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기의 D사이언스] "日오염수 해양방출 최장 50년.. 국제사회와 과학적검증이 최선"

이준기 2021. 4. 2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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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핵종, 오염수 저장탱크의 30%만 법허용치 이하
저농도 처리 전 유출 가능성 우려.. 철저한 관리 강조
日수산물 모니터링 강화·적극적인 정보공개 등 주문도
"원전 안전 자만심 경계 필요.. 정부차원 R&D 확대를"

이준기의 D사이언스 송 진 호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

지난 13일 일본 정부가 예견한 대로 후쿠시마 원전에 보관하고 있는 125만톤의 방사성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키로 공식 결정한 이후 여러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과연 일본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출이 우리 삶에 정말 영향을 미칠지, 만약 영향을 준다면 우리는 어떻게 최소화해야 하는지, 최소화할 수 있다면 지금부터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해야 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 많은 궁금증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런 궁금증의 실타래를 해소하고자 송진호 한국원자력연구원 박사를 찾아 인터뷰했다. 송 박사는 원전 중대사고 및 원자로 안전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로, 지난 2019년 후쿠시마 부근 수산물의 국내 수입 금지를 위한 WTO(국제무역기구) 승소를 이끌어 낸 주역이기도 하다.

송 박사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은 단기적 관점에서 볼 때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판단한다"며 "다만, 후쿠시마 원전 폐로가 끝낼 때까지 적어도 30년에서 길게는 50년까지 오염수 해양 방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고 우리가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그는 이어 "당장의 대응책 못지 않게 장기적 관점에서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와 방출 과정을 철저히 감시·점검하고, 우리나라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지금부터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가 2년 후부터 오염수 해양 방출을 시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단기적 대응이 아닌 장기적 대응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대한 대응력을 높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그는 우리 정부의 구체적인 대응 방안에 대해서도 일목요연하게 제시했다. 송 박사는 "향후 30∼50년에 걸쳐 후쿠시마 원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 보관·관리, 오염수 내 주요 핵종 처리 여부, 법적 허용치 미만 수준의 방출량 유지 등을 과학적으로 심도 있게 분석·평가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선 일본 정부에 보다 투명하고 정확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과학적 검증을 철저히 해야 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우리나라의 원자력 안전을 높이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송 박사는 "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일어나기 전까지 스스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안전성을 확보하는 소위 '안전 자만주의'에 빠져 안전을 우려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안전 자체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며 "원자력 안전 향상을 위한 전문가 집단의 활발한 의견 개진과 정부 차원의 R&D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해 자신의 연구와 전문 지식을 토대로 소신 있게 의견을 피력하면서 우리 정부의 대응 전략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제시했다.

◇"日, 오염수 제대로 관리하는지 면밀히 살펴야"=송 박사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에 대한 우리의 대응 방안에 대해 언급했다. 먼저,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 부지에 쌓아 놓고 있는 오염수를 제대로 관리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지금까지 매일 140톤의 방사성 오염수가 발생하고 있다. 손상된 핵연료에서 방사성물질이 대기로 방출하지 못하게 물을 부어 식히는 과정에서 다양한 방사성 핵종들이 물에 녹고, 지하수에 포함돼 고농도의 방사성 오염수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 오염수를 ALPS(다핵종제거설비)를 통해 62개 주요 핵종을 제거하고,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원전에서 보관하고 있는 오염수 양만 126만톤에 이른다.

송 박사는 "ALPS를 통해 오염수에 포함된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요오드 등 다른 방사성 핵종들은 제거할 수 있지만, 삼중수소는 제거하지 못해 물과 희석해 방출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라며 "우리가 눈여겨 봐야 하는 것은 예전의 ALPS 성능이 지금보다 떨어졌고, 지난 10년 간 작동 중에 수차례 고장이 나 오염수가 제대로 처리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020년 일본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현재 부지에 있는 오염수 저장탱크의 30% 정도만 방사성 핵종이 법정 허용치 이하로 유지되고 있을 뿐, 나머지 70%의 탱크에는 많게는 법적 허용치의 5∼100배 정도 높은 방사성 핵종이 발견된 적도 있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 때문에 오염수가 저장돼 있는 모든 저장탱크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송 박사는 특히 "법적 허용치 이상의 핵종을 포함하고 있는 오염수가 저농도로 처리되기 이전에 만약 지진 등 자연재해나 사람의 실수 등으로 바다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보다 철저한 오염수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폐로 지연 불가피…오염수 방출, 더 길어지는 게 '큰 문제'=일본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많은 양의 고농도 방사성물질을 해양으로 방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보다 분명히 높은 농도의 방사성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오염수였다.

송 박사는 "원전 사고 초기 일본 해안에서 측정한 방사능 농도 결과를 보면 인체에 거의 해가 없는 수준이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 저농도로 적은 양이 나오기 때문에 당장 해양에 방류한다고 해도 큰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오염수 방류가 오래 기간 계속되면,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송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원전 폐로 계획이 그들이 예측한 2050년 보다 더 늦어질 것이라는 점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일본 정부가 추진하는 폐로가 늦어지는 만큼 오염수 방출 기간도 더 길어질 수 밖에 없어 해양 생태계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이 장기적 측면에서 분명히 있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런 점에서 오염수 방출에 의한 영향을 오랜 기간 동안 보다 철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게 송 박사의 주장이다.

그는 "일본의 주장대로 오염수 방출량이 당초 계획대로 이뤄진다면 우리 인근해와 수산물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 측면에서 미미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하지만, 30∼50년에 걸쳐 오염수를 방출한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어 꾸준히 관심을 갖고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일본에 모니터링을 요구하는 한편 그 결과를 우리가 공유할 수 있게 정부 차원에서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日 수산물 철저한 검역·근해 모니터링 강화 필요=송 박사는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과 관련,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일본 수산물에 대한 철저한 검역을 요구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WTO 분쟁 승소 이후, 후쿠시마 부근 5개 현(縣)에서 잡힌 일본산 수산물에 대해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일본 수산물에 막연한 우려와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송 박사의 얘기다. 다만, 지금과 같은 검역 조치가 '잠정 조치'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가 지속적으로 철회를 요구하고 있어 이를 유지하도록 정부가 적극 나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송 박사는 "후쿠시마에서 잡힌 수산물을 아예 수입 금지하고 있어 우리 국민이 먹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며 "만약 오염수 해양 방출이 이뤄지면 일부 핵종에 대해 검사하고 있는 수산물 검역을 기존 감마선 핵종에서 베타선 핵종 등 모든 핵종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강구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앞으로 중요한 것은 후쿠시마를 제외한 일본 바다에서 잡히는 수산물은 오염수의 장기적 방출에 영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와 일본 정부에 관련 정보 제공및 공개를 국제사회와 연대해 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과도한 자만심이 원전 사고 불러=송 박사는 일본 사례에 빗대어 원자력 안전에 대한 과도한 자만심을 경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원자력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커지면서 국내 가동되고 있는 원전 안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그는 "원자력 사업자, 원자력 규제기관, 원자력 전문가 집단 등이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원자력 안전을 위한 논의와 R&D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차를 타고 가다 보면 예견치 못하거나, 뜻하지 않는 사고가 생기는 것처럼, 거대한 원자력발전소를 운용하면서 예상치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언제든 존재한다"며 "우리는 이를 항상 염두에 두고, 만약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를 철저히 대비하도록 준비하는 게 최우선의 안전"이라고 주장했다.

우리 사회가 원자력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매사에 갖고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송 박사는 "우리가 가동하고 있는 총 24기의 원전들이 가장 안전하게 운용되도록 전문가 집단은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상호 검증하고, 정부는 이를 반영해 투자와 지원을 지속해야 원자력 안전을 더 한층 높일 수 있다"며 "신재생에너지에 주력하고 있는 독일 역시 원전 안전성 향상을 위한 연구에 계속 관심을 갖고 정부 차원의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ICT과학부 차장·bongchu@dt.co.kr

사진=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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