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의 전설' 김득신 선생처럼'..평균 75살 늦깎이 23명 초등 졸업

오윤주 2021. 4. 26.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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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얘기만 나오면 기죽어 말도 못 했는데 이제 자신 있어요. 제2의 인생길이 열렸어요."

서울·인천 등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아무개(64)씨는 입학 4년여 만에 지난 23일 증평군 평생학습관이 운영하는 '김득신배움학교'를 졸업했다.

이번에 김씨 등 평균 나이 75살인 늦깎이 학생 23명이 졸업장을 받은 김득신배움학교는 2014년 4월 문을 연 초등교육 배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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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득신 선생, 58살에 급제한 뒤 당대 최고 문장 반열
증평 2014년 학교 개설, 2019년 교육청 초등과정 인증
충북 증평 김득신배움학교 늦깎이 졸업생 23명이 학사모를 던지며 졸업을 축하하고 있다. 증평군

“글 얘기만 나오면 기죽어 말도 못 했는데 이제 자신 있어요. 제2의 인생길이 열렸어요.”

서울·인천 등에서 생활하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아무개(64)씨는 입학 4년여 만에 지난 23일 증평군 평생학습관이 운영하는 ‘김득신배움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구두 장인으로 40년을 살면서 제법 인정받았지만 못 배운 설움, 글 모르는 창피함이 늘 마음을 짓눌렀다. 평생 그리던 졸업장을 받아 기분이 날아갈 것 같다”고 했다.

이번에 김씨 등 평균 나이 75살인 늦깎이 학생 23명이 졸업장을 받은 김득신배움학교는 2014년 4월 문을 연 초등교육 배움터다. 10살에 글공부를 시작해 58살에 급제한 뒤 정선군수 등을 지낸 증평 출신 김득신 선생은 조선 후기 문신으로 대기만성의 본보기다. 사마천의 <사기> ‘백이전’을 11만3천차례 읽는 등 지독한 독서광으로 유명하다. 증평군은 김득신 선생을 본보기로 만학도를 위한 배움학교를 만들었으며, 충북도교육청은 2019년 초등학력 과정 인증기관으로 지정했다.

이날 졸업장을 받은 김씨는 배움학교를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거쳐 청주의 한 방송통신중에 진학했으며, 경비 일을 얻었다. 그는 “까막눈을 벗어나니 어엿한 일자리가 생기는 등 새 인생길이 열렸다. 중학 졸업이 1차 목표지만 배움에 끝이 없는 만큼 조금 더 욕심을 내보려 한다”고 했다.

김득신배움학교는 매주 화·목·금요일 2시간씩 국어·수학·사회 등을 가르친다. 3년 동안 240시간 가운데 216시간 이상 출석해야 졸업할 수 있다. 평균 나이 75살의 만학도 23명은 평균 3~4년, 길게는 7년 동안 공부한 뒤 졸업장을 받았다. 엄금남(69) 할머니는 “늦게 공부를 시작해 모든 글을 읽고 쓸 수 있어 세상을 다 가진 듯하다. 어디서든 볼펜을 잡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배움학교 맏언니 최길오(84) 할머니는 딸 등 가족의 축하 속에 졸업장을 받았다. 최씨는 “글을 몰라 우체국·병원 가는 게 두려웠는데 이제 어디든 쏘다닐 수 있게 돼 기분 좋다. 코로나 졸업하면 못 걸어 다닐 때까지 중학교, 고등학교 가서 재밌게 공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씨 딸 신아무개(56)씨는 “엄마가 글을 모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정말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저도, 제 아이들도 감동했다. 못다 한 공부 맘껏 하면서 행복한 여생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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