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K] 한국 영화사의 메카, 전주 '고사동 영화의 거리'

KBS 지역국 2021. 4. 2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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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전주]
[“옛날에는 여기가 삼남극장이었거든요. (아, 여기가요?) 여기 이 자리가. 그 뒤에 이게 피카디리, CGV로 바뀌었었고, 저 뒷자리가 코리아극장, 그 바로 옆에가 제일극장, 그 다음에 그 옆에가 명화극장. 이렇게 극장들이 몰려 있었어요.”]

전주시 오거리 문화광장에서부터 시작되는 ‘고사동 영화의 거리.’

약 540여 미터밖에 되지 않는 짧은 거리지만, 한국 영화사의 메카로 불릴 만큼 깊은 역사를 자랑합니다.

[김 건/전북대학교 기록관리대학원 교수 : “한국전쟁으로 인해서 많은 서울에 있는 문화 예술인들이 다 피난을 오게 되는데, 특히 영화 쪽에서 일하셨던 분들은 부산하고 전주로 많이 오셔서 활동을 하시는데요.”]

1950년대 중반, 전주에 영화인들이 몰리면서 자생적으로 지금의 거리가 생성되어 발전해 온 겁니다.

한・미 합동 제작 영화 〈아리랑〉에 이어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이강천 감독의 〈피아골〉.

한국 최초의 16mm 컬러 영화 〈선화공주〉가 만들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김 건/전북대학교 기록관리대학원 교수 : “대종상보다 먼저 우리 전라북도에서 영화 수상식을 열었던 경험도 있고, 한국 영화사에서 전라북도 전주가 차지하는 영화적인 위상은 굉장히 높다고 볼 수 있겠죠.”]

영화를 즐기거나 향유하는 시민들로 언제나 만원을 이루던 거리.

현재는 리모델링을 하거나 신축 건물이 들어서서 예전의 모습을 가늠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 거리와 함께 늙고, 발전하고, 거리를 지켜온 상점들이 남아 있어 지나온 세월을 추억해볼 수 있습니다.

[박영근/전주시 고사동 : “주로 안성기 씨, 전노민 씨. 그 분들이 와서 매장도 들르고, 먹는 것도 식사도 좀 하고 그래서 좋은 시절이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이춘구/전주시 고사동 : “영화인도 자주 오고, 외국인도 자주 오고 하니까 영화제를 하면 학생들, 영화제에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돌더라고요, 관광버스 타고.”]

전주 출신 영화감독 장준환 씨의 기억 속에도 이 거리에 대한 추억은 아련하기만 합니다.

[장준환/영화감독 : “영화에 나온 캐릭터들 흉내 낸 롱코트 입고 성냥개비 물고 다니고 그런 사람들도 기억에 남고요. 아무튼 굉장히 많이 추억 속에 남았던, 다녔던 거리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을 선언합니다."]

전주가 영화의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00년 전주국제영화제가 개최되면서 부텁니다.

제일 먼저 전신주를 없애고, 거리 상점들의 돌출되어 있는 입간판 교체, 노쇠한 영화관 시설 보충까지.

그런 노력의 결과, 지금까지도 전국에서 손꼽히는 영화 소비시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김 건/전북대학교 기록관리대학원 교수 : “우리 전주는 60개가 넘거든요, 스크린이. 인구가 60만 정도라고 생각을 해보시면, 인구 1만 명 당 하나 꼴. 굉장히 많은 거죠.”]

'고사동 영화의 거리'에는 오는 29일 개최되는 전주국제영화제 조형물이며 깃발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거리는 한산하고, 상점들은 텅 비어 임대를 놓는 전단지가 즐비합니다.

전주에서 70여 년간 운영해오던, 마지막 남은 지역 향토영화관도 울상입니다.

[정정부/〈전주시네마타운〉 영사실장 : “거리두기 할 것이 없어요. 극장(상영관) 하나에 두 사람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한 사람 들어가고, 그렇지 않으면 안 돌리니까….”]

많은 기대작들이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에 공개되는 새로운 흐름도 기존 영화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영화 산업 최대 위기 속에서 그나마 열리게 될 영화제에 어깨를 기대볼 뿐입니다.

이따금 지나가던 시민들도 조용하기만 한 거리에 안타까움을 전합니다.

[윤인상/전주시 서신동 :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영화 보기도 좀 그렇고, 거리두기 때문에 오는 걸 좀 꺼리는 것 같아요. 빨리 코로나 끝나가지고 영화도 자주 보러 갔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영화사의 어제와 오늘이 녹아 있는 전주 영화의 거리.

어려운 시기임에도 영화 중흥지로서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애쓰는 사람들.

[박영근/전주시 고사동 : “전주국제영화제가 전주 시민을 위한, 같이 시민들이 다 동참해서 할 수 있는 이런 영화제가 됐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합니다.”]

[김 건/전북대학교 기록관리대학원 교수 : “영화제에서 상영작들을 모아가지고 공동 플랫폼을 개발을 해서 온라인으로 서비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을 하게 되면….”]

스스로 발전해온 만큼 생명력이 강한 이 거리에서 다시 한 번 한국 영화 역사의 큰 맥박이 뛰는 소리를 기대해 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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