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론에 국민의힘 지지율 '휘청'..수습 나선 당권 주자들

박준우 기자 2021. 4. 26.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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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야당 발제
[앵커]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제기된 이후에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 결과 나오고 있습니다. 민주당과의 지지율 격차가 급격히 줄어든 건데요. 국민의힘도 당권 주자들을 중심으로 사면론 후폭풍을 수습하는 분위기입니다. 박준우 반장이 관련 내용 정리했습니다.

[기자]

오늘(26일)은 보드게임을 한 번 해볼까 합니다.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유명한 보드게임이죠. 부루마블을 오마주한 '주누마블'입니다. 일종의 땅따먹기 게임인데요. 바로 한 번 시작해보겠습니다. 자, 빨간말은 국민의힘, 파란말은 더불어민주당입니다. 국민의힘, 민주당 보다 먼저 서울과 부산에 도착해 깃발을 꽂았습니다. 뒤늦게 서울에 도착한 민주당, 망연자실한 모습인데요. 민주당이 머뭇거리고 있는 사이 국민의힘은 기세를 몰아 앞으로 나아갑니다. 우주선을 타고 황금열쇠 칸까지 날아갔는데요. 복불복 찬스인 황금열쇠, 어떤 지령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두구두구두구… 열어 보겠습니다. 짜잔, 아… 전직 대통령 '사면론'이 나왔네요. 거기에 '탄핵 불복'까지 콜라보인데요.

[서병수/국민의힘 의원 (지난 20일) : 저를 포함해서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잘못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과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될 만큼 위법한 짓을 저질렀는지…]

[박형준/부산시장 (지난 21일/음성대역) : 전직 대통령은 최고 시민이라 할 수 있는데 저렇게 계셔서 마음이 아픕니다.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불러주셨듯이 큰 통합을 재고해주시기 부탁드립니다.]

사면론에 빠진 국민의힘, 황금열쇠의 지시에 따라 블랙홀 칸으로 이동합니다. 3회 동안 플레이가 제한되는데요. 국민의힘이 블랙홀에 머무는 동안 민주당이 다시 치고 나가기 시작하는 모양새죠.

여기서 잠깐, 4·7 재보선 이후 두 정당의 지지율 추이를 한 번 살펴볼까요?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정당별 지지율 일간 집계 결과를 보면요. 지난 19일 국민의힘은 38.8%, 민주당은 27%였습니다. 11% 이상의 차이로 국민의힘 앞서 가고 있었는데요.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의 탄핵 불복 발언이 있었던 지난 20일 여전히 국민의힘이 비슷한 격차로 앞서가고 있죠. 다음날인 21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전직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었는데요. 이 두 발언 이후 정당간 지지율 차이가 급격히 좁혀지기 시작합니다. 국민의힘이 주춤거리는 틈을 타 민주당이 불과 몇일 만에 2% 내외로 따라 붙은 걸 보실 수가 있습니다.

국민의힘, 잠자코 사면론 블랙홀에 갇혀서 플레이 순서를 계속 넘기고만 있을 순 없을 텐데요. 어떻게든 빠져 나오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습니다. 당권에 도전장을 내민 3선의 조해진 의원이 먼저 탈출 시도에 나섰는데요.

[조해진/국민의힘 의원 (YTN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 사면은 사면권을 가진 대통령이 결정하는 문제지, 누가 야당이 부탁한다고 대통령이 들어주시고 부탁 안 한다고 안 하시고 그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거나 왈가왈부하거나 대통령께 요구하고 매달리고 이런 일은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당 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지난 주와는 결이 다른 발언인데요. 조 의원, 처음에는 사면론에 힘을 실었었죠.

[조해진/국민의힘 의원 (지난 23일) :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적 역사가 파행적 헌정사로 계속 이어지는 것을 가슴 아파하는 우리 국민들을 위해서도 결자해지. 정권이 바뀌어서 새 정권에서 사면하는 것보다 임기가 끝나기 전에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의 결정으로 그렇게 해주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엔 어디까지나 국민 통합 차원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를 꺼낸 것일 뿐이라고 한 발 물러선 건데요. 또 다른 당권 주자죠. 초선인 김웅 의원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면론에 선을 그었습니다.

[김웅/국민의힘 의원 (음성대역/경향신문 인터뷰) : 탄핵이나 사면 같은 이야기 할 때가 아닙니다. 국민의힘이 비호감 이미지를 벗고 수권 정당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내년 대선도 쉽지 않습니다.]

김 의원은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표현을 썼는데요.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죠.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김 의원은 사면론에 붙들려 과거로 회귀할 게 아니라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탄핵이든 사면이든 국민은 크게 관심도 없다"고 당의 자성을 촉구했습니다. 사면론 후폭풍을 어떻게든 수습하려는 모습이죠.

국민의힘이 당면한 과제는 또 있습니다. 사면이 국민의힘 안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예기치 못한 내부 변수였다면 이건 외부 변수죠. 바로 국민의당과 합당 문제입니다. 선거가 끝나자마자 합당을 추진하는 것 역시 대내외적인 비판에 부딪쳤었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꽤 있었는데요. 반대파의 대표적 인물은 자강을 강조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입니다. 거기에 당내 초선 의원들이나 소장파도 당의 쇄신이 먼저라고 외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합당 논의도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보니 국민의힘으로선 자승자박한 셈이 됐습니다.

[안혜진/국민의당 대변인 : 그동안 전 당원 다는 아니어도 참석한 당원들과의 간담회가 각 시·도당에 있었거든요. 그 결과들을 서로 공유하고 그다음 그 결과에 대해서 이제 논의하는 자리였고요. (회의에서) 확정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국민의당은 합당 관련 전국 당원 간담회까지 마쳤는데요. 기대와 달리 오늘 회의에서 아무 결론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합당을 두고 당원들간 이견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안혜진/국민의당 대변인 : 대략 각 시·도당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찬성하는 분들이 3분의 2 정도였고요. 반대하는 분들이 3분의 1 정도 됐는데 찬성하는 분들의 의견도 (국민의힘과의) 흡수 합병 같은 경우에 일고의 가치가 없다, 다만 우리가 그동안 추구했던 중도나 그동안 실용 그런 것들에 대한 반영이 있어야 되고 그다음에 혁신, 공정, 그다음에 개혁이 전제로 된 합당이어야 된다…]

일단 국민의당은 내일 오전까지 비공개 회의를 이어갈 방침입니다. 안철수 대표가 선거 이전에 합당을 공언한 마당이라 이번 주까지는 어떤 식으로든 윤곽을 잡겠다는 의지를 밝혔는데요. 이미 의원총회에서 합당 의결까지 마치고 국민의당의 입만 바라보고 있는 국민의힘은 답답할 노릇일 텐데요. 국민의힘은 일단 답을 기다리면서 우리 할 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주호영/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 (합당과 관련해) 우리 입장을 자꾸 똑같이 물을 필요는 없어요. (안 대표가) 선거 과정에 합당하겠다고 했으니까 합당 의사가 있는지 국민의당에서 확인해서 우리에게 답이 오면, 우리는 합당을 찬성한다고 했으니까 그쪽 결과에 따르는 것이지…]

더 이상 합당에 매달리지 않고 일단 차기 지도부 선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 원내대표 후보들과 초선의원들의 토론회에서도 통합도 중요하지만 우선 자강에 방점을 두자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선(先)자강, 후(後)통합'을 내세운 겁니다.

[김기현/국민의힘 의원 : 찾아뵈면서 저는 느꼈던 것이 우리 초선 의원님들이 우리 당내의 활력소다, 당의 건강성을 지켜주는 비타민 같다,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 당이 사실 다음에 집권하려면 반드시 개혁과 쇄신, 혁신이 핵심적인 과제인데 당의 집권 가능성을 높이는 데 우리 초선 의원들이 바로 그 역할 해주실 거라고 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면론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노력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과거 회귀는 안 된다, 강경 투쟁 노선도 지양하자는 의견이 제기됐습니다.

[권성동/국민의힘 의원 : 우리가 과거의 잘못 과거로 회귀해서는 저는 절대로 안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에게 지지를 보내려고 고민 고민하고 있는 대다수 말 없는 국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상식에 기반한 합리와 중도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초선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발언들일 수도 있지만요.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위기 의식 고조된 건 분명해 보입니다. 원내대표 후보 토론회 얘기는 들어가서 더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야당 발제 정리합니다. < 사면론 꺼냈다 지지율 까먹은 국민의힘 여론 수습 안간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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