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홀린 윤여정의 '말말말'
이날 배우 윤여정이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가운데 자신만의 솔직하고 거침 없고 재치 넘치는, 그리고 유쾌하고 아름다운, 겸손한 언변이 묻어나는 수상식 소감에 세계인들이 그녀의 품격을 주목하고 있다.
윤여정은 한국인 미국 이민자의 삶을 아름다운 미장센으로 담아낸 영화 ‘미나리’에서 외할머니 ‘순자’ 역을 완벽하게 연기하며 세계 영화계의 별로 떴다.
윤여정은 시상식에서 “TV에서만 보던 글렌 클로스라는 대배우와 어떻게 경쟁을 하나요. 오늘 밤 저는 다른 후보들보다 운이 너무 좋았다”며 “이것은 한국 배우에 대한 미국의 환대가 아닐까 한다”며 겸손을 드러냈다.
아름다운 언변은 수상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돋보였다. 윤여정은 “사람을 인종으로 분류하거나 나누는 것은 좋지 않다”며 “무지개처럼 모든 색을 합쳐 더 예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고 백인과 흑인, 황인종으로 나누거나 게이와 아닌 사람을 구분하고 싶지 않다. 우리는 따뜻하고 같은 마음을 가진 평등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한 외신 기자는 “브래드 피트에게서 어떤 냄새를 맡았느냐”고 무례한 질문을 던졌지만, 윤여정은 “난 냄새를 맡지 않았다. 나는 개가 아니다”라며 단호하고 유쾌하게 응수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지난 11일(현지시간) 윤여정은 2021년 영국 아카데미상 비대면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 수상자로 지목된 순간 모두를 폭소하게 만들기도 했다.
윤여정은 수상 소감에서 “아주 고상한 척(snobbish)하는 영국인들이 나를 좋은 배우라고 인정해 준 거니 영광이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순간 시상식 분위기가 얼어 붙을 것 같았지만 사회자는 되레 깜짝 놀란 듯한 표정과 함께 웃을 수 밖에 없었고 기습을 당한듯 영국인들은 웃느라 바빴다.
자막에 ‘고상한 체’로 번역된 단어 ‘스노비시’는 대개 ‘속물적’으로 번역될 만큼 부정적 뉘앙스를 강하게 풍긴다. 그럼에도 스노비시를 꺼낸 한국 여배우에 영국인들이 묘한 환호를 보낸 셈이다.
지난해 초 선댄스영화제에서는 재미동포 영화감독 정이삭 감독이 자신이 제작한 영화 ‘미나리’에 출연한 한국 배우 윤여정을 “한국에서 온 전설적인 배우”라고 기자들에게 소개하자, 윤여정은 칭찬이 부담스러웠는지 “내가 늙었다는 뜻이잖아요”라고 농담 섞인 어조로 받아치며 딱딱한 간담회 분위기를 녹이기도 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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