혁신 하겠다는 한국은행, 직원들은 '시큰둥'.. 왜?

곽주현 2021. 4.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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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들이 '우리도 다 겪어봤다'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변화하려고 하지 않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우리 조직에 필요한 일도 타 기관 사례가 없으면 시도하지 않음."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조직문화 변화가 절실함을 확인했다"며 올해 조직·인사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직원들은 "큰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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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폐쇄적인 조직문화 지적받아
연말까지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방안 수립 계획
정작 직원들은 "실제 변화 어려울 듯"
한국은행 홈페이지 캡처

"선배들이 '우리도 다 겪어봤다' '어쩔 수 없다'고 하면서 아무것도 변화하려고 하지 않을 때 좌절감을 느낀다." "우리 조직에 필요한 일도 타 기관 사례가 없으면 시도하지 않음."

맥킨지가 실시한 한국은행 조직문화 진단 컨설팅 결과 보고서에는 이 같은 조직원들의 날카로운 쓴소리가 잔뜩 적혀 있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조직문화 변화가 절실함을 확인했다"며 올해 조직·인사 혁신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으나, 정작 직원들은 "큰 성과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조직" 직원들의 뼈아픈 쓴소리

한은은 올해 말까지 직원 의견 수렴을 거쳐 중·장기 경영인사 혁신 방안을 수립할 계획이라고 26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조직 체계부터 직제 및 직책, 인사, 보상 등 경영인사 전반에 대해 개선 로드맵을 만들 예정이다. 그동안 한은에 '철밥통' 이미지를 안겼던 호봉제도 이번에 개편되거나 아예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직 혁신 추진 계획은 지난해 창립 70주년을 맞아 수립한 '한국은행 중·장기 발전전략(BOK 2030)'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하반기에는 컨설팅 기업 맥킨지 앤 컴퍼니를 통해 조직문화 진단을 진행하기도 했다. 한은이 외부 기관에 조직문화 관련 컨설팅을 의뢰한 것은 1999년 이후 처음이다.

황보승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이 보고서에는 소극적이고 관성적인 조직 문화에 대한 한은의 자체적인 반성이 가득하다.

직원들은 한은을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조직'이라거나 '눈치만 보는 조직', '동질적인 집단'이라고 평가했다. 20~30년간 같은 조직에 몸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보니, 변화에 보수적이다 못해 관심 자체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는 업무 비효율로 이어진다. 설문조사에서 직원들은 "쓸데없는 문서 작업이 많다"거나 "각자 5분만 투입하면 될 일을 반나절 이상 잡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맥킨지는 보고서에서 "한은의 조직 건강도 평점은 38점으로, 글로벌 벤치마크 대비 하위 10% 수준"이라며 "모든 판단 영역에서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고 진단했다. 역량 자체는 다른 조직과 비교해 양호한 수준이었지만, 그 외 모든 영역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조직문화 개선 위해 칼 빼든 한은... 정작 직원들은 '시큰둥'

한국은행 조직혁신 추진 경과 및 계획. 한국은행 제공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받아든 한은은 지난달 '조직혁신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양방향 소통 채널 역할을 할 직급별 '체인지 에이전트(CA)'를 뽑았다. 인사 컨설팅 업체 머서코리아에 경영인사 혁신 외주를 맡기기도 했다. 이번에는 제대로 조직문화를 바꿔내기 위해 칼을 빼내든 셈이다.

그러나 정작 직원들은 이번 쇄신에 큰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은이 변화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시행한 '상징적 조치'라는 것도 이미 다른 금융권 기업에서는 수년 전부터 정착된 '복장 자율화'나 '(종이 대신) 파일 형태 보고' 수준으로 혁신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일부 팀원급 직원들은 "이전부터 반복적으로 나오던 말들인데 계속해서 발전 과제로 나오고 있다"거나 "어떻게 실행할지 보이지 않아 (실제 적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오전 집행간부회의에서 "비록 조직·인사 혁신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힘든 과정이지만, 직원들의 공감하에 장기간 흔들림 없이 추진될 수 있는 로드맵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직원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바란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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