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성격규정도 안됐는데 "투자자 보호"부터 외친 여야

김주영 2021. 4. 2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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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대응 주체·기구 논의 필요"
당내선 과세 유예 등 의견 봇물
이광재 "과세 시 국민들 반발"
고용진 "소득 있는 곳엔 과세"
국민의힘 "당정, 갈피 못 잡아
가상화폐제도화 앞장 TF 구성"
김부겸 "피해자 생기면 안 돼"
정치권 움직임에 전문가들 싸늘
"2030 표심 노려 급하게 움직여
투자자 보호로 더 큰 위험 우려"
26일 서울에 위치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빗썸 강남센터 시세 전광판에 비트코인 실시간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당국의 가상화폐 규제 움직임에 2030 세대의 원성과 반발이 터져 나오자 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부랴부랴 가상화폐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볼 것인지 여부 등 성격 규정도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야가 무작정 ‘과세 유예’, ‘투자자 보호’ 등을 언급하면서 ‘2030 표심잡기용’ 대응에 그치는 것 아니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지난주 금요일(23일) 비대위에서 가상화폐 관련 당내 대응 주체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며 “대응 기구가 언제 만들어질지는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 정책위 차원에서 제반 현황을 점검한 뒤 추후 기구 구성 여부를 검토 중이다. 당내에선 가상화폐를 정식 화폐로 볼 것인지, 규제를 해야 하는지를 놓고 이견이 분분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상화폐 투자로 얻은 수익에 대한 과세 시점을 미루자는 의견도 있다. 개정 소득세법에 따라 내년부턴 가상화폐로 번 돈에도 세금이 붙는다.

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상화폐는) 자산 가치가 없다면서 세금을 걷겠다고 하면 (국민들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빨리 제도를 만들어 민·관과 과학자들이 함께 모여 (가상화폐 관련) 시스템을 짤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상화폐 수익에 대한 과세를 반대하고 나선 셈이다. 그는 “우리 내부에서도 (의견이) 많이 갈린다”며 “2030을 보호하자는 의견도 많다. 저도 그런 생각이지만 제도화 또한 피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고도 했다. 반면 국회 기획재정위 여당 간사인 고용진 의원은 이날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게 원칙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못 박았다.

국민의힘도 이날 가상화폐 투자자들을 보호하고 제도화를 연구할 당내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비대위 회의에서 “가상화폐 문제를 놓고 정부·여당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 잡고 있다”며 “(정부가)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다면서 소득에는 과세한다는 앞뒤 맞지 않는 논리에, 열풍처럼 투자에 나섰던 2030 청년들이 배신감과 억울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상화폐 소득에 로또 당첨금 수준으로 과세하고 거래소를 폐쇄하겠다는 엄포만 놓을 게 아니라, 제도화와 투자자 보호 등을 어떻게 할 건지 논의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는 이날 오전 출근길에 “가상화폐 문제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인준을 받으면 그 내용을 충분히 파악하겠다”며 “자칫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언급이 2030의 반발을 산 것과 관련해선 “과열을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만 답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후보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정치권의 이같은 움직임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결국 젊은 세대의 반발을 의식한 표심잡기용 행보 아니겠느냐”며 “여야를 떠나서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생태계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 없이 너무 급하게만 움직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정치권의 논의 자체가 많이 늦었다”고 꼬집었다.

투자의 기본은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과도한 투자자 보호 움직임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상화폐 투자자 보호를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투자자들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표를 얻기 위한 보호장치를 만드는 건 더 큰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가상화폐는 본질 가치나 내재 가치가 없는 말 그대로 가상의 화폐라 일순간에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며 “정부가 규제를 하려면 미국과 같은 수준의 규제만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 가상화폐 상장기업을 5개∼10개 정도만 인정해주면 된다”고 조언했다.

김주영·곽은산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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