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인들이 말하는 윤여정.."스크린 밖에서 더 매력적인 사람"

김재희 기자 2021. 4. 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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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가 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송혜교)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매력이 훨씬 크다”(이재용 감독)

함께 작업한 주변인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사람와 영화에 진심인 사람이다. 자신에겐 엄격하지만 마음을 준 타인에겐 관대하다. 육신의 나이를 떠나 생각이 깨어 있는 영원한 청춘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과 함께 간다’는 신조

늘 새로운 역할에 도전해 온 윤여정이지만 그에게도 도전 중의 도전으로 꼽히는 역할이 있다. ‘죽여주는 여자’(2016년)의 소영이다. 영화에서 윤여정은 노인들의 섹스와 자살을 돕는 65세의 ‘박카스 할머니’를 연기했다. 10여 년을 친구로 지낸 이재용 감독(55)의 부탁에 출연을 결정했다.

이 감독은 죽여주는 여자에 윤여정이 출연한 것에 대해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저를 믿고 지지해주셨다. 고령화 시대의 노인문제를 다룬다는 것에도 뜻을 함께 하셨다”고 했다. “세월의 힘이었죠. 오랜 시간 지켜보면서 최소한 배우를 함부로 이용하거나, 진정성 없이 영화를 만들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신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작업한다는 윤여정의 신조는 여러 감독들과의 작업에서도 두드러진다. ‘미나리’에 출연한 이유에 대해서도 “정이삭 감독을 도와주고 싶어서”라고 인터뷰에서 숱하게 밝힌 그다. 임상수 감독(59)은 “‘미나리’는 주연배우부터 막내 스태프까지 인건비를 n분의 1을 할 정도로 열악한 제작 환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이삭 감독을 처음 봤을 때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으셔서 출연을 결정하셨을 거다. 선생님이 정 감독을 아들처럼 여기신 것 같다”고 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년)에서 처음 만난 송해성 감독(57)과는 윤여정이 꼭 넣길 바랐던 장면을 송 감독이 ‘통편집’하면서 앙금이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틈틈이 연락을 이어 오던 그와 ‘고령화 가족’(2013년)에서 다시 만났다. 송 감독은 “책(시나리오)을 전달하러 갔더니 통편집 이야기를 하시면서 책도 안보시고 ‘안 하겠다’고 하셨다. 얼마 안 있어 ‘자녀는 누구냐’고 물으시기에 아들은 윤제문, 박해일이고 딸은 공효진이라고 하니 자식이 맘에 든다며 쿨하게 하시겠다고 하더라. 겉으론 ‘나 안 해’ 하시지만 거절도 잘 못한다.”고 전했다.

●죽기보다 싫어도 영화를 위해선 한다

감독들이 말하는 윤여정은 연기를 위해 기꺼이 ‘투신’하는 배우다. 죽여주는 여자는 실제 매우 낡은 여관에서 촬영이 진행돼 비위가 약한 윤여정은 여관 장면이 있는 날 와인 없이는 밥 한 숟갈도 제대로 넘기지 못했지만 감독의 지시를 끝까지 수행해냈다.

“주사기로 남성 고객의 사타구니에 주사를 놓는 장면이 있어요. 윤 선생님은 한 테이크에 끝내길 바라셨지만 디테일을 살리려는 제 욕심에 세 테이크를 가게 됐어요. 두 번 찍으시고 ‘더 이상 못 찍겠다’고 하셨는데 한 번 더 부탁을 드렸죠. 죽기보다 싫으셨겠지만 해주셨어요. ‘영화는 영원히 남는 거니까 감독 말을 들어주자’는 생각이 있으세요.”(이재용 감독)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18년)에서는 전도연에게 밀쳐져 바닥에 세게 넘어지는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직접 소화했다.

“리허설만이라도 스턴트맨을 쓸 지 제안 드렸는데 직접 하겠다고 하셨어요. 현장에서 전혀 힘든 티를 안내셔서 ‘안 다치시고 끝나 다행이다’ 했는데 다음날 허벅지에 엄청 큰 멍이 들었어요. 일어나는 것도 힘들어하실 정도였죠.” 괜히 대배우가 아니구나 싶었습니다.“(김용훈 감독)

보이지 않는 곳에선 대본을 파고드는 완벽주의자이기도 하다. 이재용 감독은 ”‘대사를 잘 못 외우게 되면 연기를 그만 둘 거다’라고 말씀하시곤 한다“며 ”본인이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생각하시기에 끊임없이 노력한다“고 했다. 임상수 감독은 ”NG가 거의 없는 배우“라고 했다.

●연예계가 인정하는 타고난 ‘이야기꾼’

유머 넘치는 입담도 많은 이들이 꼽는 윤여정의 매력이다. 배우 송혜교는 24일 방영된 OCN ‘윤스토리’에서 ”가끔 선생님과 와인을 마시는데 ‘어떻게 마인드가 젊은 친구들보다 더 신세대 같으시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가끔은 제가 더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며 ”많이 웃어서 선생님 뵙고 집에 오면 팔자주름이 더 선명하게 생겨서 가끔 만나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감독은 ”굉장히 기억력이 좋으시고 이야기꾼 소질이 있으시다. 연예계 이야기부터 본인의 과거 이야기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끊임없이 하시고, 촌철살인의 농담도 잘 던지신다“며 ”그 분의 매력은 연기보다 실제 모습에서 훨씬 크기에 윤여정이라는 개인이 드러나는 페이크 다큐 형식의 ‘여배우들’이나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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