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수상 직후 윤여정, LA서 언론과 일문일답
- 수상 소감은.
“그녀(또 다른 후보 ‘힐빌리의 노래’ 글렌 클로즈)가 저하고 딱 동갑이더라. 나는 진심으로 그녀가 받기를 바랬다. 우리 영화 미나리 같이 한 친구들은 선생님이 받는다고 하는데 저는 별로 안 믿었다. 요행수도 안 믿고, 인생을 많이 살아 배반을 많이 당해봐서 믿지도 않았는데, 제 이름이 불렸다. 영어 잘 못 하지만, 좀 더 잘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막 엉망진창으로 했어. 그게 좀 창피하다. 팬데믹으로 노미니(후보)가 한 명만 데리고 올 수 있는 상황이다. 두 아들 중 하나를 어떻게 할 수 없었고, 아들은 자기보다 이인아 프로듀서가 갈 자격이 있다고 했다. 인아는 예리가 가는 게 영화를 위해 아름답다고 했다. 우리 영화는 진심으로 만든 영화다. 이 자리 뒤에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 오랜 연기 생활에서 오늘 남다를 것 같다. 세월이 흐르며 달라진 연기철학이 있는가. 재치있는 언변으로도 사랑을 받고 있는데 비결은.
“열등의식에서 시작됐다. 아르바이트하다가 했기 때문에 제 약점을 아니까 남한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을 시작으로 열심히 외우는 거다. 나중에는 절실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 그냥 좋아서 해도 되지만, 저는 절실해서 했다. 먹고 살아야 했기 때문에. 누가 브로드웨이로 가는 길을 물었대요. ‘하우 투 겟 투 더 브로드웨이’라고. 답은 ‘프랙티스’였대요. 연습은 무시할 수가 없다. 입담은… 오래 살았잖아요. 좋은 친구들하고 수다를 잘 떤다. 수다에서 입담이 나왔나 보죠. 뭐.”
- 지금이 배우 인생에 최고의 순간인가.
“최고 그런 말이 참 싫다. 너무 1등, 최고 이런 것… 다 같이 최중되면 안 되나? 최고의 순간인지 모르겠고, 아카데미가 전부는 아니잖나.”
- 작품 선택 동기는.
“대본을 잘 쓴 거다. 제가 잘 한 게 아니고. 부모가 희생하고 그런 건 국제적으로 유니버설한 이야기다. 그게 세상을 움직였겠죠.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 사랑하잖아요. 그 소재를 굉장히 진심으로 썼다. 평론가에게 물어봐 달라. 배우는 자기 역할을 받으면 그걸 연구하지 영화가 어떤 반응을 일으킬지는 모른다. ”
-앞으로 계획은.
“없다. 그냥 살던 대로. 오스카상 탔다고 해서 윤여정이 김여정 되는 건 아니잖아요. 옛날부터 결심한 게 대사 외우는 게 힘든데, 남한테 민폐 끼치는 건 싫으니, 민폐가 되지 않을 때까지 하자 그런 생각은 했다.”
- 감독이란 윤여정 연기 인생에 무슨 의미냐.
“미국 사람들도 똑같아. 계속 나보고 브래드피트를 본 게 어떠냐고 그 질문만 하더라. 그 사람은 영화에서 계속 봤으니까 뭐. 그가 사실은 우리 영화 제작자다. 다음번에 영화 만들 때 돈 좀 더 써달라고 했더니, 아주 잘 빠져나가더라. 쪼끔 더 쓰겠다고 했다. 크게 쓰겠다곤 안 하더라고. 유명한 배우니까 한국에 한 번 오라고 했다. 여러 사람이 좋아한다고. 팬이 많다고. 꼭 온다고 하더라고. 미국사람들은 단어가 화려하잖나. 내겐 내 퍼포먼스를 존경하고 너무 어떻다고 해서, 난 그런 말은 늙어서 별로 남의 말에 잘 안 넘어 간다.”
- 엔딩이 아쉽다는 이야기도 있다.
“영어를 못해서 해외에서 들어올 일은 없다.”
-국민이 많이 성원했다.
“상을 타서 보답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운동선수들 심정을 알겠더라. 너무 응원해주니 눈에 실핏줄이 터졌다. 힘들어서. 그들은 성원인데 나는 상을 못 받으면 어떻게 되나 싶더라고. 난 받을 생각도 없었고 후보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2002년 월드컵 할 때 그 사람들 발 하나로 온 국민이 난리인데 그들이 얼마나 정신이 없었을까. 김연아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운동선수 된 기분. 세상에 처음 받는 스트레스였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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